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 설명은 'ENJOY 이탈리아-윤경민'에서 참고하여 썼다.)
오늘도 우리는 아침을 'peri peri grill' 에서 시작한다.
유리컵에 담아 준 커피, 종류는 생각나지 않는다. 이 날은 나도 호기심에 우유 대신 커피를 시켰다.
빵은 크림이 들어있는 크로와상과 이름은 모르지만 맛있어 보이는 빵을 골랐다. 갓 나온 빵이라 부드럽고 달콤하고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게 정말 맛있었다.
아침을 먹고 지하철(기본 요금 1.5유로, 1,890원, 로마패스 이용)을 타고 스파냐 역에서 내려 스페인 광장으로 갔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햅번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앉아 있던 곳으로 유명하다. 로마에서 웬 스페인 광장인가 했더니 17세기에 이 광장 주변에 스페인 대사관이 자리잡아 그렇게 불려졌다고 한다. 위 거리는 콘도티 거리로 세계 유명한 명품 가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마침 엄마가 지갑이 필요해서 몇 군데 들어가 구경했는데 모두들 비싸서 그냥 구경만 하고 나왔다.
스페인 계단,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청소차가 와서 계단 청소를 하고 있었다. 1726년에 만들어진 137개의 계단이다. 그 앞에는 17세기의 대표적인 예술가 베르니니의 아버지 피에트로가 16세기에 만든 분수가 있다. 로마는 분수를 하나 만들어도 예술 작품을 만들 듯 예술가의 혼과 정성을 가득 담아 만드는 것 같다. 로마는 거리 곳곳이 살아있는 미술관이다.
스페인 계단에서 바라본 광장과 콘도티 거리, 이른 아침인데 벌써 관광객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있다.
스페인 계단을 오르자 거리 화가가 그린 그림이 보였다. 그림이 무척 아름다웠다. 그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 장 정도 사와서 걸어두어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나는 그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이렇게 거리의 화가들이 그린 그림을 한 장 정도 사 와서 걸어두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그 그림을 볼 때마다 이탈리아를 여행했던 추억에 잠겨 잠깐씩이라도 행복하지 않았을까?
스페인 계단을 다 올라가면 나오는 트리니타 데이 몬티 성당에서 바라본 스페인 광장쪽 모습. 성당은 잠겨있어서 안을 구경할 수는 없었다.
콘도티 거리에 있는 '안티코 카페 그레코' 1760년에 문을 연 300년 가까이 된 카페.
바이런, 괴테, 리스트, 안데르센, 니체, 바그너 등 유럽의 예술가들이 모여 차도 마시고 정보도 교환하고 영감을 얻었던 장소라고 한다.
판테온을 보러 가던 길에 발견한 젤라또 전문점 '지오리티'
쌀, 요거트, 바닐라 맛을 골랐다. 3가지 맛을 고를 수 있는 'big cup'. 4.5유로(5,670원)
쌀로 만든 젤라또가 이색적이었는데 생각보다 부드럽고 맛있었다. 젤라또의 나라 이탈리아에 왔으니 여행하는 동안 실컷 먹어봐야지. 과연 듣던대로 세가지 맛이 다 부드럽고 맛있었다.
스페인 계단에서 걸어서 도착한 판테온. 그리스어로 '모든 신, 전신'의 뜻으로 다신교인 고대 로마에서 모든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든 신전이다. 기원전 27년 케사르의 후계자 아우구스투스 대제가 만든 것으로 돔 양식은 현존하는 로마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되었으며 아주 잘 보존되어 있다. 르네상스 3대 천재 화가인 라파엘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건물이라고 칭한 곳이다.
중앙 제단
그의 소원대로 성모상 아래 잠들어 있는 라파엘로의 무덤
라파엘로의 무덤, 죽어서 여기에 묻히기를 소망했다고 한다.
