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즐거운 편지(2004~현재)

공주 계룡산

anna325 2007. 1. 17. 19:36

2004년 10월 2일 토요일 날씨 : 맑음

-계룡산-

오늘은 순한이와 계룡산 등산을 하기로 한 날이다. 어제 시장 봐 온 재료들로 아침에 샌드위치를 만들었다.(등산가는데 샌드위치가 좀 뜬금없긴 했지만 뭐. 맛있게 먹으면 됐지.) 물통도 잊지 않고 준비하고  카메라도 챙기고 룰루랄라~~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아침에 7시에 일어나서 설레는 맘으로 분주하게 움직였는데 9시가 조금 넘어서야 모든 준비가 끝났다.

순한이는 9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버스 타러 가는 길에 김밥도 사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다 보니 어느 새 버스는 동학사 입구에 도착했다. 계룡산은 가까이 있다보니 일요일에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아니면 마음이 슬픈데 위로받을 수 없어서, 어디로 여행가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잊고 싶은 일이 있어서 등 등 별별 이유를 다 붙여서 자주 왔던 곳이다. 하지만 누군가와 같이 온 적은 4년 동안 이번이 두 번째이다. 졸업도 얼마 안 남은 이 시점에서 친구와 하는 등산이기에 더 소중하지.

아직 가을이 깊어지지 않았는지 단풍은 볼 수 없었다. 물도 여름에 비하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코 끝을 스치는 바람이 참 투명했다. 동학사도 잠깐 들르고, 가는 길에 밤송이 떨어져 있으면 밤도 줍고 하면서 2시간 반 정도 걸려서 정상인 관음봉에 올랐다.

관음봉에서 바라보는 동학 계곡의 모습은 가히 선경이라 할 만하다. 아직도 처음 이 곳에 올라 계곡의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진심으로 계룡산 등산의 진수라 할 수 있다.

평평한 곳을 찾아 점심을 먹었다. 혼자 왔을 때는 제대로 쉬지도 않고 내려가는 바람에 몰랐는데 관음봉 근처에 산과 하늘이 만나는 멋진 모습을 구경하며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았다.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하면서 한 시간쯤 쉬다가 내려올 때는 갑사로 가는 길을 택했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호젓하고 울창한 숲에서는 아마도 좋은 기가 감돌고 있겠지. 사진도 찍고 재잘 재잘 이 얘기, 저 얘기 하면서 내려오면서 참 행복했다.

순한이와는 글쎄,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다닌 오래된 친구이다. 하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는 좀 소원하게 지냈고, 대학도 같은 공주에서 다니게 되었는데도 2학년 때까지는 일년에 한 번 만나는 것도 어려웠다. 그래서 나도 그냥 대면 대면했는데 3학년 때 내가 자취를 시작하고서부터 우리집에도 놀러오고 전화도 가끔 하고 그러면서 서서히 가까워졌다. 오늘은 등산까지 같이 하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지금 나의 바람은 더 이상 멀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 뿐.

이 친구와는 또 언제 이렇게 나들이를 할 수 있을지 등산이 끝난 이 시간부터 벌써 아쉬워진다.
 
*입장료 1200원(학생 할인)

'국내여행 > 즐거운 편지(2004~현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 경복궁  (0) 2007.01.17
부산  (0) 2007.01.17
공주 공산성  (0) 2007.01.17
태안 안면도  (0) 2007.01.17
보령 대천해수욕장  (0) 2007.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