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한 걸음의 의미-도보여행(2003)

나홀로 국토 종단 도보 여행기(15) 김천시 대덕면 관기리-김천시

anna325 2007. 1. 19. 16:39

<14일째>
2003년 7월 3일 목요일 날씨 : 흐림, 이슬비
김천시 대덕면 관기리 -> 김천시, 약 31km, 9시-5시

7시 30분쯤 사우나를 나와서 대덕면으로 가는 버스 어디서 타냐고 또 물었다. 
다행히 8시 10분 정도 되니까 버스가 온다. 좌석 버스이다. 1,250원. 9시 정도 되니(핸드폰 꺼져서 정확한 시간은 모른다. 순전히 추측) 대덕면 도착.
새벽에 엄청난 빗소리 땜에 깼는데 다행히 많이 내리지는 않는다. 이슬비이다.

걷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부지런히 걸었다. 공사를 많이 해서 길이 그렇게 좋진 않았다. 그래도 어쩌랴. 나는 간다. 열심히. 열심히.
비오는 날은 참 걷기 불편하다. 큰 차나 버스가 일으키는 물보라를 고스란히 맞아야 한다. 으~~~ 싫다.
근데 경상도 아저씨들 무섭다. 뭐하나 물어볼려고 해도 말을 못 붙이겠다. 한일자로 굳게 다문 입. 경계하는 듯한 눈빛. 에구.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경찰 아저씨들조차 차갑게 느껴진다. 다른 지역 보다 특히.

오늘도 평범한 도보이다. 대덕면, 지례면, 구성면을 지나서 김천 시내로 들어오게 되는데 구성면 소재지에서 1시 정도가 되어 밥을 먹어야 했다. 근데 면소재지라는데 별로 크지 않다.
아니. 내가 본 면소재지 중에 아마 가장 작지 않을까 싶다. 내 고향 은산도 이거보다는 큰데. 이론~

돈 아낄려고 우동이나 한 그릇 먹을랬더니만 식당도 별로 없고 중국집도 없다. 어쩔 수 없지 하며 가는데 소재지 끝날 쯤에 아주 아담한 중국집이 보인다. 빨간 글씨로 중화요리라고 써 있는데 그 글씨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이름하야 ' 천리장성'이다. 문을 열고 빠꼼히 안을 들여다 보았다. 역시나 아저씨들께서 목소리 높여 이야기에 열중하고 계신다. 그래도 용기내 들어가니 어떤 할머니가 나오신다. 인사했더니 들어와 앉으라고 하신다. 테이블 3개, 방에 식탁이 1개, 정말 작다. 우동 한 그릇 달라고 했다. 근데 주방장이자 할머니 아들인 듯한 청년이 요리를 한다. 우리 오빠 또래쯤 되었을까. 정말 젊다. 말한 지 1분도 안되어 내어 왔는데 맛도 꽤 괜찮았다. 다 먹고 돈 낼려고 주방으로 갔다. TV에서 보던 빨간 불에 요리를 하고 있다. 헐렁한 티셔츠에 반바지, 슬리퍼 신고 요리하는 모습이 조금 어울리지 않았지만 '2,500원이요'하는데 목소리가 꽤 괜찮다.

밖으로 나와 또 걸었다. 내가 이런 시골에서 우동을 먹을 줄 누가 알았겠어. 다시는 오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사진이라도 찍어둘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 저것 생각하며 가자니 다리가 아파온다. 내일은 40km정도를 어떻게 걸어야 하나 싶다.

김천 드디어 도착했다.
어제 순대국밥 먹었던 시장으로 들어가 이번엔 떡볶이와 김밥을 먹었다. 근데 생각보다 많아서 남겼다. 김밥은 싸달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편의점을 찾았는데 역 주변에 있단다. 20여분을 걸었다. 역 주변이 어딜 가나 중심가이지. 역시나 유명한 옷가게, 음식가게가 다 있더군. 핸드폰 충전했다. 그리고 나서 파출소 가서 찜질방 물어 봤더니 20여분 걸린단다. 시민탑 주변에 있다면서. 열심히 걸었다. 근데 장난 아니게 멀다. 시민탑까지 20분. 시민탑에서 찜질방까지 15분. 미친다. 그래도 용케 찾아서 왔다. 새로 생겼다더니 시설은 꽤 좋다.

우선 씻고 인터넷 좀 하려고 피시방 가봤더니 정말 거짓말처럼 누가 하다가 남은 컴퓨터가 있었다. 한 10정도 남은. 그래서 메일 확인하고 보내기도 하고 그랬다.
이번 여행. 다시 회의감이 밀려 왔었는데 여기 오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 기분이 좋아졌다.
내일은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상주로 출발.
비는 안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