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22일 토요일 날씨 : 무척 쌀쌀함
엄마가 올라오셨다. 게다가 오늘은 한달에 한번 있는 쉬는 토요일... 그래서 가까운 병천으로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비가 오고 나더니 날씨가 꽤 쌀쌀해졌다. 이제 곧 또 한번의 겨울이 찾아올 것이고 속절없이 이 한해도 다 가겠지..
터미널로 나가 420번 버스를 탔다. 길가의 가로수는 벌써 알록달록 단풍이 들어 눈을 즐겁게 해주었고 청량한 공기는 폐 깊숙히 들어와 머리를 즐겁게 해주었다.
한 시간여 만에 병천에 도착했다. 면소재지인데도 작은 읍처럼 많이 번화한 모습이었다. 40여개의 순대국밥집이 모여있다는 이 곳에서 맛있는 집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닐게다. 저번에는 '아우네 국밥집'에서 먹었는데 오늘은 그 옆에 나란히 붙어있는 '시장순대'에서 먹기로 한다. 가게 안은 이미 관광차를 타고 순대국밥을 먹으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려 간신히 안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순대 한 접시와 얼큰이 순대국밥 두 그릇을 시켰다. 순대와 국물 맛은 좋아 잘 먹었는데 서비스는 영 엉망이었다. 엄마가 맛있게 드시며 만족하셔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다음에 다시 올 기회가 있다면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
아직 1시 정도 밖에 안 되었는데 다시 집으로 가기에는 아쉬워 유관순 사우과 생가에 들러보기로 했다.
유관순 사우는 병천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걸린다. 유관순 기념관에 잠깐 들렀다. 아주 정성들여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이 들만큼 사우를 깨끗하게 꾸며놓아 가족들끼리 와서 쉬면서 역사 공부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장소일 것 같다.
생가는 이곳에서 다시 30분 정도를 걸어가야 한다. 높지도 않은 평탄한 산길을 따라가면 되는데 호젓하고 조용하고 단풍이 들어 아름다운 길을 엄마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걸으니 산책하는 기분이 들어 기분이 좋아졌다. 가는 길에는 전원주택들이 짠하고 나타나 마치 외국영화에 나올 법한 집들도 구경했다.
생가에 도착했다. 생가 곁에 후손들이 살던 집은 현재 비어있는 것으로 보아 후손은 여기 살지 않는 모양이다. 생가는 복원한 것이었는데 깨끗했다. 옆에 유관순 열사가 다녔다는 교회 지하의 전시실도 가 보았다.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해서 좋았다.
바람이 차다. 가족들과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에게는 소원이나 다름없었다. 다른 가족들처럼 휴일에 가족들과 이런 나들이를 한 적이 거의 없었으니까... 내가 자랄 때도 그랬고 지금은 내가 나와서 사니 그럴 기회가 없고... 엄마 건강이 많이 안좋아지시니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랑만하며 살아도 부족한 삶이다. 이제는 맛있는 것, 좋은 경치.. 많이 챙겨드려야지..
*유관순 사우, 생가 입장료 무료
*주차료 무료
'국내여행 > 즐거운 편지(2004~현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억으로-공주 산림박물관 (0) | 2007.01.18 |
---|---|
낯선 시간과 마주하다-서천 장항읍 (0) | 2007.01.18 |
맛과 멋이 있는 풍경-전주 한옥마을, 전동성당 (0) | 2007.01.18 |
사족.. (0) | 2007.01.18 |
느리게, 그리고 잔잔하게(5)-다시 완도로 (0) | 2007.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