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여행기(10일차, 2018.1.29.월)-[푸켓] 푸켓 타운, 한국으로 출발
(이 글에서 설명은 '프렌즈 태국-안진헌'을 참고하여 썼다.)
드디어, 이윽고, 마침내 태국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오늘은 열흘 간의 즐거운 태국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푸켓 공항에서 방콕의 수완나품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가 저녁 6시에 떠나니 여유롭게 푸켓 타운을 구경하고 느지막히 푸켓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오늘이 마지막 여행이라니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잘 마무리 해보련다.
아침으로 우리의 소울 푸드, 눌은밥과 김치, 김과 양념 간장으로 식사를 했다. 전기 멀티 쿠커를 가져왔는데 요긴하게 아주 잘 썼다. 눌은밥은 언제 먹어도 정말 구수하니 맛있다. 더구나 입맛이 없는 아침에 먹기에는 부드럽고 따뜻해서 이만한 음식이 없지. 김치도 넉넉히 가져왔더니 반 통 정도 남았다. 아마도 김치가 없었더라면 태국 여행이 이렇게 까지 재미있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해외 여행을 하다 보면 단어가 주는 고급스러움과는 별개로 때로는 지치고 힘들고 짜증이 나는 순간들도 많은데 그 때마다 아침으로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어 더욱 힘을 내 즐겁게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호텔 사장한테 방에서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한 소리 들었지만 그래도 어쩌랴. 일단 밥은 먹고 보아야 할 것 아닌가. 얼른 먹고 창문을 활짝 연 후, 어서 호텔을 빠져나가야겠다.
1차로 눌은밥을 깨끗하게 비우고 바로 엊그제 편의점에서 산 똠양꿍 컵라면으로 2차를 시작했다. 어떤 맛일까 무척 궁금했다.
뜨거운 물을 붓고 기다리는 3분의 시간이 오늘따라 더 길게 느껴졌다.
드디어 라면이 다 익었다. 보기에는 무척 먹음직스러워 보여 기대감이 한층 올라갔다. 후루룩! 한 젓가락을 먹어보니... 음, 뭐랄까...말 그대로 똠양꿍에 라면을 넣어 익힌 맛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한 마디로 그저그랬다는 말이다. 그래도 부모님과 맛있게 냠냠, 후루룩 쩝쩝 잘 먹었다. 내가 가 본 나라 중에 컵라면은 일본에서 사 먹었던 컵라면이 그래도 괜찮았다. 그래도 한국이랑 가까운 나라여서 그랬는지 적당히 매콤한 라면도 있고 한국의 '튀김우동'처럼 담백한 맛이 나는 컵라면도 있었다. 어쨌든 이렇게 태국에서의 마지막 아침 식사를 마치게 되었다.
아침을 먹고 창문을 활짝 열어 놓은 후, 짐을 챙겨 호텔을 나왔다. 엊그제 호텔에 온 첫 날 우리 방까지 무거운 짐을 날라다 준 젊은 남자 직원에게 푸켓 타운으로 가는 썽태우(트럭을 개조해 만든 간이 버스)를 어디서 타는지 자세하게 물어 보았었다. 호텔이 있는 골목을 나가서 큰 길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썽태우가 지나갈 텐데 손을 들고 세우면 된다고 했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가게들도 아직 문을 열지 않았고 인적도 드물었다. 관광객들을 픽업하러 가는 차들만 간간히 지나갈 뿐이었다.
