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자*유-중국 배낭 여행(15)-성도 낙산 대불
<15일째>
2003년 1월 10일 금요일 날씨 : 흐림
-성도 낙산 대불-
오늘은 추운데도 불구하고 안 깨고 잘 잤다. 너무 잘 잤는지 일어나 보니 8시가 다 되었다. 여행이 다 끝난 기분이다. 방안은 커튼을 쳐 놓아서인지 한밤중처럼 깜깜한데 벌써 해가 중천이다. 난 낙산 대불 가도 좋고 안 간다 해도 별로 서운할 것 같지 않다.
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직도 아프다. 어제 빨아 널어놓은 양말과 속옷이 반도 마르지 않았다. 스팀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오긴 한 건지 방안은 여전히 썰렁하다. 한겨울에 난방이 안 되는 요지경 숙소라니. 나 원. 쳇!
낙산 항 가는 버스가 9시에 있다. 매표소 직원에게 물어보니 낙산 항에 내려서 배를 타야 한단다. 버스비는 37위엔. 2시간 거리인데 꽤 비싸다.
버스는 내가 타 본 버스 중에 가장 좋은 버스였다. 문 옆에는 온수와 냉수가 나오는 정수기가 있고, 비디오도 틀어 주고, 중간에는 읽지 못할 것 같아 받지 않은 신문과 과자, 생수까지 나누어 주었다. 음. 이래서 비쌌나 보다. 거참, 이런 버스는 또 첨이군.
낙산항에 도착해 우여곡절 끝에 강을 건너가는 배삯이 1위엔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우연히 만난 아리따운 내 또래 아가씨가 알아봐 준 것인데 나중에는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하라고 핸드폰 번호까지 알려줬다. 오! 역시 중국 사람들은 정말 정말 친절하다!
여하튼 배타고 단 2분 만에 도착. 무사히 낙산 대불로 가는 북문으로 들어섰다. 나무가 우거진 길을 지나서야 낙산 대불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런데 헉! 낙산 대불은 산의 높이와 거의 같은 71m라고 한다. 이렇게 큰 불상은 아마 내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머리에서 아래 발치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계단을 정말 끊임없이 내려가야 했다. 발치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내가 금방이라도 그 발에 눌려 압사할 것만 같다.
버스를 타고 또다시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도착했다. 이것으로 나의 중국 유적지 관람은 끝이겠지. 어쨌든 늘 그렇듯이 점심을 굶고 돌아다닌 우리는 다시 어제 그 식당으로 갔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고 돈을 내었다. 아, 모르겠다. 이젠 어떤 것도 귀찮다. 생각하는 것 조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