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8일 토요일 날씨 : 황사 바람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새벽에 설핏 잠이 깨어 제일 먼저 요일을 따져 본다. 아직 일요일이 아니라 토요일에 시간이 머물러 있음을 깨닫고 안심하며 다시 짧은 아침잠을 청했다. 오늘은 4월의 첫 번째 쉬는 토요일이다. 게다가 운전을 배우고 집에서 보내는 두 번째 토요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공주에 있는 산림박물관으로 나들이 가는 날이기도 하지.
어김없이 봄은 또 찾아왔고 삭막한 도시 건물 말고 싱그러운 초록빛 봄을 보고 싶어서 수목원을 생각했고 가장 가까운 산림 박물관을 생각했다.
여유있게 떠났는데도 도착하니 사람들이 별로 없다. 귀여운 장승들이 서 있는 길을 걷고, 분수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예쁜 연못가에 앉아도 보고, 온실에서 희귀한 열대 식물들도 구경했다. 2층으로 된 산림 박물관 내부는 조명이 어두워 좀 으스스하긴 했지만 때마침 식물 그림 전시회를 하고 있어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아직 꽃이 피지 않아 살짝 실망도 했지만 눈 안에 가득 찬 초록빛 나무들로도 많이많이 좋았다.
공주 시내로 접어들었다. 낯익은 거리다. 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무슨 가게가 있고, 이 아이스크림 집에서 아이스크림 케이크도 샀었지. 음, 여기는 친구들이랑 밥 먹었던 곳이네. 돈이 없어도 늘 넉넉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간판 없는 허름한 떡볶이집도 아직 그대로였다. 그래. 난 여기서 4년이란 시간을 보냈어. 좋은 시간이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어쨌든 그 시간들도 내 삶의 일부라는 건 부정할 수 없으니까.
점심은 이학 식당의 돌솥 비빔밥으로 미리 정하고 왔다. 엄마가 공주에서 유일하게 가본 식당인데 졸업식 날 드셨던 돌솥 비빔밥 이야기를 지금도 가끔 하신다. 역시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 음식들은 맛있었다.
신기해. 그 동안 기억조차 못했던 일들이 이렇게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니. 산림 박물관에서 했던 엠티, 졸업사진 촬영, 공주에서 보낸 시간들. 내가 미처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야. 머릿속 어딘가에, 마음속 어딘가에 늘 간직하고 있었어. 기억이 아니라 추억으로 말야.
*입장료 1500원
*주차료 경차 1500원
*공주, 이학식당-돌솥비빔밥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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