한 20분 정도 기다리자 멀리서 썽태우가 오는 것이 보였다. 얼른 손을 들어 차를 세우고 기사에게 푸켓 타운에 간다고 말하니 타라고 했다. 군용 차량처럼 사람들이 마주볼 수 있게 길다란 나무 의자가 있는 버스였다. 트럭을 개조해서 만든 버스라 무거운 캐리어를 들어 썽태우 안으로 올리는데 무척 힘이 들었다. 간신히 무거운 캐리어 3개를 다 올리고 자리에 앉자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썽태우가 출발했다. 차 안에는 외국인 3명이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창문이 없고 사방이 뚫려 있어 바람에 머리가 이리저리 제멋대로 휘날리는 것과 썽태우에서 나는 매연뿐만 아니라 다른 차들의 매연까지 고스란히 마시면서 가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다. 대신에 사방이 다 뚫려있어 여기저기 구경하며 가는 재미는 쏠쏠했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아침을 여는 태국 사람들도 많아졌다. 엄마가 말씀하시길 태국 사람들은 참 부지런하다고 하셨다. 일년 내내 따뜻하고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여서 곡식과 과일, 생선들이 무척 흔하고 먹을 걱정이 없는데도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썽태우는 시골길을 열심히 달리고 달려 약 1시간 후에 푸켓 타운에 도착했다. 푸켓 타운까지 썽태우 비용은 1인당 40바트(1,360원)였다. 비용을 썽태우를 탈 때 냈는지 아니면 도착해서 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시간에 비해 비용이 무척 저렴했던 것만은 확실하다. 매연 때문에 숨쉬기가 좀 거북했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푸켓 타운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간 곳은 다름 아닌 우체국이었다. 'Ratsada'우체국이 썽태우에서 내린 곳과 가까웠고 미리 구글지도로 위치를 확인했기 때문에 헤매지 않고 잘 찾을 수 있었다. 나는 해외 여행을 가면 기념엽서를 사서 지인이나 나에게 엽서를 써서 한국으로 보내곤 했는데 태국에서도 그냥 지나칠 수 없지. 푸켓에 도착한 첫 날, 호텔 데스크에 낡은 기념 엽서가 한 장 있길래 짐을 날라 준 그 친절한 청년에게 가져가도 되냐고 물어보았더니 괜찮다고 하여 얻어왔었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나에게 엽서를 썼는데 그 엽서를 부치기 위해 제일 먼저 여기에 들른 것이다. 이렇게 해외에서 엽서를 부치면 약 2주 후에 우리 집에 엽서가 도착하는데 엽서가 도착하기까지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하루하루가 무척 설렌다. 그리고 마침내 엽서를 받았을 때의 그 기분이란... 기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는 그런 기분이랄까. 그리고 엽서를 읽어 본 후 상자에 고이 간직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면 가끔씩 꺼내어 다시 읽어보기도 한다. 그러면 여행을 갔을 때의 그 풍경과, 음식과, 경험과, 기분들이 고스란히 다시 생각이 나고 느껴져 잠깐 동안 행복해지는 것이다.
나는 내 삶의 작은 행복을 위해 엽서를 부쳤다. 엽서는 작은데 글을 너무 빽빽하게 써서 직원이 어디에 우표를 붙여야할지 모르겠다면 난감해했다. 잠시 생각하더니 뒷면에 우표(15바트, 510원)를 붙여주었다. 아무쪼록 한국까지 무사히 잘 가서 나에게 짠 하고 선물처럼 와 주렴!
사진에서 보이는 3개의 창구 중 저 안쪽에 맨 끝에 있는 남자 직원이 나의 엽서를 부쳐주었다. 그리고 화장실을 물어보았을 때 친절하게 2층에 있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그 우체국 직원은 지금도 맨 끝에서 매일매일 성실하게 업무를 보고 있겠지. 엽서를 부치고 2층에 있는 화장실에 들렀는데 변기와 세면대가 1개씩 있는 화장실이 필요 이상으로 매우 넓었다. 무슨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방처럼 넓은 화장실에서 혼자 볼일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좀 이상했다.
엽서도 부쳤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푸켓 타운 유람을 나서 볼까. 푸켓 타운은 태국에서 가장 큰 섬이 푸켓의 행정 중심지로 '므앙 푸켓'이라고 불린다. 푸켓의 유명한 해변들과는 다르게 외국 관광객들에게 큰 영향을 받지 않고 태국적인 삶을 영위하는 도시라고 한다. 이 도시는 16세기경부터 해상 무역에 종사하던 화교들이 정착하며 형성되었다. 19세기에는 유럽과 아랍, 인도, 중국 상인들까지 드나들었다고 한다. 고무와 주석을 수출하며 부를 축적했는데, 부유한 도시답게 방콕보다 빨리 도로가 포장되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 건설한 유럽과 중국 양식이 혼합된 시노-포르투갈 건물들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푸켓 타운에서 건재함을 가득 과시하며 줄지어 늘어서 있다.
거리를 지나다가 유럽풍의 건물이 예뻐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푸켓 타운에는 이런 모양과 색깔의 건물들이 대부분이어서 동남아시아에 와 있다기 보다는 유럽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카오산 로드에서 샀던 태국스러운 코끼리 바지를 입고 기념사진 한 장 찰칵 찍어 보았다.
건물은 무척 낡았는데 외벽을 알록달록 파스텔 톤의 색깔로 칠해 아기자기한 멋스러움이 느껴졌다.
