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한 걸음의 의미-도보여행(2003)

나홀로 국토 종단 도보 여행기(9) 하동군-구례군

anna325 2007. 1. 19. 13:37

 

산 위에 걸쳐있는 구름

<8일째>
2003년 6월 27일 금요일 날씨 : 비
하동군 -> 구례군, 약 37km, 8시-19시 30분

비가 온다. 장맛비이다.
그래도 나는 간다. 열심히 열심히 간다.
섬진강과 지리산을 보면서 가는 길이다. 비가 와서 경치가 별로일꺼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안개가 껴서 더 신비로워 보인다. 정작 비가 와서 그런지 섬진강은 별로였다. 푸른 물을 예상했는데 흙탕물이었다.

아침은 김치찌개를 먹고 점심은 빵과 우유이다. 어제 족욕을 못해서인지 다리가 뻣뻣하다. 오늘은 약 37km이다. 어제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35km정도 걸은 것 같은데 무리 아닌가. 내일도 33km정도 걸어야 하는데.
저녁이 되니 너무 지친다. 다시 고개든다. 후회.

집에 가고 싶다. 싶다.

멀리서 보이는 구례는 컸다. 그러나 문제는 찜질방이 없다는 것. 여관에 왔다. 하룻밤에 20,000원.
"걸어서 여행하는 학생인데 좀 깎아 주시면 안될까요?"
아주머니,
"15,000원에 해줄께. 학생이니까."
내가 안 돼보였는지 너무 쉽게 깍아 주셔서 오히려 내가 당황스럽다. 더 깍을 걸 그랬나? 어쨌든 여전히 비싸긴 했지만 어쩔 수 없다. 햄버거 하나 사서 먹고 TV본다. MBC밖에 안 나온다.

다리가 진짜 아프다.
'아프네. 다리, 아니 발 진짜 아프네.'
허리도, 어깨도 성한 곳이 없다.
내일은 비가 안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