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08.12.14.일

anna325 2008. 12. 14. 20:15

남들은 하이힐 또각거리며 양탄자 깔린 바닥을 당당하게 걸어가는 것만 같은데

나 혼자만 젖은 운동화를 신고 철벅대는 진흙탕을 걸어가는 것만 같을 때마다

나는 가만히 가슴에 손을 대고 겁먹은 표정으로 움츠러드는 내 안의 소녀를 달래기 위해 노력한다.

 

-곽아람, 그림이 그녀에게

 

또다시 깊이를 알 수 없는 막막함이 가슴 한 가득이다.

내 힘으로는 정말 어찌할 수 없어서 그냥 가만히 손 놓고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그 슬픔.

오늘 순한을 만나서 햇빛이 한가득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는데

나도 모르게 불쑥,

"넌 행복하니?"

물었다.

햇빛은 따스하고 밝게 나를 비추고.. 옆 테이블에서는 꼬마를 안은 엄마와 아빠가 다정하게 이야기하고..

나말고 남들은 모두 행복해 보이는데.. 나말고 남들은..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해봐."

이 말을 듣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 했다.

 

지금도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어..

외롭다는 생각 갖지 않으려고, 많이 웃으려고, 순간순간 감사하려고, 나를 사랑하려고, 행복해지려고.

다시는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그 때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진심으로 마음이란 게 없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고통, 우울, 슬픔, 미움, 그리고 눈물..

만신창이가 된 마음으로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는 게,

세상에 혼자 버려져 있어도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는 게,

눈물나게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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