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즐거운 편지(2004~현재)

보석처럼 빛나다(2)-거제 바람의 언덕, 공곶이, 지심도

anna325 2009. 9. 19. 10:17

2009년 8월 22일 토요일 날씨 : 작열하는 태양

 

오늘 아침은 컵라면으로 해결했다.

평소에는 먹을 기회가 없어서 먹어 보고도 싶고, 또 아침에 마땅히 먹을 것도 없고 해서 선택한 메뉴이다.

그런데 물값을 100원이가 200원가 받았다. 해수욕장 성수기라고 물값까지 받다니..ㅠㅠ

곧바로 바람의 언덕으로 갔다. 기암괴석 절벽 위에 꽤 평평한 언덕으로 바람이 약간 지나가는 것도 같았다.

잔잔한 바다 위로 또 잔잔하게 햇살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관광안내지도에 나와 있던 공곶이라는 곳인데 여기서 기억에 남는 것은

외도의 천국의 계단만큼이나 아름다웠던 동백 숲길과 내가 본 중에 가장 물이 맑고 투명했던 바다, 그리고 둥글둥글 모나지 않은 해변 몽돌 정도...

하지만 무릎이 좋지 않은 어르신과 동행한다면 다른 곳을 가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무릎 성한 나도 오르락 내리락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바닷물이 유리알처럼 맑아서 좀 용서가 되기는 했다. 여기도 시간이 흘러 외도처럼 아주 예쁘게 꾸며졌으면 좋겠다.

 

점심은 장승포로 와서 해물찜을 먹었다. 인터넷에서 '거제도 맛집'으로 검색하여 알아둔 곳인데 엄마는 부여에서 먹은 해물찜보다 별로라고 하셨다. 음.. 해물은 많았지만 좀 맵고 내가 생각해도 좀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정말 배불리 먹기는 했다. 해산물도 쫄깃하고..

 

지심도가 오늘 일정의 하이라이트였다. 지심도라는 섬을 안 것은 지난 번에 방송되었던 '1박 2일'

지심도에 베이스캠프를 정하고 하룻밤을 묵어갔으며 마끝이라는 곳에 깃발을 꽂아 놓고 아침밥 대결을 벌였던 곳이다. 천연원시림을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섬이라는 말을 꼭꼭 간직하고 있다가 오늘 지심도 가는 배에 올랐다. 먼저 여객터미널로 가 보았으나 여기서는 부산가는 배만 있었다. 지심도가는 배는 따로 작은 터미널에서 떠나고 있었다. 배삯은 왕복 5,000원이다.

 

지심도 섬에는 14가구 정도가 있는데 이 중 12가구가 민박을 하고 있다고 한다. 거의 모든 집이 민박을 하는 셈인데 우리는 오늘 막배로 나갈 예정이어서 민박집은 구하지 않아도 되었다. 2년 전 통영 소매물도의 민박집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섬에서의 민박은 자제할 생각이다.ㅋ

 

먼저 마끝이라는 절벽을 찾았다. 정확한 뜻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끄트머리라는 의미을 담고 있을 것 같은데 정말이지 내 눈 앞에 섬의 끄트머리이면서 바다의 끄트머리도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었다. 눈 앞에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를 엄마는 처음 보았는지 감탄을 하셨다. 이럴 때마다 엄마도 여기저기 다니는 것을 좋아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그 시골에서 농사일에 바빠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셨을뿐...

아직 건강하실 때 더 많이 구경시켜드리고 싶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은 이렇게 아름답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일제 강점기 때는 일본의 군사 요충지로 쓰여 군데군데 그 때의 흔적들이 지금도 남아 있어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동백나무가 주를 이루는 천연원시림은 정말로 좋았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폐 깊숙히 깨끗한 산소가 들어오는 느낌... 섬을 돌아보는데 2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막배를 딱 맞추어 탈 수 있었다. 

 

오늘 숙소는 장승포에서 정하고 저녁은 게장정식을 먹었다. 원래는 거제 향토 음식인 멍게비빔밥을 먹으려 했으나 너무 피곤하여 그냥 숙소 근처에 있는 식당을 들어간 것이다. 들어가자 마자 인원수를 물어보더니 바로 상이 차려졌다. 메뉴가 게장정식 하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이 나왔는데 꽃게가 아니라 작은 돌게여서 좀 실망했지만 그래도 맛은 일품이었다. 여기저기 묻혀가며 밥 한공기 더 달라 하여 엄마와 반씩 나누어 먹으니 배가 든든했다.

 

*지심도 배삯 왕복 5,000원

*거제 장승포 '혜원식당' 해물찜 小 25,000원, 공기밥 따로

*거제 장승포 '싱싱게장' 게장정식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