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관광안내소 같은 곳에 들어가 화면으로 보았던 지도. 어느 장소를 표시한 지도인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때는 가고 싶었던 건물을 찾기 위해서 검색을 한 것 같다. 관광안내소에 들어오니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놓아 굉장히 시원했다. 게다가 화장실도 호텔 수준으로 깨끗하고 앉아서 쉴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도 있었다. 바깥 날씨가 무척 더운데다 짐을 맡길 곳이 마땅치가 않아 커다란 캐리어 3개를 끌고 다니느라 썽태우에서 내린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우리는 벌써 지쳐있던 때라 여기서 화장실도 다녀 오고 물도 마시고 에어컨 바람도 쐬면서 한참을 쉬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는 푸켓 타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시계탑이 멋진 옛 경찰서 건물이었다.
사진으로 보이는 옛 경찰서 건물 1층에 관광안내소가 있다. 그 때가 벌써 11시 30분쯤 되었나보다. 조금씩 배가 고팠을 시간이군.
경찰서 건물 맞은편에는 푸켓 최초의 은행이자, 푸켓 최초의 석조 건물인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이 있었다. 지금은 은행 업무는 보지 않고 건물만 남아 있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사진을 찾아 보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찰서와 은행 모두 외벽이 흰색으로 페인트가 많이 벗겨져 매우 낡은 느낌이었는데 최근에 페인트 칠을 다시 했나 보다. 따뜻한 느낌의 파스텔 톤 색깔로 칠하니 아주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변했다. 건물 앞에 노란색 꽃을 실은 주인 없는 자전거는 마치 일부러 연출을 한 듯 화사한 은행 건물과 아주 잘 어울렸다. 내부도 구경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밖에서만 훑어볼 수밖에 없어서 무척 아쉬웠다.
다시 골목길 구경하기.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골목처럼 예쁜 색깔의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건물들에 전구가 연결되어 있는 걸 보니 밤이 되면 루미나리에처럼 화려하게 불이 켜질 것 같았다. 밤이 되면 도시가 더 멋진 모습으로 변할 것 같은데 그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발길 닿는 대로 이 골목, 저 골목을 구경하다가 공원이 있어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날은 점점 더 더워지고 무거운 캐리어를 3개나 끌고 돌아다니려니 힘이 많이 들었다. 공원의 나무 아래서 자리를 잡고 앉아 흐르는 땀도 식히고 어디서 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우리나라 벌집핏자를 닮은 과자가 가방에 있어 과자를 먹으며 허기도 달랬다. 나무가 제법 커서 그늘이 넓어 조금 앉아 있으니 금방 땀도 식고 시원해졌다.
태국어로 써 있어서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봉지에 고기 꼬치를 그려놓은 것을 보니 구운 고기 맛이 나면서 짭짤하고 맛있었던 것 같다.
과자를 다 먹고 다시 골목길 구경에 나섰다. 이곳저곳을 한참 구경하다가 바나나 로띠를 파는 가게를 보게 되었다. '로띠'는 인도어나 말레이어에서 '빵'이라는 뜻이며, 인도나 파키스탄, 아프리카 등에서 일반적으로 먹는 전립분을 사용한 무발효 빵의 일종이라고 한다.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는 대부분 식사로 로띠를 먹지만 태국의 로띠는 저렴한 가격에 든든하게 먹고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국민 간식으로 사랑을 받는다고 한다. 먼저 팬에 넉넉하게 기름을 두르고 얇은 밀가루 반죽을 펴서 구운 다음 그 위에 원하는 재료를 놓는데 바나나, 딸기, 망고, 파인애플 등의 과일을 넣거나 초콜릿, 치즈, 벌꿀, 계란 등을 넣어서 먹기도 한다. 이렇게 구운 로띠 위에 연유나 설탕, 초콜릿 시럽 등을 듬뿍 뿌리면 달콤한 로띠가 완성된다고 한다.
주인 아주머니가 밀가루 반죽과 달걀, 바나나 등을 쌓아놓고 열심히 로띠를 굽고 계신다. 가게 안에는 이미 몇 명의 손님들이 앉아서 달콤한 바나나 로띠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비어 있는 테이블에 가서 앉아 바나나 로띠 1개를 주문했다.
