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한 걸음의 의미-도보여행(2003)

나홀로 국토 종단 도보 여행기(11) 남원시

anna325 2007. 1. 19. 16:27

 

남원 광한루

<10일째>
2003년 6월 29일 일요일 날씨 : 맑음
-남원시-

오늘은 하루 쉰다. 9일간 쉬지 않고 걸었으니 이제 쉴 때도 되지 않았겠어. 그래서 어제 하다만 광한루를 구경했다. 찜질방에서는 새벽에야 잠깐 잔 것 같다. TV소리, 잡담소리 땜에. 아침 9시쯤 일어나서 12시까지 인터넷 좀 하다가 배낭도 정리하고 어제 못 쓴 일기도 썼다. 그리고 나와서 또 시장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다시 광한루에 들어왔다. 어제 끊은 표 가지고. 어제 표 받는 직원 아저씨가 안 계셔서 표가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내가 끼운 필름들에 제대로 사진이 찍혔는지 걱정스럽다. 아무래도 잘 못 끼운 것 같은데. 이런! 지리산이랑 낙안읍성이랑 거기 다 들어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 마침 전통 혼례식이 시작되고 있었다. 매주 일요일마다 2시에 한다는데 내가 도착한 시간은 1시 57분. 그래서 뜻하지 않게 좋은 구경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데 오늘은 결혼 25주년 된 부부가 결혼 기념으로 혼례식을 올렸다. 신랑의 재미있는 행동으로 아주 유쾌한 혼례식이 되었다. 중간에 판소리와 가야금 산조로 이루어지는 축하 행사도 있어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재미있었다. 그리고 나서도 어제 못다한 구경을 하느라고 한참을 보냈다. 

광한루를 나와서는 춘향촌 안에 있다는 춘향마을을 찾아 갔는데 입구가 어디인지 몰라 또 한참 헤맸다. 근데! 이럴 수가! 한참 고생한 끝에 찾아간 춘향마을은 아직 공사중이라 폐허에 가까웠다. 관광안내서에는 사진까지 근사하게 나와 있는데 올 11월 말에 완공이란다. 나 참. 기대 많이 하고 갔는데 실망이 엄청 컸다.

그래서 여기는 음악 분수대의 어느 벤치.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꽤 많다. 그것도 가족끼리, 연인끼리. 난 뭐냐고. 참 행복해 보인다. 이런 게 사람 사는 모습이겠지, 아마도. 사랑의 고장, 남원이라. 내가 아무래도 잘 못 왔지 싶다. 부럽기만 엄청 부럽지. 에휴.

이렇게 한가롭게 일기쓰고 있으니까 정말 좋다. 지금 이 순간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지금 이 기분. 이 느낌. 이 광경. 그리고 내 모습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