천정에 지름 9m의 구멍이 나 있다. 기원 전 시대에 이렇게 천정에 구멍을 내고 거기다 돔 형태로 지은 건물이 2000년이 지난 지금도 현존할 수 있다니! 로마인들의 건축 기술이 얼마나 발달했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는 건축물이다. 신기하기도 하고 로마인들의 건축 기술이 새삼 놀랍기만 하다.
판테온 정문
판테온 앞 광장에서 거리 공연을 하는 악사
판테온의 정문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돌아가면 '산타 마리아 소프라 미네르바 성당' 이 나온다.
중앙에 성 까뜨린 수녀님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미켈란젤로의 1520년 작품인 '예수상'
미네르바 성당 광장에 있는 오벨리스크, 기원전 6세기 경 이집트 이지스 신전에서 가져온 것이라 한다.
피자 맛집이라는 '베베토 피자'를 찾아가는 골목
성당까지 구경을 마치고 나니 점심 때가 되었다. 오늘 점심은 피자 맛집으로 유명한 '베베토 피자'에서 먹기로 했다. 성당에서 별로 멀지 않아 걸어가기로 했는데 이런 골목길을 지나가게 되었다. 로마의 길은 대부분 이렇게 돌을 타일처럼 깔아 놓았는데 옛날에 만든 이 돌길을 지금도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 신선했다.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가늠하기조차 힘든 이 길 위로 지금도 사람도 다니고 넓은 길은 차도 다닌다. 한편으로는 길을 얼마나 견고하고 튼튼하게 만들었으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돌이 깨지거나 부서지지 않고 처음 만들었을 때처럼 유지가 되는 걸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거리 곳곳에 아직도 이런 수돗가가 남아 있고 놀랍게도 지금도 물이 나온다. 2000년 전 로마 사람들이 이 공동 수도에서 물을 마셨겠지. 거리 곳곳에 아직도 이런 수도가 많이 남아 있어 볼 때마다 2000년 전으로 잠깐씩 시간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런 수도 시설을 그 당시에 만들다니.. 역시 로마인들의 기술은 놀랍다.
창문으로 들어가는 산타 인형을 장식해 놓은 집. 그 깜찍한 유머에 잠깐 미소를 보냈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산넘고 물건너 힘들게 찾아간 '베베토 피자', 피자 맛집이라하니 기대가 된다. 입구가 무척 작아 신경써서 찾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벽면을 보니 사진이 가득 걸려 있었다. 아마도 우리나라처럼 여기도 유명인들이 방문하면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서 남겨놓는 것 같다. 유명인들이 많이 다녀간 것을 보니 맛집은 맛집인 것 같다. 사진을 보니 더 기대가 된다. 식당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있는 사이 종업원이 메뉴판을 들고 왔다. 메뉴판을 보고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이 식당의 대표 피자인 베베토 피자와 버섯, 양파, 소세지가 들어간 피자, 그리고 스프라이트 2캔을 시켰다.
이 식당에서 가장 대표적인 피자인 베베토 피자, 중앙에 계란을 올린 것이 특이했다. 라지 12유로(15,120원)
이 피자는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는데 버섯, 양파, 소세지가 올라가 있는 피자였다. 라지 12유로(15,120원)
나는 개인적으로 베베토 피자가 더 담백하고 맛있었는데 부모님도 베베토 피자가 더 맛있다고 하셨다. 베베토 피자에는 계란이 올라가서 어떤 맛일까 궁금했는데 전혀 이질감이 없이 맛있었다. 그렇다고 두번째 피자가 맛이 없는 건 아니었다. 나름대로 둘 다 맛있어서 무척 만족스러운 점심 식사였다.
점심을 먹고 다시 골목을 돌아 나오니 나보나 광장이 나왔다. 왼쪽의 건물 모퉁이를 돌면 짠 하고 나보나 광장이 나온다.