우리가 주문한 바나나 로띠가 완성되었다. 밀가루 반죽이 노릇노릇 먹음직스럽게 구워지고 안에는 바나나가 들어있고 위에는 연유를 뿌려서 무척 달달하고 맛있었다. 엊그제 환전한 바트가 약간 부족해서 1개만 시켜서 먹었는데 돈이 넉넉했다면 몇 개 더 시켜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점심 때가 지나니 날씨도 덥고 캐리어를 끌고 돌아다니는 것도 힘들어서 푸켓 타운 터미널을 찾아 일찌감치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일단 지도를 보고 터미널 위치를 확인한 다음 부지런히 걸었다. 다행히 헤매지 않고 터미널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공항으로 가는 버스 시간표를 확인한 다음 버스에서 먹을 점심을 사기 위해 터미널 근처를 돌아보았다. 여기저기 돌아보다가 볶음밥과 팟타이, 쌀국수 등을 파는 노점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가보니 간이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 사람도 있고 스티로폼 도시락에 담아서 사가는 사람도 많았다. 그래서 우리도 볶음밥 1인분(40바트, 1,360원)을 도시락에 담아 가기로 했다. 원래는 3인분을 사야 했지만 환전한 바트가 모자라서 1인분만 샀는데 그렇다고 환전을 하기에도 애매하게 돈이 남아 어쩔 수가 없었다. 이제 공항으로 가는 버스비를 내면 환전한 바트가 거의 딱 맞을 것 같았다.
음식은 맛있어 보였는데 노점이라 위생 상태는 좀 걱정스러웠다. 얼마나 오래 썼는지 코팅이 다 벗겨진 큰 후라이팬에 주문받은 음식을 만들고 바로 주방세제로 씻고는 물만 한 번 대충 끼얹어 거품을 닦고 다시 요리를 했다. 평소같았으면 이런 음식은 절대 먹지 않겠지만 이런 것도 다 추억이 되는 거라고 혼자 마음을 달래며 주인 아주머니가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구경했다.
코팅이 벗겨진 후라이팬에 밥과 여러가지 채소를 넣고 아주머니가 열심히 볶고 있다.
볶음밥을 사서 돌아오니 공항으로 가는 버스가 터미널에서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푸켓 공항까지는 1인당 100바트(3,400원)을 내면 된다. 다행히 빈 자리가 있어서 부모님은 앞에 나란히 앉으시고 나는 바로 뒤에 혼자 앉았다. 다른 승객들도 하나 둘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버스가 출발하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서 나는 혼자 내려 아까 경황이 없어 하지 못한 터미널 구경을 잠깐 했다. 대합실이 넓고 깨끗했고 의자도 많았다. 중앙에는 매점도 하나 있고 매점을 돌아가면 매표소도 있었다.
우리가 타고 갈 공항 버스이다. 눈에 잘 띄는 노란색 버스이다. 특이하게 운전석 쪽으로 문이 나 있어 이 곳으로 사람들이 타고 내렸다.
대합실에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별로 없어 무척 한산했다.
버스터미널과 푸켓 공항을 오고 가는 공항 버스 시간표이다. 약 1시간~1시간 30분 간격으로 버스가 있고 푸켓 공항까지는 약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우리는 오후 1시 버스를 탔었다.
아까 노점에서 산 볶음밥이다. 각종 야채와 돼지고기가 조금 들어간 볶음밥인데 1인분치고는 양이 꽤 많다. 맛도 평균 이상으로 맛있었다. 이 정도 양에 이 정도 맛인데 1,300원 정도밖에 안하다니 정말 저렴하고 맛있는 한끼였다.
시간이 되자 버스는 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중간 중간 버스 정류소에서 사람들이 계속 타고 내리고 했는데 푸켓 타운을 벗어나자 한적한 시골이 나타났다. 하교하는 학생들인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시골 정류소에서 이따금씩 내리기도 했다. 그렇게 시골길을 한참 달려 드디어 1시간 20분여만에 푸켓 공항에 도착했다. 우리는 국내선을 타고 방콕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국내선 앞 정류소에서 내렸다. 그런데 여기는 특이하게 공항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여권을 확인했다. 여권을 캐리어에 넣어 놓아서 찾느라 직원 앞에서 캐리어를 열었는데 이것저것 살림살이들이 보여 조금 민망했다. 우리가 밀입국이라도 하는 사람들처럼 보였는지 왜 하필 우리한테 여권을 보여달라고 하는 건지 원. 어쨌든 여권을 보여주자 들어가라고 통과시켜 주었다. 푸켓 공항에 도착하고 보니 아직 4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 시간이 저녁 6시이므로 공항 대합실에서 한참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여기는 시원한 에어컨도 빵빵하게 나오고 앉아있을 수 있는 의자도 있어 다행이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점심을 부실하게 먹어서 그런지 배가 고파 가방 안 있던 과자를 꺼내 먹었다. 어디서 산 과자인지 잘 생각은 나지 않는데 얇은 감자칩이었던 것 같다.
