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3일 화요일 날씨 : 맑고 하늘 높음
그 곳이 떠오른 건 집에 내려가기 하루 전이었을 것이다.
지난 가을이었는지 혹은 겨울로 들어섰는지 생각나지 않는 어느 날인가 엄마와 나는 장항에 가기로 의기투합을 했지만 미루고 미루다 방학을 하고 새해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집에 내려간 다음 날, 엄마와 나는 다시 의기투합을 해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장항 행 버스표 두 장을 끊었다. 손님은 우리 이외에 대여섯 명이 전부였고 간혹 낯선 정거장에서 손님이 내리거나 타기도 했다.
나른한 햇살을 받으며 엄마와 나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엄마는, 부모님은 내가 사랑을 달라고 말하지 않아도 언제나 넘치는 사랑을 주시는 분들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가장 편안하고, 설사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지른다 해도 나를 전적으로 인정해주고 이해해 주실 분들은 부모님밖에 없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하고 있었다. 그런 엄마와 하는 여행이니 더 즐거울 수밖에...
서천읍을 경유해 장항에 도착한 건 부여를 떠난 지 한 시간쯤 지난 후였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까지 이 도시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었지만 나를 맞이한 건 쓸쓸하고 텅 빈 터미널이었다. 보이는 사람이라곤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전부이고 터미널 내 상가는 물론 매표소조차 문을 닫은 지 오래 전인 것 같았다. 그 당혹감이라니....
터미널을 빠져나와 낯선 거리들을 걸었다. 터미널에서 너무 큰 충격을 받은 탓인지 간혹 사람을 만나도 저 사람들이 정말 이곳에서 사는 건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모두 우리처럼 잠깐 다니러 온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역 주변에서 식당이 많이 모여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나 역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아구찜 전문이라고 적혀있던 식당(우리 식당)에 들어갔다.
실내가 조금 어두웠지만 그다지 친절하지도, 불친절하지도 않은 종업원 아주머니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방의 오래된 듯한 창문이 맘에 들었다. 한참 있다가 나온 음식은 나름대로 맛있었고 남은 양념에 볶은 밥도, 서비스로 제공된 요구르트도 모두 좋았다.
그 식당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부두에 다다른다. 지척에, 바다를 가운데 놓고 군산으로 짐작되는 도시가 보이고 간간이 여객선인지 유람선인지 모를 배들이 지나가고 파도는 더할 수 없이 잔잔했다. 바다를 옆에 끼고 걸어가다 마을을 만났다. 소박한 골목과 대문과 그것보다 더 소박한 바다가 있는 마을이었다.
다시 한번 그 곳을 찾아간다 해도 여전히 낯선 시간과 마주하게 되고 말 것 같다. 사람들은 모두 잠깐 다니러 온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여전히 떨쳐버리지 못할 것 같은 도시...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다지 나쁜 건 아니었다. 그 도시는 분명히 지도 속에 존재하고 그 어떤 여정이라도 내 추억 속에는 잘 간직될 테니까...
*장항 '우리식당'-아구찜(소) 30000원
'국내여행 > 즐거운 편지(2004~현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의 초대-홍성 '그림이 있는 정원' 수목원 (0) | 2007.01.18 |
---|---|
추억으로-공주 산림박물관 (0) | 2007.01.18 |
가을답게-천안 병천 (0) | 2007.01.18 |
맛과 멋이 있는 풍경-전주 한옥마을, 전동성당 (0) | 2007.01.18 |
사족.. (0) | 2007.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