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여행기(7일차, 2018.1.26.금)-[푸켓] 시밀란 섬 투어
(이 글에서 설명은 '프렌즈 태국-안진헌'을 참고하여 썼다.)
오늘은 시밀란 섬 투어(1인당 2,300바트, 82,017원)를 하는 날이다. 이 투어도 한국에서 '몽키트래블 여행사'를 통해 미리 예약을 했는데 예약한 사람이 많았는지 다행히 취소가 되지 않아서 오늘 갈 수 있었다. 새벽 5시 50분쯤 미니 버스 기사가 온다고 연락을 받았기 때문에 오늘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했다. 아침은 누른밥과 햇반 2개를 먹고 호텔 1층 로비에서 기사가 오기를 기다렸다.
동이 트지 않아 밖은 아직 어두웠다. 시간에 맞추어 기사가 도착해 미니 버스를 탔다. 보트가 출발하는 탑라무 선착장까지 가는데 중간중간 우리 말고도 몇 팀을 더 싣고 아침 8시 30분쯤 선착장에 도착했다. 이미 예약한 손님들이 많이 와 있어 대기실이 북적북적했다. 먼저 줄을 서서 스노클링 장비와 구명 조끼, 오리발을 받고는 화장실도 다녀오고 몸에 선크림도 바르며 대기실에서 보트가 출발할 때까지 기다렸다.
대기실 한 쪽에는 이렇게 간단한 빵과 간식, 음료가 준비되어 있어 이것저것 가져다 먹었다. 아침은 먹었지만 그래도 맛보고 싶어 빵과 과자를 몇 조각 가져다 먹고 음료도 한 잔 마셨다.
드디어 출발 시간이 다 되었는지 가이드가 시밀란 섬에 대한 설명과 주의사항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너무 어려서 학생처럼 보이는 노란 모자를 쓴 여자가 가이드인데 얼굴도 귀엽고 영어도 유창하게 잘했다. 이 친구는 지금도 가이드를 하고 있으려나? 코로나19 여파로 예약 손님이 많이 줄어들었을텐데 말이다.
시밀란 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흔히 푸켓이 '안다만해의 진주'라면, 꼬 시밀란은 '안다만해의 보석'이라고들 말한다. 카오락에서 서쪽으로 50km, 푸켓에서 북서쪽으로 120km 정도 떨어진 꼬 시밀란은 섬 전체가 해상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공식적인 명칭은 무 꼬 시밀란 해상국립공원인데 총 면적은 140 제곱킬로미터로 1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 꼬 시밀란은 '시밀란 군도'라는 뜻이다. 해상국립공원 안에 있는 꼬 시밀란은 14개의 섬 중에 9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국립공원 관리소를 제외하면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이다. 시밀란은 '9'를 의미하는 말레어인 '쎔비람'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섬은 남쪽부터 번호를 매겨 북쪽의 9번 섬까지 길게 흩어져 있다.
9개의 섬 중에 가장 큰 섬인 8번 섬이 섬 전체 이름과 동일한 꼬 시밀란이다. 나머지 섬들은 꼬 후용(1번 섬), 꼬 빠양(2번 섬), 꼬 빠얀(3번 섬), 꼬 미앙(4번 섬), 꼬 하(5번 섬), 꼬 빠유(6번 섬), 꼬 힌뿌싸(7번 섬), 꼬 바응우(9번 섬)라고 불린다. 꼬 시밀란의 모든 섬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꼬 미앙(4번 섬)과 꼬 시밀란(8번 섬)만 해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데 두 섬은 11.5km 정도 떨어져 있다. 꼬 미앙은 전망대까지 걸어갈 수 있고, 공주가 사용하는 왕실 별장이 있다고 한다. 다른 섬들은 섬 주변에서 스노클링만 가능하다고.
