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빛-강릉
2008년 8월 31일 일요일 날씨 : 맑음
뜬금없이 왠 강릉이냐고..?
음.. 그냥 휴일인데 집에 하루종일 있을 생각을 하니 끔찍해졌기 때문이다.
어제는 오후에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집에 내려갈까 생각했는데 하루도 못 있고 다시 와야한다고 생각하니 내려가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무엇을 할 지 미뤄두고 있다가 오늘 아침 일어나서 '음.. 강릉에 가야겠군.' 뭐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
9시 차를 타고 강릉으로 가는 길.. 무려 3시간 30분이나 걸리는 긴 여정이다. 경기도에서 강원도로 넘어가자 역시 웅장한 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터널도 많이 지나고.. 휴게소에서 잠깐 쉬기도 하고, 난 잠깐 눈을 붙이기도 하고.. 그러는 사이 강릉에 도착.
강릉은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국토종단 하면서 가보았던 곳이다. 오죽헌과 경포대, 바다는 가보았는데 선교장을 못 가 본 것이 생각나서 오늘은 먼저 선교장으로 향했다.(터미널 앞에서 202번) 버스 기사 아저씨들이 하나같이 다 친절하셨다. 관광도시라 그런지.. 그래서 기분이 좀 좋아졌다. 선교장은 조선시대 왕족의 개인 저택인데 이런 곳에서 유유자적 참 평화로운 삶을 살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부러웠다. 하지만 지금도 후손이 살고 있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왔다 갔다 하니 그 사람은 별로 그렇게 행복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여기서 조금만(?) 한 20분정도 걸어가면 경포호수에 다다른다. 이 길은 국토종단할 때 분명 걸어서 왔는데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경포대는 지난 번에 와봤으므로 그냥 호수를 바라보며 걸었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끼리 온 사람들은 평화롭게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벤치에 앉아 이야기도 나누고 하는데 참 난..? 이란 생각이 들어 잠시 우울해졌지만 뭐.. 그래도 좋았다.
경포호수를 걸어가다 보면 드디어 바다를 만나게 된다. 파란색과 검은색이 오묘하게 섞여 있는, 손을 대면 주르륵 푸른 물이 들어버릴 것 같은, 너무 깨끗하고 맑아서 그래서 신비하기까지 한 바다를 바라보니 마냥 행복해졌다. 끝 없는 수평선.. 모두들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의 사람들.. 잠깐 앉아서 파도가 치는 바다를 바라보았던 것도 같다.
비록 나는 내 오늘의 삶이 싫어 도망치듯 여기 와 있지만 난 다시 돌아가야만 하고, 내 삶은 여전히 거기에 있고, 내가 고통스럽거나 말거나, 힘들거나 말거나 그 삶을 끝까지 살아내야만 하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면서 나는 그 삶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은 불안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래도 '내 삶이잖아.' 조금은 힘을 내보아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던 것 같다.
*선교장 입장료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