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처럼-부여 무량사
*절 입구 '광명문'. 우리나라 지도가 그려져 있다.
2006년 7월 8일 토요일 날씨 : 맑음
시골에 내려왔다.
운전연습을 핑계삼아 가까운 곳에 볼거리를 하나씩 찾아다니고 있는데 오늘은 무량사로 당첨..
절 입구로 들어가는 2km의 길은 은행나무가 촘촘히 심어져 있다. 가을에는 더욱 운치있을 것 같은데 가을에 한 번 더? 길 양쪽으로 오밀조밀 모여있는 마을은 전형적인 사하촌이라고 한다. 꼬마 아이들 몇몇이 관광객쯤은 아무 상관 없다는 듯 평화롭게 놀고 있다.
절의 길들은 경사가 완만해 천천히 산책하듯이 걸을 수 있다. 숲처럼 나무가 울창하고 시원한 개울도 흐르고 절 이름대로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극락전은 겉으로는 2층인데 안에서 올려다보면 1, 2층이 트여있는 구조로 우리나라에 몇 없는 구조라고 한다. 극락전과 석탑과 석등이 일직선으로 놓여있어 정돈된 느낌을 주었다. 정림사지 5층 석탑과 닮은 석탑을 이 각도, 저 각도에서 찍어보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번 하다가 그만두었다.
극락전 뒤편에는 영산전이 있는데 매월당 김시습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조선 세조 때 생육신의 한 사람이다. 세상에 대한 불만이 초상화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당대 지식인으로서 뜻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평생을 유랑하며 살았다는데 그 격한 냉소가 한 여름에도 오소소 소름을 돋게 했다.
영산전에서 더 들어가면 시원한 개울이 나온다. 손을 담가봤는데 물이 얼음장처럼 차다. 작은 폭포들이 만들어 내는 물안개도 예쁘고 에어컨 부럽지 않은 시원한 바람도 일품이다. 더위를 많이 타는 엄마는 여기서 여름을 났으면 좋겠다 하신다. 하긴 이렇게 조용하고 시원한 곳에서 한 달만 있어도 몸이고 마음이고 말끔해지겠다.
더운 여름 날 예고없이 소나기를 만난 기분이랄까.
명징하게 가만가만이 다가갈 수 있는 곳.
아무래도 은행잎이 물들 즈음 다시 와봐야 할까 보다.
*입장료 1800원
*주차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