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타래-서산 서산마애삼존불, 개심사, 해미읍성, 여숫골 성지
2007년 2월 21일 수요일 날씨 : 맑음
날씨가 맑았다. 봄 방학을 한 지도 벌써 4일이 지났다.
오늘은 작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서산으로 차를 몰았다. 진작에 가려고 했는데 면허증을 딴지 얼마 되지 않아 운전 미숙으로 가지 못했던 곳이다. 버스로 가면 될 거 아니냐 하면 할말을 없지만 여하튼 그래서 지금에서야 발을 디딘다.
박물관에서나 모형으로 보았던 서산마애삼존불을 꼭 보고 싶었고 어느 책에서 유명한 문화재 전문가가 우리나라에서 아름다운 3대 사찰이라 칭송해 마지 않았던 개심사도 보고 싶었다. 집에서 떠난 지 두 시간만에 서산마애삼존불에 다다를 수 있었다. 입구에는 '강댕이집'이라는 어죽집이 있었다. 여기는 꽤 유명한데인가 보았다. 서너명의 아저씨들이 차를 타고 오더니 오늘이 수요일 정기휴일이라는 것을 알고 정말로 아쉬운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책을 보니 책에도 나올 정도로 맛있고 오래된 집이었다.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 땀이 나고 숨이 가빠질 무렵에야 마애삼존불을 만나게 되는데 얼핏 보기에는 작고 왜소한 석불같지만 여기에 숨어있는 문화적 가치는 엄청나다. 서산이 백제시대에는 지금의 부산에 해당하는 큰 무역항이었다는데 그것이 바로 부와 권력이 축적된 이 곳에 이 삼존불이 새겨지게 된 배경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관리인이 전등을 비추어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마애불의 귀여운 미소를 볼 수 있었다는데 지금은 손상이 심해져 앞으로 유리관을 씌우고 자연광으로 볼 수 있게끔 하겠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좀 아팠다. 그래도 1500년을 씩씩하게 버티지 않았는가.. 앞으로도 문제 없을 것이다.
점심 때가 훌쩍 지나 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관리인에게 여쭤보니 '꽃피는 산골'에서 비빔밥을 한다고 하길래 차를 더 몰아 비포장길을 달려가 산채비빔밥을 시켰다. 여기는 인테리어가 예사롭지 않다. 어두운듯 하면서도 고즈넉한 창문하며 통나무로 만든 책장에 꽂힌 낡은 국문학 교재들.. 바로 옆에 찻집도 같이 하고 민박도 하신단다. 잠시 후에 내어다 주신 음식들은 깔끔하고 정갈한 것이 꼭 시원시원한 이 집 아주머니를 닮았다고 혼자 생각했다. 겨울이라 손님이 없는 건지 아무도 없이 우리뿐이었지만 그 적적함이 싫지만은 않았다. 맛있게 그리고 깔끔하게(!) 음식을 비웠다.
나오다가 보원사지를 둘러보았다. 옛날에 불교가 번성하던 때에 이 근방에는 99개의 절이 있었는데 100개를 채우면 절이 모두 망한다는 전설을 무시하고 한 스님이 '백암사'라는 절을 지었더니 100개의 절이 모두 불 타 없어져 버렸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부여박물관에서 지금도 발굴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개심사이다. 10년 전만해도 절 입구에 아무 가게도 없었다는데 지금은 몇 개의 음식점이 생겨있었다. 역시나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야 상왕산 중턱에 수줍게 자리잡은 개심사를 만날 수 있다. 절이 참 단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한 마알간 얼굴이랄까.. 봄에 벚꽃이 만개하면 더 아름답다고 한다.
다시 해미로 나오면 면 중심에 해미읍성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는 면소재지같지 않고 읍소재지라 할만큼 번화했다. 해미읍성 안은 지금 한창 복원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에 병인박해 시절에 천주교 신자를 천 여명이나 처형했다는 감옥과 호야나무가 있었고 세 채의 초가집이 복원되어 있었다. 이어서 여숫골 천주교 성지도 가보았는데 좀 섬뜩했다. 아까의 감옥소 앞의 나무도 그렇고 천주교 신자를 산 채로 거꾸러트려 죽게했다는 진둥벙도 그렇고 너무나 잔인하고 무서웠다. 그것이 끝내 죽음이란걸 알면서도 믿음 하나로 겸허히 받아들인 사람들이 너무나 안쓰러웠다.
느린 저녁 해가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장거리 운전을 하느라 어깨가 뻐근했지만 보람있었다. 맛있는 점심을 먹은데다 가보고 싶었던 곳들도 모두 들러서 만족스럽다. 한 가지 더 만족스러운건 그 많은 관광지에서 입장료를 받는 곳이 한군데도 없었다는 것.. 그래서 서산이 살짝 좋아졌다. ㅋ
*서산마애삼존불, 개심사, 해미읍성, 여숫골성지 입장료, 주차료 무료
*서산 '꽃피는 산골' 산채비빔밥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