무어인(아랍인)의 분수
가운데에 있는 강의 분수. 바티칸 대성당의 광장을 만들고, 내부의 천개, 설교단을 만든 천재 바로크 조각가 베르니니가 조각한 분수라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네 개의 거대한 거인상은 갠지스 강(인도), 도나우 강(독일), 나일 강(이집트), 라플라타 강(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사이에 흐르는 강)을 상징한다.
동상?이 아니라 실제 사람이다. 재미있기도 했지만 하루종일 똑같은 자세로 서 있는 게 얼마나 힘들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목욕과 빨래는 어떻게 할까?
삼지창을 들고 있는 넵튠(포세이돈)의 분수
나보나 광장에서 트레비 분수로 가다가 성당이 있어 들어가 보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 곳이 카라바조의 그림이 있는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지 성당' 이었다. 로마는 우연히 들어간 곳에서도 곳곳에 보물이 숨겨 있는 보물 창고 같은 곳이다.
카라바조가 그린 '성 마태오의 소명', 마태오 성인과 예수님, 베드로 성인이 처음 만나는 장면을 그린 그림.
마태오 성인은 예수님과 베드로는 신경도 쓰지 않고 돈을 세는데 여념이 없다.
카라바조가 그린 '성 마태오의 영감' 천사에게 영감을 받아 복음서를 쓰고 있는 마태오 성인
카라바조가 그린 '성 마태오의 순교' 마태오 성인의 몸은 십자가의 모양을 하고 있고 천사는 순교를 의미하는 종려나무 잎사귀를 건네고 있다. 카라바조는 자신의 얼굴을 왼쪽에 살짝 그려 넣었는데 순교의 순간을 바라보고 있는 것임에도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다.
나와서 찍은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지 성당'
날이 많이 어두워졌다.
나보나 광장과 성당을 구경하고 이제 트레비 분수를 구경하러 가는 길이다. 원래 아침에 갔었는데 마침 분수의 물을 다 빼고 바닥 청소를 하고 있어서 저녁에 다시 오자 했다. 바닥에는 동전이 엄청 많았는데 불우이웃돕기에 쓰인다고 한다.
가는 길에 작은 슈퍼가 있어서 들렀는데 애완동물을 밖에 묶어 놓고 슈퍼에 가는 사람들을 위해 견차장(?)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예전에는 마차장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슈퍼 안을 들여다보며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애완견.
이탈리아에 와서 새삼 느낀 건데 여기는 강아지를 정말 사랑하고 삶과 생활에서 애완견을 기르는 것이 당연한 듯 여겨지는 것 같았다. 초상화나 그림에도 개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을 걸 보니 여기 사람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강아지를 가족의 일부로 생각한 듯 하다.
판테온 근처에 있는 아이스크림 전문점 '델라 팔마'. 요거트, 과일, 망고, 초코칩 4가지 맛을 먹을 수 있는 big cup. 4.5유로(5,670원). 맛은 '지오리티' 아이스크림보다 별로였다. 약간 저렴한 맛이라고 할까?
'델라 팔마' 아이스크림 전문점
이 거리에도 인간 동상이 있었다.
드디어 트레비 분수에 도착했다. 저녁에 보니까 은은하니 더 운치 있는 것 같다.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인산인해. 우리도 질세라 1센트짜리 동전을 던지며 사진을 찍었다. 잘 나오진 않았지만.. 나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트레비 분수를 보고 다시 스페인 광장 쪽으로 가서 '안티코 카페 그레코'에 들렀다. 이렇게 오래 된 카페를 또 언제 와볼까 싶어 그냥 가기가 조금 아쉬운 마음에 딸기 케이크 한 조각을 샀다. 한 조각에 8유로(10,080원)로 많이 비쌌다. 그리고 카페 안을 구경했는데 역사가 깊은 만큼 오래된 그림과 글들이 많았다.
오늘 하루 긴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서 먹었던 딸기 케이크. 아쉽게도 특별하게 맛있는 맛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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