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행(4)-진주 진주성, 합천 해인사
진주성 들어가는 예쁜 문..
안으로 촉석루 들어가는 문도 보인다..
2004년 1월 31일 토요일 날씨: 맑음
-진주성, 진주박물관, 촉석루, 해인사-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진주성은 아침 9시 이전, 오후 6시 이후는 무료 입장이라는 말을 어제 진주성 직원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어제 온 길을 다시 걸어갔다. 건널목을 몇 개쯤 건너고, 진주교를 건너서 진주성으로 갔다. 하얀 입김이 온 몸을 감쌌다. 8시 10분쯤 도착했는데 사람이라고는 아침 운동하는 진주 시민만 간혹 보일 뿐이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무척이나 쌀쌀했다. 진주성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그런지, 추워서 그런지, 어째 성벽을 따라 걷는데도 심드렁하기만 했다. (사실은... 나는 이 아침에 왜 여기에 와 있는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왜? 무엇때문에? 하는 처량한 생각이 불현듯 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흑...)
진주성은 돌아보는데 한 시간도 안 걸렸다. 개관 전이라 그런지 열어놓지 않은 곳이 많아서 운동하는 셈 치고 슬슬 걸었다. 진주성 안에 진주 박물관이 있길래 입장료 200원(무지 싸다. 다른 곳도 이러면 정~말 좋을텐데...)을 내고 들어갔다. 내가 오늘 첫 관람객이다. 아직 개관 시간이 안 되어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친절한 아찌가 안에 들어와 기다리라며 문을 열어 주셨다. 아... 감사하다. 하지만 역쉬 나는 박물관 체질은 아닌듯... 건성으로 돌아보고 바로 나오고 말았으니...
진주성을 빠져 나오다가 촉석루에도 가 보았다. 아까는 문을 닫아 놓아서 못 가봤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손에 꼽히는 아름다운 누각이라는데 나는 아무 생각없이 마냥 춥기만 했다. 아.. 오늘은 왜 이러지.. 영~ 기분이..
11시쯤 김밥 나라에서 순두부 찌개를 맛있게 먹고 나니 좀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금방 기분이 좋아져 룰루랄라 터미널에 왔는데, 해인사행 버스는 한 시간 후에나 있었다. 원래 장승포로 갈까 생각도 해봤는데 시간이 애매했다. 워데로 갈까.. 워데로..? 그러다 문득 해인사에 가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합천, 귀원, 해인사로 차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해인사로 향했다. 역시 여행이란 이렇게 갑작스럽게 일정이 바뀔 때 비로소 자유로워 진다. 해인사는 왜 가려고 하는가? 국사 시간에 배운 '팔만 대장경판'을 눈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해인사는 그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단지 그 뿐이다.
가야산 자락에 자리잡은 해인사는 참 멀었던 것 같다. 주차장에서도 울창한 숲으로 난 오솔길을 한 1Km 정도를 올라가야 해인사에 다다르게 된다. 일주문에 들어섰을 때,문득 중국에서 보았던 소림사가 생각났다. 분명 다른 나라의 절인데도 분위기가 왠지 닮아 있었다.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여기 저기 차례로 구경하고, 아기자기한 둥근 문을 지나 내가 보고 싶었던 '팔만 대장경판'을 보았다. 위대한 유산을 눈 앞에서 보았을 때는 바로 이런 느낌이 드는구나...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격스러움...
팔만 대장경까지 다 보구 나서 시계를 보니 3시가 넘었다. 이런... 진주로 가는 버스가 3시 35분인데 서둘러 내려가야 할 것 같았다. 더 있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지, 하면서 산 길을 내려와 보니 다행히 아직 출발 전이었다. 버스 안에는 나 말고도 손님이 한 명 더 있었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중간 중간에 타신 경상도 아주머니의 정겨운(이상하다..난 충청도 사람인데..) 사투리를 들으며 다시 행복해졌다. 음냐...
참! 그리고 가야산과 해인사 입장료는 내지 않았다. 버스 안으로 매표원 아찌가 들어오셨길래 해인사라고 했더니 3100원이란다. 너무 비싸다. 그래서 지갑을 열다 말고 학생이라 했더니 그냥 가셨다. 으잉? 나는 깎아 달라는 의미였는데... 어쨌든 그날 입장료 지출은 진주 박물관 200원이 전부였다. 아`` 기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