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떠나는 날이다.
'peri peri grill'에서 아침을 먹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빵을 시키고 커피는 까페라떼 아니면 카푸치노를 시켰을 것이다. 나는 언제나처럼 우유. 아침을 맛있게 먹고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조심히 잘 가라고 인사를 해주었다. 항상 밝은 표정으로 맞아주던 두 여성 직원들.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테르미니 역에서 7시 30분 쯤 출발하는 공항버스를 타고 약 한 시간 후에 우리는 로마 피우미치오 공항에 도착했다. 아침 10시 55분 비행기여서 서둘러 나왔다. 공항에 도착한 나는 일단 티켓팅을 마치고 택스 리펀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아.. 그런데 내가 티켓팅을 하는 동안 이미 수많은 중국인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줄을 서긴 했는데 줄이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탑승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정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냥 갈까 생각하다가도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거의 한 시간쯤 지났을 때 겨우 택스 리펀을 받을 수 있었다. 210유로 짜리 엄마의 지갑을 받았는데 현금으로 받는다고 하니 수수료를 4유로 떼고 22유로를 돌려주었다. 그래도 22유로가 어디냐. 마침 유로가 하나도 없었는데 면세점에서 뭐라도 사갈 수 있게 되었다.
허겁지겁 눈썹이 휘날리게 검색대를 통과해서 면세점에서 무엇을 살까 고민하다가 가진 돈이 얼마 되지 않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파스타 면을 샀다. 그리고 남는 돈으로 과자와 앙증맞은 루텔라 30g짜리를 샀다. 이탈리아에서 지나가다가 루텔라를 바른 샌드위치 그림을 보았는데 맛이 궁금했다. 한국에서 와서 먹어 보았더니 정말 맛있었다. 그렇게 달지도 않고 초코맛과 땅콩버터가 섞인 듯해 오묘하게 맛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면세점에서 시간을 너무 지체했는지 결국 승무원이 데리러 왔다. 다른 승객들은 이미 모두 탑승했는데 우리만 탑승이 늦은 것이다. 미안하다고 사과는 했지만 그래도 택스 리펀도 받고 22유로로 선물도 야무지게 사서 속으로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택스 리펀을 받지 못했다면 정말 속상했을 것이다.
여기서 작은 비행기를 타고 출발하여 오후 3시 20분에 헬싱키의 반타 공항에 도착했다.
나의 첫 유럽. 이탈리아 안녕.
구름도 몽실몽실 떠 있고.
눈 덮힌 마을이 보이는 것을 보니 핀란드 헬싱키인데 비행기가 내려갈 때 찍었는지 뜰 때 찍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기 사람들은 추워서 겨울에 어떻게 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잘 살고 있겠지만.
헬싱키 반타 공항에서 약 2시간 정도 대기한 다음 저녁 5시 30분 비행기에 올랐다. 점심을 먹지 못해 배가 많이 고팠는데 바로 기내식이 나왔다. 아마도 맛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생각나지 않지만. 빵들도 맛있었는데 케이크처럼 생긴 네모난 빵은 많이 달았다. 그래도 배가 고파서 허겁지겁 먹었던 기억이 난다. ㅋ
다음 날 아침으로 나온 기내식. 오믈렛과 소시지. 그리고 왼쪽은 감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래 미역같이 생긴 것은 그때도 지금도 잘 모르겠다는. 요거트랑 주스도 후루릅 찹찹 맛있게 먹었다.
잠깐 졸다가, 복도를 왔다 갔다 하다가, 기내 뒷편에 마련된 간식 코너에서 간식도 가져다 먹고, 화장실도 다니고 하다가, 드디어 총 12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우리는 인천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공항을 나서자 로마보다 더 추운 우리나라의 싸늘한 공기가 훅 하고 얼굴을 감쌌다. 점퍼를 꼭꼭 여미고 천안으로 가는 공항 버스를 탔다. 히터를 틀어주셔서 따땃한 아랫목에 누운 것처럼 몸이 노곤노곤해 잠이 쏟아졌다.
천안에 도착하자 어디 아픈데 없이 즐겁게 여행을 마치고 왔다는 사실이 나에게, 그리고 우리 부모님에게 새삼 감사했다. 그리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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