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즐거운 편지(2004~현재)

Endless rain-담양 죽녹원, 관방제림,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

anna325 2007. 1. 18. 17:23

2006년 8월 25일 금요일 날씨 : 비

 

내일, 모레면 여름방학이 끝난다.

하.. 오늘이 금요일이니까 정말 내일, 모레네..

연수를 끝내고 일주일 정도 친구들도 만나고 이것저것 정리도 하고는 바로 시골로 내려가 지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엄마와 함께 밭으로 일하러 갔다가 점심 때쯤 집에 들러 점심을 먹고 한 두시간쯤 낮잠을 자거나 쉬고 다시 저녁 해가 질 때까지 밭에가 일을 도와드렸다. 힘은 들었지만 복잡하게 생각이란 걸 안해도 되어서 머릿속이 투명해졌달까.. 이런 생활도 분명히 매력이 있었다.

 

그러고는 어제 다시 천안으로 돌아왔다. 이제 방학이 다 끝나가는데 그냥 이렇게 보낼 수 없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불안했다. 방학이 끝나갈 즈음이 되면 항상 그랬다. 중학교 때부터였나.. 아니 초등학교 때부터였던가... 여하튼 앞으로의 삶이 또 나를 얼마나 힘들게 할지.. 폭풍전야같은 적막감으로 불안하고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떠났다.

담양은 지난 겨울부터였는지 가고싶어 아껴두었던 곳이다.

여러 볼거리 중에서도 제일 가보고 싶었던 곳은 죽녹원이었다.

사진으로 본 대나무의 시원스러움..

세상과는 다른 그 무엇이 있을 것이라는 설렘..

가슴 밑바닥에 쌓여있는 상처들까지도 감싸줄 것 같은 편안함..

무협 영화의 배경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신비스러움.. 들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다.

 

삶은 달걀, 사이다, 김밥, 버섯부침개 등을 준비했다. 혼자 다닐 때는 기차에서 무엇을 먹는다는 게 머쓱해서 그냥 말았는데 엄마랑 같이 가니까 한번 해보고 싶었다. 달걀도 먹고, 사이다도 마시고, 김밥도 먹고, 자다가, 밖에 풍경도 구경하다가 광주에 도착했다.

 

광주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도 없는데 걱정이 되었지만 어쨌든 여행은 시작되었다. 광주역에서 버스를 타고 죽녹원에 도착했다.

 

잘 정돈된 대나무 공원에는 이정표가 안내를 맡고 있었다. 운수대통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샛길.. 죽마고우 길.. 그 이정표들을 보다가 문득 내 마음에도 이런 이정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길로 가세요.. 운수대통할 거예요..

이번엔 이 길로 가보세요.. 당신에게 찾아온 사랑이 영원할 거니까.. 길이 너무 멀어 힘들죠.. 샛길은 어떠세요.. 삶이 좀 쉬워질 거예요.. 내가 갈림길에 서서 고민할 때마다 짠~하고 나타나 살짝 귀띔이라도 해준다면 이 삶이라는 것도 조금은 사랑스러워질텐데..

 

관방제림과 메타세콰어 가로수 길도 걸어다녔다. 비는 그치지 않고 오래도록 내리고 있었다. 날씨만 좋았다면 신이 나서 돌아다녔을텐데.. 음.. 정말 아쉬웠다. 내가 여길 얼마나 오고 싶어했는데..

 

밤기차를 타고 다시 천안으로 돌아왔다. 불안한 마음은 이틀동안 여전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이 생활에 익숙해져 잘 살고 있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아무것도 아닐 일인데.. 시간이란 게 언제나 그렇다는 걸 이제는 아주 잘 알고 있는데.. 막상 그 시간이 되면 언제나 잊어버리는지..

 

이제 담양하면 가지런한 대나무와 그치지 않는 비가 생각난다.

하지만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내가 있는 담양은 화창하게 맑은 그곳이기를...

 

*죽녹원 입장료 1000원

*죽녹원 주차료 무료

*관방제림 입장료 무료

*담양, 진우네국수집-물국수 2500원, 삶은 달걀 4개 1000원

(인터넷에 맛있는 집이라고 소개가 되어있어 갔는데 맛도 서비스도 정말 별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