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푸른여행-제주도 자전거 여행(2004)

제주도 자전거 여행 (3) 곽지 해수욕장-중문

anna325 2007. 1. 18. 17:35

2004년 7월 9일 금요일 날씨 : 맑음

곽지 해수욕장~중문 A.M. 7:00~ P.M. 8:00

나말고는 사람이 없어서 가정집 같이 큰 민박집을 혼자서 썼다.
아침에 7시쯤에 출발했는데 엉덩이 뼈가 욱신욱신 쑤시는 느낌이 든다.

안개가 끼어 있는지 구름이 끼어 있는지 뿌연 하늘이었다. 곽지 해수욕장을 벗어나자 해안도로가 나타났다. 잔잔한 바다. 고요한 풍경이었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차도 다니지 않아 도로를 마음 놓고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한림항 주변에서 훼미리마트를 발견. 990원짜리 샌드위치를 샀는데 음료수를 하나 덤으로 주었다. 행사 기간인가 보다.

다시 한림항을 벗어나자 협재 해수욕장이 나타났다. 해수욕장 앞에 비양도가 있는 그 곳.

에메랄드 빛의 바다. 그 특유의 아름다움.

협재 해수욕장은 제주도에서도 아름다운 해수욕장으로 손에 꼽히는 곳이다. 아침이라 사람도 별로 없고, 부탁해서 사진도 찍고, 혼자여서 약간 외로웠지만 그래서 더 좋았던 곳이었다.

그 곳을 벗어나 찾아간 곳은 금릉 석물원인데 입장료가 없다. 제주 하이킹 사장님이 추천해 주신 곳이라 갔는데 별로 볼 건 없었다. 열심히 공사 중인 것으로 보아 몇 년 안에 유료화가 될 듯 하다.

다음에는 일주도로를 타지 않고 설록 박물관으로 가는 샛길로 들어섰다. 갓길이 없어서 불편한데다가 산 속이라 그런지 오르막 길이 많아서 얼마 달리지도 않았는데 힘이 들었다. 아마도 자전거를 탄 시간보다 끌고 간 시간이 더 많지 않았나 싶다.

중간에 분재 예술원이 있었는데 개인 소유라 그런지 입장료를 7000원이나 받았다. 분재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 비싼 입장료를 낼 필요가 없지 하면서 설록 박물관으로 페달을 밟았다.

태평양 회사가 녹차 밭을 가꾸면서 홍보 차원에서 만든 박물관인데 외관부터가 참 멋있었다. 세련되고. 물론 박물관이 아니라 안은 홍보관 수준이었지만 --;; 몇가지 차와 음식을 팔고 있었는데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어 보고 싶어서 컵으로 하나 샀다. 조그만 게 2500원이나 했는데 비싸다고 속으로 투덜댔지만 맛은 달지 않고 부드러운게 먹을 만했다. 여기는 공원처럼 야외도 잘 꾸며 놓아서 가족끼리 와서 놀다 가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 같다. 물론 나처럼 혼자 오면 심심하지만.

모슬포에 가기 위해 들어선 길은 고맙게도 내리막 길의 연속이었다. 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간다. 덕분에 모자를 벗고 달렸다. 모슬포에서는 마라도로 가는 여객선이 하루 두 번 밖에 없다고 해서 내일 오라는 차가운 매표원을 뒤로 하고 유람선 타는 곳으로 갔다. 마라도 유람선은 송악산에서 출발하는데 제주 하이킹 까페에서 본 자료에 의하면 3시가 마지막 배이다. 2시쯤 모슬포를 출발했으니 넉넉하다 싶었는데 웬걸! 2시 30분 배가 막 떠나려는 상황이었으며, 게다가 마지막 배였다.

10분의 여유 밖에 없다. 서둘러 자전거를 세우고 짐을 챙기고 이름과 나이, 주소를 적고 표를 샀다. 배에서 뭐라고 방송을 하는 것 같다. 다급해진 내가 “지금 떠나는 거 아녜요?” 외치자 검표원 할아버지가 괜찮다며 안심을 시켜주신다. 그 바쁘신 와중에도 나는 정신을 차려 내가 제주 하이킹에서 자전거를 빌렸음을 알렸다. 그래서 20% 할인을 받았다^^

우리나라 최남단 작은 섬 마라도.

바다에 뿌려진 금가루와 푸른 초원, 교회, 하얀 등대, 마라 분교, 바다를 향해 놓여 있는 나무 의자, 그리고 강아지와 놀던 꼬마 아이의 까르르 웃음 소리과 아이의 친구인 강아지.

순수하고 맑은 섬. 마라도.

자장면 집과 횟집이 없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지만 그것마저도 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것을.
작은 나무의자에서 앉아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

산방산과 용머리 해안은 그냥 지나쳤다. 꽃처럼 아름답다는 산방산은 멀리서 보니 종 모양을 하고 있었다. 거의 90도에 육박하는 해안도로를 오르고 나니 힘이 빠져서 구경할 힘마저 없었다.

중문에는 8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도중에 한솥에서 2600원짜리 도시락을 먹고 민박은 지도에 나와 있는 새집 민박에서 15,000원에 잡았다.

너무나 피곤했지만 롯데 호텔 야경도 구경했다. 건물 뒤 정원으로 들어가는 길을 몰라 한참을 헤맸지만 언덕에서 바라본 불빛들, 풍차, 분수, 야외 공연은 볼만했다. 사진도 찍었는데 눈이 토끼 눈처럼 나왔을 것 같다. ㅋㅋ

가까스로 밤 11시가 돼서야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았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