푸켓 공항 내부. 1층은 대합실이고 2층은 음식점과 상점들이 있었다. 역시 관광 도시 답게 비행기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정말 많았다. 나처럼 방콕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다른 도시, 또는 다른 나라로 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셀프로 체크인을 할 수 있는 기계도 있었다.
한참을 의자에 앉아 기다린 끝에 드디어 탑승 수속을 마치고 탑승권을 받았다.
탑승 수속을 마치고 9번 게이트 앞 대합실로 갔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여기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세 명이 앉을 자리도 없어서 간신히 빈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우리가 탈 비행기인지 비엣젯에어 비행기가 정차해 있다.
드디어 5시 20분에 9번 게이트가 열리고 비행기 탑승이 시작되었다. 나는 창가에 앉았는데 내가 앉은 자리에서 푸켓 공항 모습이 잘 보여 사진을 찍어 보았다. 많은 차들과 기계들이 자기 할 일을 찾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비행기가 이륙하여 구름 위로 올라왔다. 아래로는 멀리 바다가 보이고 멋진 구름 위로 저녁의 햇빛이 비쳐 무척 아름다웠다.
마치 회오리처럼 퍼져있는 구름의 모습.
마침 해가 지고 있어 붉은 노을이 하늘을 수놓았다. 땅에서 보는 것보다 더 강렬하게 빛나는 노을이 멋지다.
곧 장대비라도 뿌릴 것처럼 어두운 구름이 두껍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뒤로는 하늘이 불에 활활 타오르는 것처럼 붉은 빛으로 물들고 그 앞으로는 마치 누가 빚어 놓은 것처럼 거대하고 음산한 구름 기둥이 가로막고 있어 꼭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나와 별들 사이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사는 인간계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신들이 사는 천상계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멋진 노을과 구름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고 밖은 깜깜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비행 시간 1시간 30분이 금새 지나고 방콕의 수완나품 공항에 벌써 착륙할 시간이 다 되었다. 방콕에 가까워오자 방콕에 도착한 첫 날 비행기에서 보았던 도시의 화려한 야경이 오늘도 어김없이 화려하게 반짝였다. 시간은 저녁 7시 30분을 향해 가고 있었다.
수완나품 공항. 늦은 시간인데도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지고 각자 다른 행선지로 떠날 사람들로 공항은 북적북적했다.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지극히 태국스러운 조형물이 있어 사진으로 남겨보았다. 그리고는 태국 동전이 남아서 동전을 다 쓰기 위해 여기저기 가게를 둘러보다가 간단한 의약외품, 생필품 등을 파는 'Roots'에 들러 각기 다른 세수비누 2종류(41바트, 14바트, 1,394원, 476원)를 샀다. 정말 1바트까지 동전을 모두 쓰려고 얼마나 머리 아프게 계산해서 골랐는지 모른다. 다행히 집에 와서 써 보니 향도 괜찮고 비누 품질도 괜찮았다.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해서도 여전히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우리가 타야 할 비행기는 제주에어로 밤 12시 15분부터 탑승이 시작되어 12시 45분에 출발하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공항 대합실에서 장장 5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설상가상으로 환전한 바트를 다 써서 제대로 된 저녁도 못먹었다. 엄마는 원래 배가 고프면 무척 예민해지시는데 저녁을 못 사드리고 한국에서 가져와 남아있던 신라면을 생으로 부셔서 셋이 나눠 먹었더니 나중에는 배가 많이 고프셨는지 비행기에 타서 전혀 화를 내실 상황이 아닌데 갑자기 화를 내셨다. 죄송하기는 했지만 나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아서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엄마랑 말도 하지 않고 잠만 잤다. 지금 생각해보니 왜 그랬나 싶다. 해외에서 결제가 되는 신용카드도 가져 갔는데 수수료가 나오면 얼마나 나온다고 그거 아끼겠다고 부모님 저녁도 못 사드렸는지. 에고, 쓸데없는 데에서 왜 그리 궁상을 떨었나 싶다.
마무리가 좀 좋지는 않았어도 그래도 여행도 내가 계획했던 대로 잘 끝냈고, 매일매일 다르게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를 경험하며 즐거웠고, 무엇보다 건강하게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 이제 다 끝났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밀려왔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자 태국에서 열흘동안 여행했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이번 여행도 오롯이 나의 힘으로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생각이 들어 무척 뿌듯했다. 여행이 끝났다는 생각에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반면에 편안하고 아늑한 나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즐겁기도 했다. 아! 이제 집에 가서 시원하게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그동안 제일 먹고 싶었던 김치찌개에 밥을 비벼서 맛있게 먹고 늘어지게 한숨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