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태국(2018)

태국 여행기(4일차, 2018.1.23.화)-[방콕] 왓 아룬, 학교, 왓 벤짜마보핏, 바이욕 스카이 호텔

anna325 2020. 7. 20. 20:38

(이 글에서 설명은 '프렌즈 태국-안진헌'을 참고하여 썼다.)

 

오늘로 여행 4일째를 맞이하였다. 오늘은 방콕 시내에서 사원을 둘러보고 저녁은 바이욕 스카이 호텔에서 야경을 보며 근사하게 뷔페를 먹을 예정이다.

어젯밤에 식당을 찾아 헤매다가 발견한 슈퍼(땅화쌩 백화점 수퍼마켓)에서 말린 망고(65바트, 2,210원)를 샀다. 달콤하고 쫄깃쫄깃한 게 맛있었다. 아침 간식으로 딱이군.

 

아침을 먹었다. 어제와 같은 한식이다. 한국에서 공수해 온 햇반, 김치, 깻잎 장아찌, 김. 오늘은 길거리 음식도 먹을 예정이라 햇반 2개를 부모님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 어떤 길거리 음식을 만나게 될 지 기대된다.

 

숙소에서 내려다 본 숙소 앞 길거리에 열린 시장. 간단한 음식, 시계 등 전자제품, 옷, 각종 생활용품 등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시장. 이 시장은 아침에 열려서 일찍 문을 닫는 것 같았다. 오후에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길거리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우리가 묵었던 'Au Bon Hostel'. 왼쪽 통로로 들어가면 차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작은 테이블이 있다. 마사지 샵도 같이 운영했는데 우리는 이용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발 마사지라도 받을 걸 그랬나 아쉽다.

  

숙소 앞 시장으로 나가보니 숙소 바로 앞에서 꼬치를 구워서 팔고 있었다. 우리는 한국에서도 꼬치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맛일까 한 번 먹어보고 싶었다. 닭꼬치 1개, 닭똥집 꼬치 2개를 샀다. (10바트(340원)*3개=30바트(1,020원))

닭꼬치는 맛있었는데 닭똥집 꼬치는 수첩에 맛을 적어놓지 않은 걸 보니 그저 그랬나 보다. 아님 이름이 좀 그래서 기분 탓으로 맛있다는 느낌이 없었을 수도... 그래도 숯불에 직접 구워주니 불맛도 나고 가격에 비해 맛이 좋았다. 밥을 먹고 싶으면 봉지에 싸여 있는 밥도 사서 각종 꼬치와 한 끼 식사를 할 수도 있다. 우리는 밥은 사지 않았다. 길거리 음식을 더 먹어야 하므로.

 

우리가 꼬치를 샀던 가게. 수북히 쌓여 있는 꼬치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가운데 하얀 것은 어묵인 것 같다.

 

우리가 묵었던 'Au Bon Hostel'. 3층에 묵었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캐리어를 낑낑대며 끌고 올라가야 했다는 게 함정.

 

지나가다 발견한 쌀국수 집. 면을 고르면 즉석에서 삶아 육수에 말아준다. 

 

숙주가 적당히 들어가 있고 어묵도 큼직하게 1개가 들어가 있었다. 한 그릇을 시켜서 셋이 나누어 먹었는데 육수 맛이 꽤 괜찮았다. 아주머니 둘이 장사를 하시는데 한 아주머니가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어보았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북한에서 왔는지 궁금해 했다. 남한에서 왔다고 하자 그제서야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쌀국수를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을 때 우리에게 묻지도 않고 500mL 생수 병을 따서 물을 한 잔씩 따라 주었다. 태국은 식당에서 물을 사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너무 자연스럽게 물을 따라 주어 여기는 물을 공짜로 주나 보다 하고 속으로 좋아했는데 나중에 계산할 때 보니 공짜가 아니었다. 그럼 그렇지. 아주머니 장사 수완이 보통이 아니다. 관광객인 걸 알고 바가지를 씌우다니. 쌀국수 가격은 50바트(1,700원), 생수 500mL는 6바트(204원). 그래도 쌀국수 맛이 좋아서 다행이었다. 쌀국수마저 맛이 없었다면 기분이 정말 나빴을 것 같다.