꼬 시밀란은 화강암 바위와 곱고 흰 모래사장, 태양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에메랄드빛의 바다가 엽서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섬 주변은 산호와 열대어가 가득해 스노클링과 다이빙하기에 더없이 좋다. 덕분에 태국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세계 10대 다이빙 포인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섬 전체가 해상국립공원으로 보호되고 있고, 파도가 높은 우기에는 안전을 이유로 섬 접근 자체를 통제하기 때문에 때 묻지 않은 환상의 바다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우기에는 비가 많이 오고 파도가 높아 선박의 안전을 이유로 국립공원 방문 자체를 금한다고 한다. 5월 16일부터 10월 15일까지 섬에서의 숙박은 물론 섬 주변에서 스노클링과 다이빙도 금지된다. 꼬 시밀란은 건기에 해당하는 12월~4월이 여행하기 가장 좋다. 특히 3월은 바람이 거의 없어 잔잔한 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
가이드의 설명이 끝나고 우리는 화장실을 한 번 더 다녀왔다. 다른 승객들도 대기실에서 선크림을 바르거나, 이야기를 하거나 하면서 보트가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꼬 시밀란을 오가는 보트는 탑라무 선착장(타르아 탑라무)을 이용한다. 탑라무 선착장은 카오락에서 남쪽으로 8km, 푸켓에서 북쪽으로 90km 정도 떨어져 있다. 꼬 시밀란에 가려면 정규 보트 노선은 없고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투어 보트를 이용해야 하는데 나는 '시스타(sea star)' 보트에 예약이 되어 있었다. 선착장에는 일반 어선도 많이 정박해 있었다.
오전 9시 20분쯤 드디어 보트에 올랐다. 생각보다 보트가 작아 우리 말고도 10팀 정도가 탄 것 같다. 지정된 좌석이 없어 눈치껏 사람들 사이에 끼어 앉았다. 그리고 짐도 눈치껏 발밑에 잘 놓고 관리해야 했다.
스피드 보트라서 옆 사람 이야기도 잘 안 들릴 정도로 엔진 소리가 무척 컸다. 그리고 보트가 너무 빨리 달려서 머리가 사방으로 날렸다.
맞은 편에 앉은 부모님. 나는 자리가 없어 혼자 따로 앉았다. 부모님 옆에 앉은 부부와 아이도 한국말을 하는 걸 보니 한국에서 온 것 같았다. 우리 가족과 함께 유일한 동양 사람들이었다. 자리가 여유있지 않아서 저 엄마는 가는 내내 아이를 안고 가야 했다. 나는 큰 배를 생각했는데 작은 보트라서 화장실도 없고 의자도 딱딱하고 좁아서 좀 불편하고 힘들었다.
'sea star' 배의 승객인 걸 표시하는 팔찌. 이 팔찌를 확인한 후 배를 탈 수 있으므로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드디어 4번 섬인 '꼬 미앙'에 도착했다. 꼬 시밀란이 푸켓에서 멀어서 그런지 스피드 보트를 타고 왔는데도 1시간 30분이나 걸렸다. 이미 다른 보트들도 많이 도착해서 손님들을 내려주거나 싣고 있었다. 날씨도 정말 화창하고 바다 색깔도 아름다워서 기분이 무척 좋았다.
점심 때가 다 되어 우선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이미 섬에 뷔페로 차려져 있었다. 흰 쌀밥, 볶음밥, 스파게티, 치킨 등등 다양한 음식이 차려져 있어서 마음껏 먹을 수 있었는데 가이드가 정해준 점심 시간이 좀 짧아서 급하게 먹어야 했던 게 아쉬웠다. 나는 바다 풍경도 보고 사람들도 구경하면서 천천히, 여유있게 먹고 싶었는데 말이다.
내가 가져온 음식. 음식은 먹을만 했다.
점심을 먹고 짧은 점심 시간을 이용해 바다에 들어가 보았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바닷물이 에머랄드 빛으로 빛이 났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맑고 투명했다. 이렇게 맑고 투명한 바다는 처음이다. 이래서 '시밀란, 시밀란' 하는구나 싶었다.
