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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여행기(에필로그)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 2주 정도 되었을 때 토카시키 섬에서 보냈던 나에게 쓴 엽서가 도착했다. 80년대 스타일의 서류 봉투같은 편지 봉투와, 우체국에서 찍었던 다양하고 예쁜 모양의 도장과, 90엔짜리 새가 그려져 있는 우표, 그리고 오키나와에서의 행복했던 추억까지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졌다. 엽서를 보니 오키나와 여행하면서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고 그렇게 앉아 한참을 추억에 젖었다. 그리고 그 해 11월, 나는 건강한 딸아이를 출산했고 그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서 지금 37개월이 되었다. 얼마나 말을 잘하는지 말로는 아이를 이길 수가 없고 체력은 또 얼마나 좋은지 같이 놀다보면 40대인 엄마는 금세 지쳐서 드러누워야 하는 지경이 되었지만 그래도 날마다 깨를 볶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가끔 엄마와..

무*한*자*유-중국 배낭 여행(에필로그)

난 자스민 차를 마시지 않는다. 그 전에는 한 번도 향기조차 맡아보지 못한 자스민 차를 중국의 숙소에서 언제나 마실 수가 있었다. 그 때는 그렇게 달콤했던 자스민 차였는데 지금은 어쩌다가 향기라도 맡게 되면 내 가슴 속은 한 순간에 추억으로 가득 차 버린다. 아련하고, 그립고, 결국엔 다시 돌아가지 못할 그 기억의 조각들이 안타까워 어느 새 마음에는 눈물이. 내 인생의 화양연화. 사랑한다. 그 짧았던 스물 한 살의 여행을 영원히.

무*한*자*유-중국 배낭 여행(17)-그 후의 일들

기차를 타고 이틀 밤을 자며 드디어 상해에 도착했다. 13일 새벽 5시 15분쯤이었다. 우선 역 출구에서 상해 지도를 샀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보아도 공항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버스를 타야겠기에 버스 정거장으로 보이는 곳으로 가서 아무 사람한테나 물어본다는 것이 어느 청년을 만나게 되었다. 그 청년은 내가 이 타국땅에 혼자 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버스비지 내주고 공항 찾는 일에 정말 성심을 다해 도와주었다. 그 청년 덕분에 지하철을 타고 무사히 공항에 올 수 있었다. 12시 30분 인천으로 가는 아시아나 항공이 있어서 두말 않고 한국으로 왔다. 처음해 본 배낭 여행은 갈 때 느꼈던 두려움과는 달리 너무나 신선하고 아름다운 추억들을 만나게 해 주었다. 낯선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