 

국숫집을 나와서 길을 가다 보니 길거리에서 젊은 아주머니가 만두를 팔고 있었다. 야채호빵처럼 생긴 것도 있고 딤섬처럼 생긴 것도 있었다. 맛이 어떨까 궁금했다.

 

야채호빵처럼 생긴 만두 1개(10바트, 340원)와 딤섬처럼 생긴 만두 6개(20바트, 640원)를 샀다. 값은 일단 합격이다. 작은 봉지에 간장도 담아주어서 찍어 먹었는데 야채 호빵 모양의 만두가 더 맛있었다. 그 만두를 더 많이 살걸 그랬다. 사진에 보이는 야채 다진 것도 같이 주었는데 무엇이었는지 맛이 어땠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도 만두랑 같이 먹는 거니까 새콤하지 않았을까 싶다. 길거리에서 먹을 데가 마땅치가 않아서 어느 식당 앞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낡아서 곧 부서질 것 같은 플라스틱 의자에 놓고 먹었지만 여행 오면 그런 것도 다 추억이 되는 법이다. 

 

만두를 다 먹고 다시 걸어가다가 본 운하와 주택들. 얼핏 보면 중국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집과 운하는 지은지 오래 되어 보였지만 나름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이다. 방콕에는 이런 운하들이 많은데 모두 짜오프라야 강으로 흘러간다고 한다. 오른쪽으로는 길거리 시장이 열리는 것 같은데 아직 문 열 시간이 안 되었는지 한산하다. 

 

왓 아룬(새벽사원)으로 가려면 왓 포(궁전 근처 사원) 근처 선착장에서 수상보트를 타는 게 빠르다. 왓 포 근처를 지나가다가 방콕에 도착한 날 첫 끼를 먹었던 식당이 보여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1층에는 자리가 없어 2층에서 먹었는데 2층도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꽉 차 있어 겨우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태국 여행 중 유일하게 서비스 비용을 지불했던 곳.

 

왕궁과 왓 포 사이에 있는 '타 띠안' 선착장에서 수상보트(르아 캄팍-짜오프라야 강을 건널 수 있도록 동서로 움직이는 배)를 타고 왓 아룬에 가고 있다. '타 왓 아룬' 선착장까지 약 10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왓 아룬은 왓 포 맞은 편에 있어 금방 도착할 수 있다. 비용은 편도 4바트(136원)이다. 멀리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왓 아룬.

 

서울에 한강이 있듯이 방콕에는 짜오프라야 강이 도시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흐르고 있다. 덕분에 동양의 베니스라고 불릴 정도로 방콕은 수상 교통이 발달해 있다. 방콕에 도로가 포장된 것이 19세기 후반이라고 하니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운하와 짜오프라야 강이 도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는 지금도 변함없이 짜오프라야 강에는 각종 수상보트와 화물선, 관광객을 실은 투어리스트 보트가 활발하게 운항 중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생각해보니 짜오프라야 강에는 다리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 배는 관광객을 싣고 관광을 시켜주는 투어리스트 보트이다. 그런데 손님이 한 명도 없네..

 

왓 아룬에 도착했다. 입장료는 50바트(1,700원)이다. 왓 아룬 입구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물. 

'새벽 사원'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왓 아룬은 태국 관광청의 로고로 쓰일 정도로 상징적인 사원이다. 본래 아유타야 시대에 만들어진 왓 마꼭이었으나 톤부리 왕조를 세운 딱신 장군에 의해 왓 아룬으로 개명되었다. 이는 버마(미얀마)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와 사원에 도착하니 동이 트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왓 아룬은 톤부리 왕조의 왕실 사원으로 신성한 불상, 프라깨우를 본존불로 모시기도 했다. 15년이란 짧은 기간으로 왕실 사원의 역할을 다한 왓 아룬은 새로이 등장한 라따나꼬씬의 짜끄리 왕조에 의해 대형 사원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수상보트를 타기 전에 선착장에서 여러 가지 과일과 음식을 팔고 있어 몇 가지 사왔다. 이건 파인애플(20바트, 680원)인데 세계 어디를 가나 파인애플은 실패할 일이 없다. 달콤한 과즙이 팡팡! 손질이 잘 되어 있어 하나씩 떼어 먹기도 좋았다.

 

이것은 바나나 튀김이다. 6개에 20바트(680원)인데 눅눅하고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다. 

