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무작정 떠나기-버스여행(2004)

겨울 여행(3)-여수 향일암 일출, 오동도

anna325 2007. 1. 19. 07:54

향일암 일출..

2004년 1월 30일 금요일 날씨:맑음

-향일암 일출, 오동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더구나 핸펀도 집에 놓고 왔으니 알람을 맞추고 잘 수도 없었다. 방은 새벽이 되어서야 따뜻해졌다. 내가 일어날 때쯤에서야... 이런... 계속 이상스런 꿈을 꾸다가 5시 정도에 깬 것 같다. 그 때부터 깨다 자다를 반복하다가 6시에 다시 깨어나 준비를 했다. 어제 민박 주인 아주머니가 7시 정도에 나가면 될 거라고 그랬는데 늦을까봐 6시 45분쯤에 밖으로 나왔다. (여기까지 와서 해돋이를 못보면 얼마나 억울할까 하는 조급한 마음에...) 다행히 향일암은 금방 올라갈 수 있었다. 수십개 혹은 수백개의 계단을 오르고 한 사람만 겨우 지날 수 있는 돌 틈을 지나 향일암에 올랐다. 해가 아직 뜨지 않은 새벽녘의 색깔은 뭐랄까 몹시 신비로웠다. 밤의 어둠은 지나고 아침의 빛은 아직 받지 못한 묘한 푸르름의 색이라고 할까... 여하튼 그런 새벽의 색을 지나 향일암에 오르니 저멀리 수평선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있었고, 불당 안에서는 불심 깊은 신자들이 새벽 예불을 드리고 있었다.
모두들 행복한 표정이었다. 친구끼리... 연인끼리... 그도 아니면 동아리 선후배들끼리... 웃으며, 재잘재잘 이야기도 하며 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 잠깐 외로워졌지만 꿋꿋하게 해돋이를 기다렸다.

향일암 해돋이는 예전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나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건 곽재구 시인의 '포구기행' 이었다. 그 책에서 본 향일암 일출 장면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언젠가 꼭 한 번 보고 말리라 다짐했었는데 그 '언젠가'가 오늘인가 보다.

7시 40분쯤... 옆에 카메라를 들고 서 있던 아저씨의 낮은 감탄사와 함께 드디어 붉은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한 해가 제 모습을 드러냈을때, 내 입에서도 "우와!"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여기저기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나도 많은 사진을 찍었다. '포구기행'에서 보았던 바로 그 자리에서... 행복했다. 혼자 보기가 참 아깝긴 했어도.. 그래서 좀 외롭긴 했어도... 행복했다. 진심으로...
사람들이 다 내려가 마당이 텅 빌 때까지 나는 그러고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해가 수평선에서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어 주위가 환해졌을 때서야 아쉬워하며 향일암을 내려왔다.

민박집에 들어가 짐을 챙겨서 9시 50분 101번 버스를 탔다. 어제는 어두워서 볼 수 없었던 임포 마을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나무 사이사이로 보이는 바다...도 아름다웠다. 어제 왔던 것처럼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 내려가고 돌산읍을 지나고 돌산대교를 지나서 오동도에 다다랐다.(101번 버스는 오동도가 종점임)
동백이 유명하다는데 겨울이라 아직 동백은 피지 않아 아쉬웠다.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겨울 바다만 오래도록 바라보다 왔다. 저멀리 통통거리며 어선이 지나가고 갈매기가 한 번씩 낮게 날아왔다 멀어지는 바다... 역쉬 만족...
그리고는 바로 순천을 거쳐서 여기 진주로 왔다. 하동에 들러서 '토지'의 배경이 되었던 마을도 구경하고 싶었지만 순천에서 결국에는 진주행 버스표를 샀다. 진주에 도착해서 보니 터미널 근처에는 찜질방이 없었다. 파출소 아찌께 여쭤보니 진주교를 건너 15분 정도 걸어가면 있다고 한다. 다행이다. 내일은 진주성을 돌아보고 해인사에 가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