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한 걸음의 의미-도보여행(2003)

나홀로 국토 종단 도보 여행기(17) 상주시-문경시

anna325 2007. 1. 19. 16:45
<16일째>
2003년 7월 5일 토요일 날씨 : 흐림
상주시 - > 문경시, 약 24km, 8시 30분-1시 30분

오늘도 여전히 일찍 눈이 떠진다. 6시 30분쯤. 늦게 출발하려고 했는데 눈이 떠졌으니 출발했다. 문경을 향해서. 약 24km 되는 거리다.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길을 물어봤다.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근데 허걱! 4차선 도로이다. 게다가 비까지 부슬부슬. 오늘도 옷 젖겠다. 조금 있으니 바람까지 분다.

오늘은 가까워서 1시 좀 넘으니 도시가 보이고 문경에 도착했다.
정보에 의하면 문경에 찜질방이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지. 가다보니 터미널이 나왔다. 한번도 쉬지 않고 왔으니 다리가 아프다.
좀 쉬었다 가야지 하고 들어갔다. 시간표를 보니 대전가는 버스도 있었다. 그걸 보니 집에 가고 싶어졌다. 아~ 가고 싶다. 집에. 내 조그만 자취방으로 가고 싶다.

거기서 좀 있다가 나와서 길을 건넜다. 파출소에 가서 물어봐야 겠다. 다행히 근처에 파출소가 있었다. 경찰 아저씨 한 분이 계셨다. 문경 시내에는 없고 시골로 나가야 한단다. 차 타고도 15분~20분.
허걱~ 걸어서는 3~4시간 거리다. 그래도 알려 달랬다.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일단 점심을 먹고 찜질방으로 출발했다. 근데 한 30분쯤 갔나. 내 옆으로 경찰차가 지나가더니 저 앞에 선다. 아까 그 경찰 아저씨와 또 다른 경찰 아저씨가 타고 계신다. 일보러 가시는 길인가 본데 찜질방까지 데려다 주시겠단다. 순간 생각해 봤다. 차를 타도 되는 길인가. 여기는 내 일정에서 벗어난 길이니 타도 될 것 같다.
아구. 감사해라. 정말로 차 타고도 엄청 멀었다. 

지금까지 하루에 한번 이상 꼭 들었던 질문과 대답을 반복한다.
"어디서 왔어요?"
"정말 걸어서 여행해요?"
"왜 혼자 여행해요? 위험하지 않아요?"
"어디까지 가요?"
등등. 에휴.
그래도 성심껏 대답해 드렸다.
그러는 사이 찜질방 도착. 근데 지금까지 가 본 찜질방 중에서 가장 안 좋은 것 같다. 마치 가건물같다.
그래도 잘 곳이 있다는 것이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근데 내일은 어디서 자야 하나 걱정이다.
단양까지 멀어서 이틀 동안 가야 하기 때문이다.
먹고 자는 것, 매일매일 삶의 가장 기본적인 걱정만 하는 삶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