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무작정 떠나기-버스여행(2004)
겨울 여행(2)-담양 소쇄원
anna325
2007. 1. 19. 07:52
2004년 1월 29일 목요일 날씨:맑음
-소쇄원-
오늘은 소쇄원에 들렀다. 터미널에서 광주역(17번), 광주역에서 소쇄원(125번)으로 이동했는데... 광주역에서 무려 한 시간이나 기다려서야 소쇄원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소쇄원가는 버스는 약 한 시간마다 한 대씩임) 오는 버스마다 일일이 확인하면서 눈이 빠지게.. 그리고 너무나 간절하게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남학생도 기다리는 버스가 오지 않는지 나와 같이 기다리고 있었다. 별 신경 안썼는데 한 시간 째 버스를 타지 못하고 있는 내가 궁금했던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목포에서 어제 올라왔는데 놀랍게도 소쇄원에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뜻하지 않게 같은 버스를 타고 함께 소쇄원 여행을 시작했다.
광주 시가지를 벗어나 황량한 시골 벌판을 지나니 광주호가 나타났다. 겨울 햇살을 받아 호수 표면이 반짝이며 빛이 났다. 그리고 조금 더 가자 소쇄원이 나타났다.
소쇄원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유홍준 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라는 책에서였다. 소쇄원을 어찌나 잔잔하고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던지 이번 여행에서는 꼭 가보리라 벼르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나!.. 내가 가 본 소쇄원은 솔직히 실망이었다. 내가 상상했던 소쇄원은 울창한 숲에 여기 저기 단아한 건물들이 겹겹히 쌓여있는 그런 곳이었는데... 내 눈에 보인 것은 평범하게 생긴 건물 한 채와 시냇물, 그리 길지 않은 돌담이 전부였다. 게다가 건물 하나는 불에 타서 공사중이기까지 했다. 시냇물 위에 쌓은 돌담과 소쇄원으로 들어갈 때 쏴~하는 소리를 내던 대나무 숲에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흑...
이 일대는 옛날부터 경치가 좋았던 곳인지 여기 저기 정자가 참 많았다. 실망스러운 소쇄원을 뒤로하고 한벽당과 식영정, 지나가는 길에 있던 가사 문학관까지 차례로 들렀지만 썩 만족스럽진 않았다.
역시 여행에도 타이밍~~~이 있나 보다. 이런 곳은 꽃 피는 봄이나 푸르른 여름에 왔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머릿 속을 마구 훑고 지나 간다. (아니면 정자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는 나라서 눈 앞에 있는 아름다움도 그냥 놓치고 말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여행은 원래 내게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니...)
유쾌한 성격을 지닌 그 남학생과는 식영정을 둘러보는 것을 끝으로 헤어졌다. 2시간도 안 된 짧은 시간이었지만 신선한 경험이었다. 여행이란 이런 느닷없는 만남으로 더 풍요로워지는 것 같다.
나는 한 시간에 한 대밖에 없는 125번 버스를 또다시 한 시간이나 기다려서 광주로 돌아왔다. 기다리는 동안 어디를 갈까 나름대로 또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어데로 갈까.. 담양? 곡성? 여수? 음... 그래 여수로 가자... 여수의 향일암에서 해돋이를 보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해서 나의 다음 여행지는 여수로 결정되었다.
광주 터미널에서 여수행 버스를 타고 여수 터미널에 내린 시각은 5시 정도였다. 우선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것이 생각나 편의점에 들렀다. 천 원짜리 김밥과 컵라면으로 허기를 달래고 바닥난 지갑을 채우기 위해 농협을 찾았다. 물어 물어 결국 2Km는 족히 떨어졌을 365코너에 다다를 수 있었다. 다시 버스를 타려면 아까의 그 편의점 근처로 돌아와야 했다. 버스는 왜 타는가? 향일암 근처에서 민박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민박... 돈이 말할 수 없이 아까웠지만 여수 시내에서 밤을 보낸다 해도 내일 아침 택시비가 더 나올 것 같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민박을 하기로 했다.
버스가 여수 시내를 지나고, 돌산 대교를 지나고, 다시 돌산읍을 지나자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구불 구불한 길이 나타났다. 한 시간이 넘게 버스에 있는 동안 내 맘은? 불안하기 이를데가 없었다. 왜? 오늘 밤 내가 잘 곳이 있을까 하는 쓰잘데 없는 걱정 때문에... 버스에서 내리니 내가 잘 곳은 많았다. 단지 돈이 비쌀 뿐이지...
여기 저기 돌아 보고, 깎아 달라고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이야기 하다가 결국에는 모든 민박집이 에누리없이 2만원이란걸 알고 실망하며 마지막으로 가 본 민박집에 짐을 풀었다. 방이 더디게 데워 지는지 TV 보다가 잠들 때까지 찬 바람이 휑하니 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추워.. 추워...하며 궁시렁거리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코 끝이 빨개진 채...