숲길을 걸어서 반대편 바닷가에도 가 보았다. 국립공원으로 잘 관리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숲길을 걸어가는데 어둡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울창한 숲이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중간에 화장실이 있어 화장실을 갔는데 와우! 무지막지하게 큰 산모기가 온 몸을 사정없이 물어서 정말 따가웠다. 숲이 어두운데다가 화장실에는 습기도 많아서 모기가 많이 사나 보다. 모기 쫒느라 혼났네.
모기를 따돌리면서 가다 보니 '짜잔'하고 반대편 바닷가가 나타났다. 좁은 숲길 사이로 에머랄드 빛 바다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때는 내 심장도 조금씩 빨리 뛰기 시작했다. 바다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말이다. 여기도 이미 사람들이 많이 와 있었다. 사람들은 수영, 스노클링, 일광욕 등 다양한 모습으로 꼬 미양의 반짝이는 바다를 재미있게 즐기고 있었다.
빛나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컷. 내가 상상했던 이국적인 바다의 모습이다. 깨끗하고 하얀 배들이 떠 있고 바닷속이 훤히 보이는 맑고 투명한 바다와 밀가루처럼 고운 백사장에서 사람들은 물놀이와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 항상 꿈꾸던 장소에 내가 정말로 와 있다고 생각하니 새삼 행복함이 밀려왔다. 내 남은 생애에 이런 찬란한 풍경 속으로 또 다시 들어올 수 있을까?
밀가루처럼 곱고 하얀 백사장의 모래. 모래가 너무 고와서 발에 닿는 느낌이 부드럽고 폭신폭신했다.
스마트폰 파노라마 기능으로 찍은 꼬 미양의 바다와 백사장. 사람들이 맑고 깨끗한 꼬 미양의 바다를 마음껏 즐기고 있다.
내가 남긴 발자국. 지금은 물에 휩쓸려 흔적조차 남지 않았겠지만 여전히 꼬 미양의 바다과 백사장은 여전히 맑고 투명하며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백사장을 따라 걷다보니 백사장 끝까지 오게 되었는데 여기는 바위가 많고 인적이 드물었다. 이렇게 한적한 곳에서 유유자적 혼자 스노클링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 여기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물이 더 투명하고 깨끗했다.
백사장 끝에서 백사장 쪽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
다시 보트를 타고 8번 섬인 '꼬 시밀란' 근처로 이동했다. 섬에 도착하기 전에 먼저 스노클링을 했다. 그런데 구명조끼가 오래된 것인지 아님 내가 수영을 잘 못해서 그런지 물 속에서 중심잡기가 너무 어려웠다. 게다가 나는 수영도 못하고 스노클링도 처음이고 바다까지 깊어서 더 무서웠다. 처음에는 호기롭게 바다로 들어갔다가 물만 먹고 다시 보트로 올라와서는 놀란 가슴 진정 좀 시키면서 쉬었다. 부모님도 나와 마찬가지로 수영도 못하시고 스노클링도 처음이셔서 나와 같이 일찌감치 보트 위로 올라와 계셨다. 보트에 서서 다른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서너살 먹은 꼬맹이들도 바다 위에서 유유히 잘 돌아다녔다. 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 가족만 스노클링도 못하고 보트 위에 있어야 하는게 너무 아쉬웠다. 그러다 보트에 연결되어 있던 밧줄을 보게 되었는데 번뜩 밧줄을 잡고 다시 한 번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혹시 모르니 밧줄을 잡고 조심조심 바다로 입수. 다행히 밧줄을 잡으니 훨씬 안정된 자세로 떠 있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보트 주변에서만 맴도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떼지어 헤엄치는 아름다운 물고기들을 많이 보았다. 세계 10대 스노클링 포인트라고 명성이 자자하더니 과연 바닷물 속 세상도 무척 다채롭고 예뻤다. 물이 맑고 깨끗한 건 말할 것도 없고.
엄마가 찍어주셨는데 내 얼굴만 겨우 나왔다. 앞에 있는 보트는 다른 여행사 보트. 그 보트의 여행객들도 스노클링이 한창이다.
이번에는 내가 잘 나오게 잘 찍어 주셨다. 내 옆에 있는 파란옷을 입은 사람은 출발할 때 설명하던 귀여운 가이드인데 앞에 있는 흑인 여자가 초보인지 옆에서 같이 도와주고 있다.
