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1일 월요일 날씨 : 흐리고 음산함
스물 여섯이 되었다. 82년생. 스물 여섯.
나에게는 서른이란 단어는 없을 줄 알았는데 서른이 코 앞이라니.. 아.. 우울하다. 어제는 제야의 종소리니 연기 대상이니 하는 프로그램을 하나도 보지 않은 채 잠을 잤다. 이제 그런 것들을 챙겨 볼 나이는 훨씬 지났는지 나 스스로 참 귀찮았다. 원래 새벽에 차를 몰아 동백정에서 일출을 봐야겠다고 계획했는데 날씨도 흐리다고 하고 막상 일어나려니 눈이 안 떠져서 못가고 대신 바다 구경이나 하자고 서해안으로 향했다.
우선 작년 이맘 때 왔던 장항의 '우리식당'에서 아구찜을 먹고는 서천 바다로 출발.
동백정을 갈까 했는데 입장료 500원이 아깝기도 하고 지난 번에 와보았던 곳이라 오늘은 그 옆에 있는 춘장대 해수욕장으로 낙점되었다. 바다는 고요했고 넓었으며 평화로웠고 아늑했다. 안개가 짙게 껴서 먼 바다는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탁 트인 바다를 보니 눈 안이 한 순간에 시원해졌다.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아이와 축구를 하는 아버지도 보였고 나란히 손잡고 걷는 연인, 가족들.. 모두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이런 바다가 숨어있었구나.. 대천 해수욕장보다 훨씬 맘에 들었다. 내 맘에 들었단 말이다. 답답한 일이 있으면 종종 와야겠다. 와서 넓은 바다에 내 고민거리 하나씩 떠나보내면 좀 시원해지지 않을까..
*장항, '우리식당' 아구찜(소) 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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