-소쇄원-
오늘은 소쇄원에 들렀다. 터미널에서 광주역(17번), 광주역에서 소쇄원(125번)으로 이동했는데... 광주역에서 무려 한 시간이나 기다려서야 소쇄원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소쇄원가는 버스는 약 한 시간마다 한 대씩임) 오는 버스마다 일일이 확인하면서 눈이 빠지게.. 그리고 너무나 간절하게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남학생도 기다리는 버스가 오지 않는지 나와 같이 기다리고 있었다. 별 신경 안썼는데 한 시간 째 버스를 타지 못하고 있는 내가 궁금했던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목포에서 어제 올라왔는데 놀랍게도 소쇄원에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뜻하지 않게 같은 버스를 타고 함께 소쇄원 여행을 시작했다.
광주 시가지를 벗어나 황량한 시골 벌판을 지나니 광주호가 나타났다. 겨울 햇살을 받아 호수 표면이 반짝이며 빛이 났다. 그리고 조금 더 가자 소쇄원이 나타났다.
소쇄원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유홍준 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라는 책에서였다. 소쇄원을 어찌나 잔잔하고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던지 이번 여행에서는 꼭 가보리라 벼르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나!.. 내가 가 본 소쇄원은 솔직히 실망이었다. 내가 상상했던 소쇄원은 울창한 숲에 여기 저기 단아한 건물들이 겹겹히 쌓여있는 그런 곳이었는데... 내 눈에 보인 것은 평범하게 생긴 건물 한 채와 시냇물, 그리 길지 않은 돌담이 전부였다. 게다가 건물 하나는 불에 타서 공사중이기까지 했다. 시냇물 위에 쌓은 돌담과 소쇄원으로 들어갈 때 쏴~하는 소리를 내던 대나무 숲에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흑...
이 일대는 옛날부터 경치가 좋았던 곳인지 여기 저기 정자가 참 많았다. 실망스러운 소쇄원을 뒤로하고 한벽당과 식영정, 지나가는 길에 있던 가사 문학관까지 차례로 들렀지만 썩 만족스럽진 않았다.
역시 여행에도 타이밍~~~이 있나 보다. 이런 곳은 꽃 피는 봄이나 푸르른 여름에 왔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머릿 속을 마구 훑고 지나 간다. (아니면 정자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는 나라서 눈 앞에 있는 아름다움도 그냥 놓치고 말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여행은 원래 내게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니...)
유쾌한 성격을 지닌 그 남학생과는 식영정을 둘러보는 것을 끝으로 헤어졌다. 2시간도 안 된 짧은 시간이었지만 신선한 경험이었다. 여행이란 이런 느닷없는 만남으로 더 풍요로워지는 것 같다.
나는 한 시간에 한 대밖에 없는 125번 버스를 또다시 한 시간이나 기다려서 광주로 돌아왔다. 기다리는 동안 어디를 갈까 나름대로 또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어데로 갈까.. 담양? 곡성? 여수? 음... 그래 여수로 가자... 여수의 향일암에서 해돋이를 보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해서 나의 다음 여행지는 여수로 결정되었다.
광주 터미널에서 여수행 버스를 타고 여수 터미널에 내린 시각은 5시 정도였다. 우선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것이 생각나 편의점에 들렀다. 천 원짜리 김밥과 컵라면으로 허기를 달래고 바닥난 지갑을 채우기 위해 농협을 찾았다. 물어 물어 결국 2Km는 족히 떨어졌을 365코너에 다다를 수 있었다. 다시 버스를 타려면 아까의 그 편의점 근처로 돌아와야 했다. 버스는 왜 타는가? 향일암 근처에서 민박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민박... 돈이 말할 수 없이 아까웠지만 여수 시내에서 밤을 보낸다 해도 내일 아침 택시비가 더 나올 것 같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민박을 하기로 했다.
버스가 여수 시내를 지나고, 돌산 대교를 지나고, 다시 돌산읍을 지나자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구불 구불한 길이 나타났다. 한 시간이 넘게 버스에 있는 동안 내 맘은? 불안하기 이를데가 없었다. 왜? 오늘 밤 내가 잘 곳이 있을까 하는 쓰잘데 없는 걱정 때문에... 버스에서 내리니 내가 잘 곳은 많았다. 단지 돈이 비쌀 뿐이지...
여기 저기 돌아 보고, 깎아 달라고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이야기 하다가 결국에는 모든 민박집이 에누리없이 2만원이란걸 알고 실망하며 마지막으로 가 본 민박집에 짐을 풀었다. 방이 더디게 데워 지는지 TV 보다가 잠들 때까지 찬 바람이 휑하니 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추워.. 추워...하며 궁시렁거리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코 끝이 빨개진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