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한 걸음의 의미-도보여행(2003)

나홀로 국토 종단 도보 여행기(8) 순천시-하동군

anna325 2007. 1. 19. 13:35

<7일째>
2003년 6월 26일 목요일 날씨 : 맑음
순천시 -> 하동군, 약 35km, 7시-19시

오늘은 햇빛 쨍쨍한 날이다.
순천에서 하동을 향해.
근데 광양이 가까워서 그런가 트럭들이 줄줄이 이어 달린다. 모자 날아갈까봐 꼭 붙들고 같다. 하동까지는 너무 멀다. 오늘 다 갈 수 있을지는 나도 장담 못한다. 그래도 가는데 까지 간다. 차들이 엄청 살벌하게 가서 무섭다. 에구, 아침도 못먹고 배고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동 오기는 다 왔다. 근데 다리가 너무 아파서 쓰러질 것 같다. 마지막에 해발 100m나 되는 고개 넘어 오느라고 더 힘든 것 같다. 내일 구례까지 갈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른다. 지도에는 36km라고 되어 있는데 중간에 옥곡이라는 곳에서 점심먹고 여기까지 걸어왔더니 역시나 찜질방이 없다. 고개에서 바라보니 엄청 크던데. 말도 안돼!

여기는 성당이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 여기서 못자면 오늘은 또 어디로 가지? 또 역으로 가야 하나.

이럴 땐 정말 여행 그만두고 싶다. 
성당에서 거절당했다. 그래서 여관가서 물어보니 2만원짜리 방밖에 없단다. 깍아달라고 말도 못붙이게 생긴 아주머니다. 그래서 여인숙 왔다. 10,000원에. 내 인생 처음으로.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난 이 여행에서 뭘 배우고 느끼고 있는지 자꾸 흐려진다. 내 결심이, 여행을 왜 왔는지에 대해서도. 돌아가서 생각해 보면 뭔가 추억거리가 생각날까 모르겠다. 힘들었다는 것 빼고 말이다.
아! 오늘도 역시 힘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