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즐거운 편지(2004~현재)

서울 경복궁

anna325 2007. 1. 17. 19:43

 2005년 5월 1일 일요일 날씨 : 맑음
 
대학교 3학년 겨울 방학이었던가.
무작정 집 나와서 일주일 간 헤매고 다닌 적이 있는데 마지막 날 경복궁을 보는 걸로 마무리하려 했던 여행을 하필이면 화요일이어서 창덕궁을 보는 걸로 대신해야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2년도 지난 얘기다.
그동안 내내 맘 속에 지니고 있었는데 바야흐로 때가 되었다.
다시 일상이 똑같이 반복되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더구나 디카까지 샀는데 어디 써 먹을데도 없이 서랍속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래, 떠날 때가 된거야!

2시간 동안 온 몸을 뒤틀며 전철을 타고
경복궁 역에 도착했다. 가는 동안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이리저리
구경했는데 참 한심하게 보였겠군. 하지만 서울을 갈 수 있는 가장 싼 방법이 바로 전철을 타는 것이다. 걸어서 갈 순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경복궁에 도착했을 때, 마침 왕의 행렬이 막 시작되려 했다. 자주 있는 건지 아님, 오늘이 일 년에 한 번 있는 종묘 제례일이라 행사를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뜻밖에 좋은 구경했다. 대취타도 듣고.

근정전을 비롯해 자경전, 교태전, 향원정, 경회루 등 등을 발 가는 대로 구경했다. 사진도 찍고 외국인에게 부탁해 내 사진도 찍고, 나도 찍어주고. 한국 사람은 거의 없고 일본인, 대만인으로 추정되는 중국인, 외모는 동양인인데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자 "What do you want to?"라며 상당히 굴려 말하는 바람에 당황했던 외국인들이 많았다.

봄이라 그런지 꽃이 만발해 참 예뻤다. 음. 혼자 와도 별로 심심하진 않았다. 난 원래 그렇지만. 은은한 재미가 느껴지는 곳이다.

2시간 쯤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편의점에 들러 샌드위치와 초코 우유를 점심으로 먹었다. 그리고 또 다시 2시간 동안 전철을 타고 심심함으로 몸을 뒤틀며 집으로 돌아왔다.

사회생활 이제 딱 2달 째.
딱히 보람도 없고, 재미도 없고.
이런 때일수록 나에게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나 이외에 다른 것-예를 들면 아이들이라든가, 나에게 주어진 귀찮은 업무, 동료 선생님들과의 관계- 들은 잠시 접어두고,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이. 여행하는 시간은 내가 가장 행복해 하는 시간이다.

*입장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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