내가 계속 밧줄을 잡고 다니자 재미있었는지 귀여운 가이드가 나에게 웃으며 말을 걸고 있다. 나중에는 나에게 밧줄을 놓고 자기 손을 잡으라고 하여 같이 돌아다니면서 더 넓은 바다를 스노클링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바닷물이 정말 맑고 깨끗해서 꽤 깊은 바다였는데도 바닥까지 훤히 다 보였다. 귀여운 가이드 덕분에 알록달록하고 예쁜 물고기들도 더 많이 볼 수 있어 즐거웠다.
그래도 꽤 오랫동안 물에서 놀았다.
보트에 같이 탔던 남자 가이드들이 엄마가 사진을 찍자 같이 브이를 하며 찍었다. 항상 밖에 있는 직업이라 그런지 피부가 새까맣게 탔다.
얼마나 긴 세월동안 파도에 부서지고 깎였는지 집채만한 큰 바위들이 동글동글해졌다.
이제 스노클링을 끝내야 할 시간. 사람들이 하나 둘 보트로 올라오길래 나도 올라왔다. 물안경에 구명조끼, 오리발까지 신고 기념사진 한 장 남겨야지.
드디어 8번 섬 '꼬 시밀란' 해변에 도착했다. 산 위에 동그란 바위가 위태롭게 서 있길래 사진을 찍었보았다. 해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서 꼬 시밀란의 아름다운 해변과 바다를 여유롭게 즐기고 있었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가이드를 따라 산 위에 있는 전망대로 올라갔다. 초록빛으로 빛나는 바닷물과 하얀 백사장, 유유자적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 여행객들을 싣고 온 많은 보트들이 어우러져 꼬 시밀란의 매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자리를 옆으로 이동하자 여기서는 바다 색깔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파란 하늘과 진파랑색의 깊은 바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지나가는 보트와 바닷속을 탐험하는 한 무리의 스노클링 부대가 절묘하게 어울려 한 폭의 그림같다.
전망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서 절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귀여운 가이드가 친절하게 포즈도 다양하게 알려주고 사진도 여러장 찍어주었다. 여기는 사진 명소인지 사진 찍는 사람이 많아서 한참 기다린 후에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셋이서 앉아 먼 바다를 바라보며 찍은 사진.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찍은 사진.
바로 앞에 작은 섬도 보이고.
산에서 굴러왔는지 둥글둥글 다듬어진 바위가 바다 가운데에 있었다.
돌산인지 산에 바위가 많았다.
수려한 풍경을 자랑하는 꼬 시밀란.
전망대에서 구경을 잘 하고 내려오는 길에 만난 꼬 시밀란임을 알리는 비석. 사실 올라가는 길에도 만났지만 그 때는 시간이 없어서 사진을 못 찍었다. 우리도 기념사진을 빼놓을 수 없지. 신발은 보트에 타고 나서 바로 벗어서 놓아두었기 때문에 모두 맨발이다. 산길을 다닐 때는 다행히 모두 고운 모래와 둥그런 바위나 돌만 있어서 맨발이어도 발이 아프지는 않았다. 다만 모래와 바위들이 하루종일 햇빛을 받아서 한 발 한 발 디딜 때마다 발바닥이 뜨끈뜨끈했을 뿐이다.
해변으로 내려와서 잠시 물놀이를 즐겼다. 그런데 백사장의 모래가 4번 섬인 '꼬 미양'보다 더 고와서 그런지 해변과 가까운 바닷물에는 모래가 섞여 탁했다. 바닷물은 꼬 미양이 훨씬 깨끗하고 맑았다.
꼬 미양보다 파도도 더 세게 쳐서 우리 가족같이 물놀이 초보들은 편안하게 물놀이 하기가 조금 힘들었다.
그래도 바닷물에는 한 번 들어가봐야지. 나는 수영을 못하니까 발이 닿는 곳까지만 갔다. 바닷물에 모래가 많이 섞여 있어서 전체적으로 부옇게 보였다.
