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행(6)-경주 불국사, 석굴암
관음전에서 찍은 불국사와 다보탑...
2004년 2월 2일 월요일 날씨: 맑음
-경주 불국사, 석굴암-
아침 일찍 일어나 지하철을 타려고 사상역으로 갔는데 지하철 타 본 지가 오래 되어 반대 방향으로 갈 뻔 했다. 한 번 갈아타고 한 시간 정도 걸려서 노포동으로 갔다.
어제 뽑은 돈을 다 쓰는 바람에 달랑 4300원 남았는데 지하철을 타고 오니까 3500원이 남았다. 그런데 경주까지는 3600원...
100원 때문에 수수료가 1000원이나 되는 타행 인출기에서 돈을 뽑아야 했다. (으.. 아깝다...-_-;;)
경주는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수학 여행으로 한 번쯤 다녀올 만한 곳이지만 나는 그럴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그 유명한 불국사나 석굴암조차 가보지 못했다.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라는 책을 보면 불국사와 석굴암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상세하게 나와 있다. 언제 한번 가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오늘 그 경주를 가보게 되는구나...
경주에 도착해 우선 근처 안내소에서 지도 구하고 은행으로 가서 돈을 넉넉히 찾았다. 그리고 밥을 먹기 위해 김밥**를 찾아 계속 걸었으나 김밥의 '김'자도 찾지 못한 채 역까지 와 버렸다.(터미널에서 역까지는 꽤 멀다.) 주변에 성동 시장이 있길래 들어가 헤매다가 겨우 노점 식당에서 2000원 짜리 비빔밥을 먹을 수 있었다.
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11번을 타고 불국사로 향했다. 학생 할인인데도 2500원이나 내고 들어가야 했다. (넘 비싸다 ..) 책과 사진에서만 보던 청운교, 백운교가 보이고 범영루가 보인다. 사진을 찍는다, 석축과 청운교, 백운교를 살펴본다, 분주하게 움직였다.
내가 지금까지 본 절 중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왔던 불국사.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3'을 들고 갔는데 불국사 편을 읽으며 더 많이 보구 느끼기 위해 노력했다.
불국사의 역사를 살펴보면 참 고난의 세월이다. 석가탑도 그렇고 석축도 그렇다.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회랑도 볼 수 있었다. 관음전에 올라가 다보탑 꼭대기 부분도 보았고 대웅전 정면 계단 옆의 아름다운 곡선의 미학도 보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란 말은 간혹 진리일 때가 있다.
불국사에서 석굴암은 주차장에서 매 시간 45분에 떠나는 버스를 타면 갈 수 있다.(석굴암에서는 매시간 정시에 출발) 석굴암도 역시 학생 할인 2500원이다. 낭떠러지가 있는 소소한 길을 지나 도착한 석굴암...
솔직히 실망했다. 유리로 막아놓고 입구 부분에는 집을 지어 놓아 상당히 조악한 느낌... 정작 본존불은 유리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책에서 읽고 상상했던 아름다운 모습은 어데로 간 걸까... 있는 그대로 놓아 둘 순 없을까... 식민지 시대를 지나 오느라 더 그랬겠지만 선조의 지혜는 지혜 그대로 놔두는 것이 현대인의 슬기로움은 아닐런지...
불국사 주차장에서 10번을 타면 박물관을 지나고, 11번을 타면 분황사를 지난다.(시내에서 갈 때는 반대) 나는 10번을 타고 박물관에서 내렸으나 월요일이라 휴무란다. 휴무...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된다면 관리실 아찌께 떼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 좀 들여 보내 달라고... 하지만 결국은 근엄한 얼굴로 '분황사'가는 길을 묻고 말았다. 분황사 모전 석탑이 있다는 그 곳... 박물관에서 1.4Km정도 떨어진 곳이다. 찬 바람 맞으며 걸어서 도착한 분황사에는 말 그대로 분황사 모전 석탑만 달랑 하나 있었다. 분명 탑은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실망은 어쩔 수 없는일... 석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그날 어찌나 추웠는지 점퍼 모자를 쓰고 찍었는데 꼭 우비 소녀같이 나왔다. 나중에 보구 나 혼자 얼마나 웃었는지..혹 누군가 볼까 이리저리 주위를 살펴야 했다...ㅋㅋ
덕분에 모든게 귀찮아져서 첨성대도 밖에서 스윽 보구 천마총도 그냥 지나쳤다. 아름다운 불국사 본 것으로 경주 여행은 그래도 만족이다.
바로 역으로 와서 다음 행선지를 모색했다.
다음은 워데로? 안동? 집? 서울?
6시 부터 9시까지 고민만 하다가 결국 서울로 정했다.
경주 00:06분 출발, 청량리 6시 37분 도착... 밤을 새워 가기로 했다.
무려 6시간을 넘게 대합실에서 기다려 기차를 탔다.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뼛속까지 차오르자 서울행 무궁화호 열차가 플랫폼을 향해 미끄러져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