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태국(2018)

태국 여행기(11일차, 2018.1.30.화)-귀국

anna325 2021. 2. 11. 22:48

비행기 안에서 엄마와 한 마디도 안하고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다. 자리가 편하지 않아서 잠도 오지 않고 이미 한밤중이라 밖도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비행기 안에도 승객들이 편히 잘 수 있도록 전등을 몇 개만 켜 놓아서 가끔 화장실에 가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할 일도 없었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지루한 시간도 조금씩조금씩 흘러가 도착 예정 시간이었던 한국 시간 아침 8시 5분이 가까워 오자 비행기는 천천히 착륙을 준비했다. 기장이 착륙 준비에 대한 방송을 하자 아무 사고 없이 안전하게 한국에 도착했다는 생각이 들어 비로소 안도감이 들었다. 비행기가 멈추자 다른 승객들과 함께 우리도 서둘러 짐을 챙겨 공항으로 향했다.

어제 점심부터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해 몹시 허기가 졌던 우리는 짐을 찾아 세관을 통과하자마자 공항에 있는 식당가로 가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공항이라 그런지 이른 아침인데도 대부분의 식당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무엇을 먹을까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4층 식당가에 있던 '서울'이라는 한식당에 들어갔다. 메뉴판을 보고 우리가 시킨 음식은 해물 순두부 찌개(8,900원), 알탕(11,000원), 오색 비빔밥(8,900원)이었다. 아침은 아빠가 계산해주셨다. 조금 기다리자 음식이 나왔다. 배가 매우 고팠던 우리는 열심히 식사를 했다. 음식은 '매우 맛있다' 정도는 아니었고 그냥 보통 정도였다. 아침을 먹으며 엄마와도 화해를 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아님 오랜만에 한국 음식을 먹어서 그랬는지 식사가 끝날 무렵에는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내내 긴장하고 있던 몸과 마음이 한결 부드럽게 풀리는 느낌이었다. 

 

알탕

 

오색 비빔밥

 

해물 순두부 찌개. 주 메뉴만 다르고 밑반찬이 모두 똑같았다. 3가지를 시켜 서로서로 나누어 배부르게 잘 먹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더니 조금씩 힘이 나는 것 같았다. 태국은 더운 여름 날씨였지만 지금 한국은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겨울이라서 캐리어에서 점퍼를 꺼내 입었다. 아니나 다를까 천안으로 내려가는 공항 버스를 타기 위해 매표소가 있는 밖으로 나오자 옷 속으로 파고드는 칼바람이 어찌나 매서운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태국에서 며칠 있었다고 한국의 추운 겨울 날씨가 금방 적응이 안 되었다. 칼바람을 뚫고 매표소에 가서 알아보니 마침 천안으로 가는 버스가 곧 있어서 표를 끊었다. 아까 아침 식사에 이어 공항 버스비(1인당 15,700원)도 아빠가 계산해주셨다. 출발 시간까지는 조금 시간이 남아 다시 공항 대합실로 들어와 화장실에 다녀와서 버스가 올 때까지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드디어 버스 출발 시간이 다 되어 나가보니 공항 버스가 와서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리무진 버스라 자리가 넉넉해서 편안하게 천안까지 잘 갈 수 있을 것 같다. 인천 공항에서 천안 터미널까지는 1시간 30분~2시간 정도 걸리는데 집에 간다고 생각하니 그 시간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창밖을 구경하면서 가는데 태국 여행을 하고 와서 그런지 마치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처럼 차창밖으로 지나가는 한국의 풍경들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2시간여가 지나고 드디어 천안 터미널에 도착했다. 낯익은 터미널을 보자 갑자기 태국 여행이 끝난 것이 실감이 나면서 무척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아쉬워한다고 해서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여행이 끝난 것은 끝난 것이고 어쨌든 우리는 집으로 가야한다. 

작고 낡았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포근하고 아늑한 집. 우리는 다시 집에 도착했다. 우선 깨끗이 씻고 갓 지은 하얀 쌀밥에 참치를 넣은 김치찌개를 쓱쓱 비벼 늦은 점심을 먹었다. 한국에 돌아오면 가장 먹고 싶었던 하얀 쌀밥에 참치김치찌개, 이 환상의 조합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으랴. 꿀맛같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우리 셋은 뜨끈한 방에 누워 뒹굴뒹굴하며 여독을 풀었다. 

기분이 참 좋았다. 늘 그랬듯이 이번 태국 여행도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매 순간순간이 늘 새롭고 즐겁고 행복하고 맛있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어떤 사고나 사건 없이 안전하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으니 당연히 기분이 참 좋을 수밖에.

사랑한다.

이번 여행을 꼼꼼하게 계획하고 성공적으로 마친 나도 사랑하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늘 내편에서 응원하고 지지하며 나를 도와주신 우리 부모님도 사랑하고, 우리에게 평생 잊지 못할 화양연화와 같은 시간을 선물해준 태국도 진심으로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