 

이것은 스프링 롤(뽀삐아 텃)이다. 중국에서는 춘권이라고 부르는데 어제 식당에서 먹은 뽀삐아 텃이 맛있어서 사 보았는데 이것도 어제 식당에서 먹은 것 만큼 맛있지 않았다. 당면만 넣고 튀긴 맛.. 2개에 20바트(680원)이다.

 

사원 안에 있던 탑.

 

사원의 부처님. 천장에 있는 샹들리에가 이채롭다. 서양 문물과의 조화. 태국 사람들은 서양의 문물을 거부감 없이 잘 받아들이는 것 같다. 서양과 동양의 길목에 있어 옛날부터 그런 것들이 더욱 자연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절에 이런 샹들리에가 달려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인데.. 하지만 나는 태국처럼 동서양의 문화가 섞여 있는 형태도 좋고 우리나라처럼 따로따로 있는 형태도 좋다. 각 나라마다 문화의 차이가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

 

방콕에 있던 왕실 사원도 그렇고 태국의 사원은 건물에 이런 복도식 구성이 많은 것 같다. 이런 복도가 건물을 빙 두르고 있는 형태이다. 조각 하나 하나가 무척 섬세하고 금으로 장식을 하여 무척 화려하다.

 

이 탑은 이 사원의 중심 탑인 '프라 쁘랑'이다. 라마 2세 때 건설했고, 라마 4세 때 중국에서 선물받은 도자기 조각으로 장식하며 단순한 사원에서 화려한 사원으로 탈바꿈했다. 프라 쁘랑은 전형적인 크메르 양식의 건축 기법으로 힌두교와 연관된다. 탑을 통해 힌두교의 우주론을 형상화한 것인데 높이 82m의 이 탑은 우주의 중심인 메루산(수미산)을 상징한다고 한다. 주변의 4개의 작은 탑은 우주를 둘러싼 4대양을 의미한다. 중앙 탑은 계단을 통해 중간까지 올라갈 수 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니 강 건너편에 있는 왕궁과 왓 포를 포함한 짜오프라야 강 일대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중앙 탑 계단 옆에 있던 석상. 아마도 원숭이 모자같다.

 

한 켠에 의자가 있어 다리가 아파서 앉아서 쉬려고 하는데 아기 고양이가 이미 한 자리 차지하고 있었다. 사람이 와도 놀라지도 않고 도망가지도 않아 신기했다. 

 

이 탑은 사원 안에 있는 또다른 탑이다. 프라 쁘랑 주위에 있는 4개의 작은 탑 중에 하나이다. 도자기로 장식을 했다더니 정말 화려하다. 정교하게 꾸민 무늬와 조각들이 엊그제 한 것처럼 생생하다.

 

사원의 다른 건물.

 

이 탑도 프라 쁘랑 주변에 있던 4개의 작은 탑 중 하나이다.

프라 쁘랑은 중간까지 계단이 있어 올라갈 수 있다. 상당히 가파른 계단이라 다리가 조금 후들거렸지만 그래도 올라가 보았다. 

 

프라 쁘랑에 올라가서 바라본 사원의 모습.

 

프라 쁘랑에 올라가서 보니 유유히 흘러가는 짜오프라야 강이 보인다. 

 

다른 각도에서도 한 번 찍어보았다.

 

프라 쁘랑이 워낙 커서 사진 한 장으로는 다 담을 수 없었다. 밑에서 위를 바라보며 찍은 사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교한 모습이다.

 

프라 쁘랑과 4개의 작은 탑 중 하나.

 

사원 구경을 마치고 나와서 찍은 사진.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프라 쁘랑은 정말 아름답고 화려했다.

 

사원 앞에 작은 공원이 있는데 태국의 전 국왕, 왕비, 현재 국왕의 사진이 나란히 있었다. 태국은 왕실의 권력이 절대적이이서 방콕 곳곳에 왕실 가족의 사진이 많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인사를 하고 지나가기도 했다.

 

사원을 나와서 짜오프라야 강을 잠시 바라보며 구경을 했다. 관광객을 싣고 방콕의 주요 볼거리를 배를 타고 돌아볼 수 있게 만든 투어리스트 보트가 지나간다. 가이드가 탑승해 영어로 볼거리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유람선이라 할 수 있다. 손님이 없는지 아니면 이미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인지 배 안이 텅 비어 있다.