이제 보트에 타야할 시간이다. 시밀란 군도는 푸켓에서 꽤 먼 거리이고 두 개의 섬을 하루에 다 돌아보아야 해서 여유있게 물놀이를 즐기거나 앉아서 쉴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섬에 들어갈 수 있는 시기에 여행을 오게 되어 운 좋게 아름다운 섬들을 구경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만약 여기를 여행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면 두고두고 아쉽고 후회가 되었을 것이다.
3시 30분, 승객들이 빠짐없이 다 오르자 보트는 다시 탑라무 선착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모터가 달린 스피드 보트인데도 불구하고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장장 1시간 30분여 동안 부지런히 달리고 나서야 5시쯤 선착장에 도착했다. 승객들은 하나같이 모두 지치고 피곤해 보였고 말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하긴 새벽에 일어나 하루종인 물놀이에 스노클링에 등산까지 했으니 피곤할만도 하지. 우리도 피곤하여 보트가 얼른 선착장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선착장에 도착하자 귀여운 가이드가 공용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으라고 안내해주었다. 우리는 샤워를 말끔히 하고 뷔페식으로 차려진 간이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런데 아침에 같이 떠났던 다른 여행사 보트의 승객들도 모두 모였는지 사람이 너무 많아 테이블이 꽤 많았는데도 앉을 자리가 없어서 겨우 비어있는 테이블 하나를 가까스로 찾을 수 있었다. 여기는 점심 때 먹었던 뷔페보다 음식 가짓수가 적어 먹을만한 반찬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비닐에 싸여있는 밥과 반찬이 될만한 것들을 가져와 먹었는데 배는 고프지만 피곤해서 그런지 입맛이 많이 돌지는 않았다.
디저트 코너. 각종 과자와 다양한 종류의 차들이 있었다.
디저트 코너를 둘러보다가 한 번 먹어보고 싶어서 가져왔는데 네슬레에서 만든 우유에 타 먹는 초콜렛 맛이 나는 가루였다.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이 우유에 많이 타 먹는 '제티' 같은 제품이다.
이것도 디저트 코너에서 가져왔는데 박하향이 나는 무설탕 껌이다. 나는 원래 껌 씹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데 호기심에 한국으로 가져와서 심심할 때 한 개씩 꺼내 씹어보았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며 저녁을 먹고 있다. 저녁 식사가 마무리될 때 쯤 승객들은 하나 둘 새벽에 타고 왔던 승합차를 찾아 차에 오르기 시작했다. 우리도 저녁식사를 마치고 새벽에 기사와 약속했던 6시가 다 되어 승합차를 찾아 나섰다. 주차장에 승합차들이 많이 있었는데 모두 모양이 비슷비슷해서 여기저기 둘러본 후에야 우리를 태우고 왔던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차에 타니 이미 몇 팀은 탑승해 앉아 있었다. 승객이 모두 오르자 기사는 이제 다시 푸켓의 숙소를 향해 열심히 악셀을 밟기 시작했다. 아침에 왔던 길을 그대로 되짚어 가는 길이다. 새벽에는 창밖으로 동이 트는 걸 보면서 왔는데 이제는 해가 지는 걸 보면서 가고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새벽에 우리가 가장 먼저 탔기 때문에 가는 길에는 가장 늦게 내렸던 것 같다. 3시간여를 달려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밤 9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천근만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우리 방으로 올라가는데 기분이 정말 좋았다. 드디어 내가 꿈꾸고 바랬던 안다만해의 보석, 꼬 시밀란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이렇게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섬에서 물놀이도 많이 하고 백사장에 누워서 파란 하늘도 바라보며 꼬 시밀란의 매력을 좀 더 충분히 느껴보고 싶었지만 하루 코스 여행으로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늦기 전에 파란 하늘과 그 하늘을 수놓은 하얀 구름, 에머랄드 빛 맑은 바다, 그 바닷속을 유유히 노니는 고운 물고기들이 어우러진 비경을 부모님과 함께 볼 수 있음이 감사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