사사로이(1)-안동 하회마을, 도산서원, 봉정사
2008년 1월 19일 토요일 날씨 : 맑음
*하회마을 고즈넉한 골목
*도산서원, 멀리 보이는 곳은 정조 때 과거시험을 보았던 시사단
*도산서원, 나무들이 겨울이라 춥게 서있다.
*도산서원, 창문 너머로 보이는 목련 봉오리, 봄이 멀지 않았구나.
*도산서원 전경
*도산서원, 대나무 숲
*도산서원, 골목길..
*도산서원, 들어가는 길, 나무가 곱게 다듬어져 있다.
사실은 강릉에 가려고 했다. 새해에 보지 못한 일출도 볼겸 강릉의 유명한 순두부도 먹어볼겸 해서 거기로 가려고 했는데 눈이 많이 온다 그랬다. 차를 가지고 가기 때문에 눈이 오는 것은 반갑지 않았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른 여행지가 안동이었다. 지도에서 확인해 보니 안동 옆에 영덕도 있길래 간 김에 영덕에서 대게도 사오기로 일정을 잡았다.
떠난 지 세시간 반만에 안동에 도착했으므로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먼 길을 차를 운전하며 왔다는 것에 나 스스로 자랑스러웠다.
먼저 하회마을에 들렀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설악산과 부석사 등을 돌아보는 수학여행 중에 잠시 들렀던 곳이다. 몇 년 전에 영국 여왕이 다녀갔다는 것을 자랑하듯 기념관이 마련되어 있었다. 주차장이 유료인지는 미처 몰랐군.. 내 기억 속의 하회마을은 고요한 아침의 나라 바로 그것이었지만 이번에 가 본 하회마을은 그저 그랬다. 많은 집들이 대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방해하지 마시오' 문구라도 쓰고 싶었는지 구경할 만한 집이 별로 없었다. TV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부용대라도 잘 보려고 갔는데 하필 디카의 건전지가 다 닳아서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했다. 날씨는 춥고 볼건 없고 이래저래 그저 그런 곳이었다.
점심 때가 지나 밥을 먹기 위해 안동댐으로 차를 돌렸다. 헛제사밥으로 유명한 '까치구멍집'이 있기 때문이다. 안동의 헛제사밥은 예전부터 그러니까,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먹고 싶던 음식이다. 유홍준 님의 답사기에 안동에서 유명한 헛제사밥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걸 그때 읽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맛있었으면 제사 음식을 무싯날도 먹고 싶어 헛제사밥이라 이름 붙이고 먹었을까.. 식당 이름이 특이하다 했는데 까치구멍집은 우리나라의 전통 가옥의 한 종류이고 안동댐이 생기면서 수몰 지역의 전통 민가를 옮겨와 식당을 시작한 집이라 그렇게 붙였다 한다. 지금은 현대식 한옥이었다. 나는 헛제사밥에 몇 가지 반찬을 더 놓아주는 양반상을 시켰다. 음식은 전라도라지만 나는 그에 못지 않게 정말 맛있게 먹었다. 담백한 간고등어, 부드러운 고래고기, 전, 달착 짭쪼름한 소고기, 계란 1/4쪽, 묵무침, 시원하고 깔끔한 두부무국, 그리고 양반상의 주인공 헛제사밥, 후식으로 떡과 약식, 생전 처음 접해보는 새콤매콤한 안동 식혜.. 그 어느 수라상이 부럽지 않았다.
든든히 배를 채웠으니 이제 다시 떠나볼까.. 다음으로 들른 곳은 도산서원이다. 도산서원은 정말 길이 포장되지 않았을 때는 사람들이 잘 드나들 수 없을 정도로 산을 휘돌아 구불구불 한참을 들어간 산골짜기에서 비로소 짜잔하고 나타났다. 공부를 하려면 적어도 이런 곳에서 해야 하는 거라는 걸 확인했다고나 할까..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빈틈하나 없이 건물을 지어 전체적으로 간결한 짜임새가 느껴졌다. 언뜻보면 중국의 골목도 닮아 있고..
내친 김에 부석사와 쌍벽을 이루는 봉정사에도 가보았다. 의상대사가 부석사를 세우고 거기서 종이 봉황을 날리자 이 곳에 사뿐히 내려 앉아 절을 짓고 봉정사라 이름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내가 여길 찾은 이유는 단 하나. 현존하는 목조 건물 중에 가장 오래된 봉정사 극락전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절이 다 거기서 거기지만 그래도 유심히 잘 살펴보면 그 나름의 특징이 있고 가치가 있다. 여기는 극락전의 가치로 그토록 먼 곳의 나그네를 불러 들였구나 그리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는 안동의 유명한 간고등어를 네 손 샀다. 한 손에 만원으로 대단히 비쌌는데 집에 와서 먹어보니 아.. 그 담백하고 고소하고 감칠맛 나는 것이 만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이제 일반 고등어는 못먹을 것 같다. 나날이 입맛이 까다로워지누나~~--;;
*하회마을 입장료 2,000원, 주차료 소형 2,000원
*도산서원 입장료 1,500원, 주차료 경차 1,000원
*봉정사 입장료 1,500원, 주차료 무료
*까치구멍집-양반상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