 

강물이 넘실넘실 꼭 파도가 치는 것 같다. 

 

사원도 구경 잘하고 주변에 있는 작은 가게들도 구경을 완료했다. '왓 아룬' 이제 안녕. 르아 캄팍을 타고 다시 '타 띠안' 선착장으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

 

10분 정도면 도착하므로 사람들이 이렇게 밖에 나와 앉아서 간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투어리스트 보트가 관광객을 싣고 지나간다.

 

'타 띠안' 선착장에 도착해서 왓 포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쌀국수인데(50바트, 1,700원) 가장 굵은 면인 '쎈야이'를 넣어달라고 하여 면이 넓적하다. 어묵도 많이 들어있고 국물도 맛있었다. 

 

두번째 음식은 볶음밥(60바트, 2,040원). 밥알이 길쭉하고 찰기가 없지만 맛은 좋았다. 오이를 예쁘게 깎아 놓았다. 세계 어디를 가든 볶음밥은 다 맛있는 것 같다.

 

세번째 음식은 팟타이(60바트, 2,040원). 태국식 볶음면인데 좀 달착지근해서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팟타이는 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약간 달고 신맛이 나는 소스로 쌀국수를 볶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단맛이 난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단맛 때문에 팟타이를 좋아하는데 나는 그 단맛 때문에 팟타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다행히 부모님은 맛있다고 하시며 잘 드셨다.

 

메뉴판을 사진으로 남겼다. 볶음밥이 돼지고기와 닭고기 두 종류가 있었는데 어떤 걸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가 점심을 먹었던 식당. 왼쪽에 어묵과 쌀국수가 쌓여 있는 곳에서 주인 할머니가 쌀국수를 만들어 주신다. 식탁이  몇 개 없는 허름한 식당이었는데 맛은 나름대로 괜찮았다. 지금도 주인 할머니는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 쌀국수를 만들어 주시겠지? 코로나19 때문에 관광객이 많이 줄었을 텐데 그래도 문을 닫지 않고 계속 쌀국수를 파셨으면 좋겠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두씻' 지역의 '위만멕 궁전'을 가보기로 했다. 두씻 지역은 유럽을 방문한 후 태국으로 돌아온 라마 5세가 새롭게 건설한 신도시라고 한다. 유럽 도시를 모델로 삼아 가로수 길을 내고 왕실 건물을 빅토리아 양식으로 꾸몄으며 대리석을 수입해 사원들을 만들었다. 위만멕 궁전은 지도를 보니 르아 캄팍 선착장인 '타 테웻'에서 가장 가까워서 르아 캄팍을 타고 갔다. '타 창'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고 있는데 표 끊는 곳이 없다. 아까 '왓 포' 선착장과 '왓 아룬' 선착장에는 매표소가 있어서 표를 샀는데 말이다. 그래서 일단 배를 타고 혹시 배 안에서 표를 끊으러 다니나 기다렸는데 아무도 표를 끊으러 오지 않았다. 결국에는 공짜로 르아 캄팍을 탄 셈. 어쨌든 기분은 좋았다.

 

'타 창' 선착장의 모습. 배가 떠날 때 찍어 보았다. 선착장도 태국스럽군.

 

여기는 '타 테웻' 선착장. 

 

선착장에 도착해서 위만멕 궁전까지 걸어가려고 했는데 오전에 왓 아룬에서 많이 걸어서 그런지 다리도 아프고 피곤했다. 걸어서 25분 거리인데 걸어가기에는 좀 먼 거리이기도 해서 '큰맘' 먹고 정말 '큰맘' 먹고 뚝뚝을 타고 가기로 했다. 뚝뚝은 바퀴가 세 개 달린 삼륜차로 운전석 뒷자리에 두 세명 정도가 앉아서 갈 수 있다. 차체가 작아 좁은 골목길을 드나들 때 편리하도록 설계되어 버스나 택시들이 드나들지 않는 동네 길을 다닐 때 유용하다. 미터가 아닌 흥정으로 요금을 정해야 해서 현지 사정에 어두운 관광객들은 바가지 쓰기 십상이다. 기본적으로 미터 택시보다 요금이 싸야 하는데 외국인들에게는 특별 요금을 적용하려는 기사들이 많아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나도 당했다. 걸어서 25분 거리인데 100바트에 가자고 했다. 우리는 별 의심없이 일단 타긴 했는데 5분만에 도착한 것이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를 100바트나 받다니 내리고 나니 화가 치밀었다. 외국인 관광객인 걸 알고 바가지를 씌운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가까울 줄 알았으면 그냥 걸어올 걸 그랬다. 

