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그렇게 기도하지 그랬어요... 하느님 맘에 안 드셔도 어쩔 수 없지만 죽여버리고 싶은 생각뿐이라고, 지금 제게는 그 생각뿐이라고... 그러니 하느님이 좀 죽여주면 안 돼요? 하고 어린애처럼 물어볼 수는 있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하느님이 내 기도 듣고 괜히 그 사람 죽여주실 리는 없으니 안심도 되고... 입으로 아무리 착한 소리만 해도 어차피 하느님은 내가 숨기려는 우리 마음속까지 알고 계신 분일 텐데..."
누군가를 미워하고, 미워하다 못해 증오하고, 그를 죽여버리고 싶다 못해, 그냥 저절로, 내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그 사람이 고통스러운 병에 걸려 천천히 죽어가기를 바랬던, 그러면 나는 고통받으며 죽어가는 그를 앞에 두고 두 눈 똑바로 뜨고 빙긋이 웃으며 그 모습을 지켜보리라. 이를 악물던 그런 황폐한 날들이 내게도 있었다.
"다시 돌아왔지만 그 사람을 용서하라는 말일랑은 하지 마세요. 설사 그것 때문에 지옥에 간다 해도, 물론 지옥에 가는 건 무섭지만, 그래도 지금 나는 그 사람만은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그 말만은 내게 하지 마세요. 하느님... 다른 건 다 돼도 그것만은 안 됩니다."
*공지영, 수도원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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