 

양 옆이 막혀 있지 않아 좀 위험하기도 했는데 기사는 신나게 달리고 있다. 중국 여행 갔을 때도 오토바이에 연결된 뚝뚝 비슷한 걸 탄 적이 있는데 그 때는 기사 아주머니가 참 양심적이었는데 이 양반은 참 별로다. 그런데 더 화가 나는 건 위만멕 궁전이 현재 공사중이라 문을 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뚝뚝 기사에게 바가지까지 쓰면서 산넘고 물건너 여기까지 왔건만 문을 열지 않는다니. 청천벽력도 이런 청천벽력이 없다. 하지만 어쩌랴. 오늘은 운이 없다고 생각할 수 밖에... 

위만멕 궁전은 태국 최초로 유럽을 방문하고 돌아온 라마 5세가 만든 빅토리아 양식의 건물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티크 목조건물로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 압정으로 지어 건축적인 완성도 또한 높이 평가받는다고 한다. 위만멕 궁전은 본래 1868년 방콕 동쪽의 코 씨 창에 지은 라마 5세의 여름 별장이었다고 한다. 국왕 자신이 사랑하던 건물을 1901년에 두씻 정원으로 옮겨와 왕궁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라마 5세가 위만멕에 거주한 기간은 그가 사망하기 전까지 불과 5년이라고 한다. 라마 5세가 사망한 1910년 이후에는 왕족들이 라따나꼬신의 왕궁으로 옮겨가 생활했으며 위만멕 궁전은 왕실 물품 보관소로만 명맥을 유지했을 뿐이라고. 위만멕 궁전이 다시 사랑받기 시작한 것은 1982년의 일이다. 몇 년 전에 서거한 라마 9세의 부인, 씨리낏 왕비의 후원 아래 박물관으로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궁전의 81개 방 가운데 31개의 방을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궁전 내의 박물관은 국왕 집무실, 침실, 욕실, 응접실은 물론 라마 5세의 개인 소장품과 왕실 용품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라마 5세가 유럽을 순방하면서 선물 받은 귀중한 물건과 중국, 일본, 이탈리아, 벨기에, 영국, 프랑스 등에서 전해진 공예품, 도자기, 벤자롱, 크리스털 등으로 방을 꾸며 놓았다고 한다. 

태국 왕실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구경하고 싶어서 산넘고 물건너 여기까지 왔는데 참으로 아쉬웠다. 뚝뚝 기사 때문에 2배로 화도 나고. 다음을 기약하고 싶지만 다음에 내가 다시 방콕에 올 수 있을지 몰라서 더 아쉬웠다.

 

아쉬운 마음을 이끌고 가까운 곳에 있는 대리석 사원으로 유명한 '왓 벤짜마보핏'으로 가는 길에 초등학교를 지나게 되었다. 태국의 아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공부하는지, 교실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여 한 번 들어가 보기로 했다. 교문에서 못 들어가게 하면 어쩌나 했는데 아무도 우리를 신경쓰지 않아서 다행히 학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 때 시각이 오후 2시~3시 정도 되었는데 아직도 학교 안에 아이들이 북적북적했다. 저학년 아이들은 수업이 끝났는지 중앙의 운동장 같은 곳에서 뛰어다니기도 하고 공놀이도 하면서 즐겁게 놀고 있었고 고학년 아이들은 아직 수업 중이었다. 학교 안에는 아이들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학부모들도 많이 와 있었다. 태국은 초등학생들도 교복을 입는지 아이들이 모두 하늘색 상의와 군청색 바지로 이루어진 교복을 입고 있었다. 마침 화장실이 가고 싶어 화장실에 들렀는데 화변기가 있고 손으로 줄을 잡아당겨서 물을 내리는 물통이 있었다. 문은 나무문.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 학교에 있었던 화장실과 비슷했다. 참! 그 때도 문은 나무문은 아니었다. 학교 구경도 잘하고 나오니 교문 근처에서 군것질 거리를 파는 수레가 몇 개 있었다. 여기 아이들도 부모님한테 용돈을 받아서 하교할 때 군것질 거리를 사먹나 보다. 나도 초등학교 다닐 때 학교 앞에 구멍가게가 3개나 있어서 하루에 100원씩 용돈을 받아 10원, 20원짜리 불량식품을 사먹고는 했는데 그게 학교 다닐 때 유일한 낙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학교도 폐교가 되고 3군데가 되었던 구멍가게들도 문을 닫아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 있는데 그 곳을 지날 때마다 순수하고 여리던 그 때가 생각이 나곤 한다.

 

학교를 지나 위만멕 궁전에서 멀지 않은 '왓 벤짜마보핏'(입장료 무료)에 왔다. '대리석 사원'이라고 불리는 이 사원은 유럽풍 건물을 많이 지었던 라마 5세 때 지은 사원이다. 완벽한 좌우 대칭에서 느껴지는 정제된 완성미가 압권이라고 소문이 났는데 특히 태양빛을 받아 반짝이는 아침이면 그 어떤 사원보다도 아름답다고 한다. 대리석 사원이라는 명성 답게 (우보 쏫)대법전을 비롯하여 사원 곳곳을 대리석으로 만들었고 전체적으로 전형적인 태국 사원 건축 양식인 십자형 구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우보 쏫에는 쑤코타이 시대의 불상을 안치했고 창문은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해 유럽의 색채를 가미하고 있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태국은 서양의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없는 것 같다. 사원에 스테인드 글라스를 할 생각을 하다니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우보 쏫 바닥도 대리석으로 화려하게 꾸몄다.

 

우보 쏫에 있는 본존불인 '프라 풋타 친나랏'이다. 왕실 사원인 '왓 프라깨우'에 있는 프라깨우와 더불어 태국에서 신성시되는 불상이란다. 진품과 동일한 크기로 만든 복제품이지만 불상 아래에 라마 5세의 유해를 보관해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기도를 하는지 앉아 있다. 사진도 자유롭게 찍을 수 있고 우보쏫 안에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 우리나라 사찰보다 좀 더 편한 느낌이 들었다.

 

사원 건물의 기둥과 석상, 바닥을 모두 대리석으로 만들었다.

 

태국의 건축물 특징 중에 하나인 '지붕 겹치기'. 지붕도 붉은색과 금색으로 치장해 무척이나 화려하다. 

 

입구를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우보 쏫이다. 흰 대리석 기둥과 벽, 붉은 지붕, 아름다운 금장 장식, 그리고 완벽한 좌우대칭을 자랑하는 사원이다.

 

우보 쏫 뒤 편에는 잘 가꾸어진 넓은 정원과 부속 건물들이 있다. 수로에서 물이 아치형으로 아름답게 나오고 있어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뒷마당에는 불상을 전시한 회랑도 있는데 태국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에서 가져온 53개의 불상이 전시되어 있다.

 

왓 벤짜마보핏까지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저녁먹을 시간이 다 되었다. 오늘 저녁은 태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바이욕 스카이 호텔' 82층 뷔페 레스토랑에서 디너 뷔페를 먹을 예정이다. 한국에서 하나투어를 통해 미리 예약을 하였다. 오후 5시~7시까지 이용할 수 있고 가격은 1인당 28,000원으로 저렴했다. 

왓 벤짜마보핏에서 호텔까지는 걸어가기에 꽤 멀어서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다. 그런데 택시가 잘 안 다니는 지역인지 택시 잡기가 무척 힘들었다. 결국에는 조금 더 걸어 나와서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분홍색 택시를 탈 수 있었다. 호텔 근처가 번화가여서 차가 많이 막혀 오래 걸렸는데도 미터기로 계산하니 95바트(3,230원)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까 탔던 뚝뚝에서 100바트 낸 것이 바가지였다는 것이 더욱 명백해졌다. 그 생각을 하니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예약 시간에 늦지 않게 레스토랑으로 가기 위해 서두르다 보니 곧 잊어버렸다. 

이 호텔은 총 84층으로 야외 전망대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82층 레스토랑을 예약해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77층까지 오른 다음 별도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82층에서 내렸다.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 방콕 시내가 선명하게 보였고 레스토랑에는 다채롭고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해 오늘의 수고로움과 화가 말끔히 가시는 것 같았다. 여기는 물도 한 병씩 무료로 주는군. 좋다 좋아!

 

 

나는 먼저 해산물부터 맛을 보았다. 연어와 문어 숙회, 새우, 홍합, 초밥 들을 가져왔다. 호텔 음식인 만큼 재료도 신선했고 맛도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연어초밥과 햄말이 그리고 홍합.

 

해산물 그라탕. 오징어, 게, 새우 등이 들어가 있고 위에는 계란이 올려져 있다. 

 

방콕에 온 첫 날 먹었던 '마무앙 카우니아우(망고 찰밥)'

 

후식. 초코케이크와 각종 빵, 과일. 이것 말고도 음식을 더 많이 먹었는데 사진이 없네.. 먹느라 바빴나 보다.

 

뷔페가 차려진 진열대 모습. 

 

하나씩 다 맛보고 싶었지만 배가 불러서 먹어보지 못한 음식도 많아 아쉬웠다.

 

테이블은 모두 창가 쪽으로 배치되어 있다.

 

밥을 맛있게 먹을 동안 해는 점점 기울고 바깥이 완전히 어두워져 방콕의 야경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도로와 차들. 그리고 빽빽히 들어선 고층빌딩의 불빛들이 오늘의 밤을 더욱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낮에는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는 도로도 퇴근 시간이 지났는지 한산했다.

바로 아래층은 81층 레스토랑으로 지붕이 없는 루프탑 레스토랑이다. 여기로 할까 고민하다가 82층 뷔페로 예약했었다.

 

저녁을 다 먹고 84층 전망대에 올라갔다. 유리창은 없고 보호망만 설치해 방콕의 야경을 시원하게 볼 수 있었다. 야외 전망대는 회전 장치로 만들어 느린 속도로 이동하는데 한 바퀴 도는 데 5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내가 언제 또 여기 와보겠냐 싶어 오래오래 구경을 했다. 날씨가 맑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만약 비가 왔으면 야외 전망대는 올라오지 못하고 저녁만 먹고 가야 했을 것이다. 그냥 내려가기 아쉬워서 야경 사진도 원없이 많이많이 찍었다.

 

84층에 이런 입간판이 있어서 찍어보았다. 

 

구경을 마치고 9시가 다 되어서야 전망대를 내려 왔다. 호텔을 나오니 택시가 들고 나서 무척 혼잡했다. 다행히 호텔 직원이 입구에서 손님들에게 택시를 잡아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직원한테 지도로 우리 숙소를 알려주자 분홍색 택시를 잡아 주고 흥정도 해주었다. 200바트에 간다고 하여 탔는데 기사가 가다가 중간에 300바트를 얘기했다. 분명 200바트로 흥정하고 탔는데 슬그머니 300바트를 이야기하다니. 나 원 참! 역시 태국 기사들은 뚝뚝이든 택시든 정신 바짝 차려야지 여차하면 바가지쓰기 십상이다. 화가 치밀어올라 당장 내린다고 했더니 꼬리를 내리며 알았다고 200바트만 달라고 하였다. 기사가 화가 나서 갑자기 돌변하여 해꼬지 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했지만 그렇게 나쁜 사람을 아니었는지 숙소까지 잘 데려다 주고 200바트만 받고 돌아갔다. 밤이고 더구나 관광객인데 여기서 무슨 일이라도 나면 큰일 아닌가. 숙소에는 거의 10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아까 낮에 산 자석이다. 지금은 우리 집 냉장고 문에 붙여 놓았다. 해외 여행을 하면서 이렇게 자석을 하나씩 사서 냉장고 문에 붙여 놓으면 기념도 되고 한번씩 보면서 추억도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호주나 뉴질랜드, 중국에 갔을 때는 자석 생각을 못해서 사오지 않은 것이 지금도 많이 아쉽다. 그 때는 해외여행 초창기라서 미처 그런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오늘도 정말 알찬 하루였다. 물론 뚝뚝 기사에게 바가지를 쓰고 위만멕 궁전은 공사중이라 보지 못했고 택시 기사에게도 바가지를 쓸 뻔 했지만 그래도 방콕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지다는 사원 두 곳을 둘러보고 맛있고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밥도 먹고 아름다운 방콕의 야경도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다사다난했던 하루가 이렇게 저문다. 내일은 또 어떤 놀랍고 멋진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감을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