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일본(2016)

후쿠오카 여행기(1일차, 2016.2.1.월)-출발

anna325 2018. 3. 15. 22:18

[한국] 엔화 환율 100엔=1,002원, 총 5,900엔=591,660원 환전

[3박 4일]

-준비비: 2,049,585원

-4일간 총 생활비: 5,900엔=591,660원+75,369원(공항 면세점)=667,029원

-총 여행 경비: 2,716,614원

-1인당 여행 경비: 905,538원

 

겨울방학이 되기 전 지난 해 12월에 해외 여행을 급 결정하여 정한 나라가 일본이다. 일단 가까워서 비행시간이 짧고 여행 경비가 적게 들고 일본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아 부모님과 다녀오기 좋을 것 같았다. 부모님과는 첫 해외 여행이고 나도 대학교 때 배낭 여행으로 중국을 가 본 적이 있을 뿐 나 스스로 계획해서 해외 여행을 가는 것이 거의 처음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오랫동안 생각해 온 여행이 아니라 지금 생각해 보면 준비가 많이 부족했던 여행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가긴 하지만 오랜만에 해외에 나간다고 생각하니 이것저것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3박 4일로 일정이 짧아서 어떻게든 잘 다니겠지..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인천공항에서 후쿠오카로 출발하는 오후 12시 30분 아시아나 비행기(1인당 왕복 297,500원)에 몸을 실었다. 자료를 보니 하나투어에서 예약을 했나 보다. 떠오르는 비행기에서 본 우리나라 모습.

 

점점 구름 위로 올라가는 비행기

 

내가 지금까지 찍은 구름 사진 중에 제일 예쁘게 나온 사진

 

너무 짧은 1시간 20분 만인 13시 50분쯤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했다. 내려갈 때 보았던 후쿠오카와 바다 모습.

점심도 기내식으로 먹었는데 사진을 안 찍었나 보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유후인으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공항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이미 매진이라 6시 정도에나 있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시간으로 버스표를 예매했다. 네 시간 정도 시간이 비어 공항 구경도 할 겸 매운 라면(650엔, 약 6,500원)도 사먹고 세븐일레븐에서 돈카츠 덮밥(430엔, 4,300원)도 사먹었다.

다시 공항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아차! 료칸에서 저녁을 준다는 것이 기억이 났다. 그런데 예상보다 네 시간이나 늦어져 잘못하면 저녁을 먹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핸드폰은 로밍을 안 해와서 공중전화로 전화를 해보기로 했다. 일단 세븐일레븐에서 전화 카드를 사서 전화를 하려고 번호를 눌렀는데 계속 잘못 눌렀다는 이야기만 나오고 연결이 안 되었다. 그래서 지나가는 청소 아줌마에게 손짓 발짓으로 여쭈어 보니 료칸 바우처에 나온 전화번호 맨 앞자리에 0을 하나 더 붙여야 한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그래서 그렇게 해보니 정말로 연결이 되어 간신히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일본어를 못해서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한국인 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한국 사람이 얼마나 많이 오면 한국인 직원까지 두었을까? 어쨌든 저녁 8시쯤 도착할 것 같다고 하니 저녁을 준비해 놓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조심히 오라고 했다. 다행이었다. 료칸은 저녁이 정말 맛있다고 들어서 가뜩이나 먹는 거 좋아하는 우리 식구들 못 드시면 어쩌나 걱정이 많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루한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유후인행 버스에 올랐다. 버스를 타고 가장 놀랐던 건 버스 맨 뒤에 작은 화장실이 있었다는 것! 일본은 장거리 버스에도 이렇게 화장실이 있어 정말 편리할 것 같았다. 아빠는 여행을 오면 평소보다 화장실을 더 많이 가시는데 다행이다.

 

이미 밖은 어두어져 불빛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산길을 구불구불 돌고 도로 어딘가에 몇 번인가 정차를 해 손님들을 내려주고는 드디어 유후인 시내에 도착했다. 우리는 바로 택시를 타고 우리들의 료칸, '야마모미지'로 향했다. 일본의 택시 기사들은 유니폼에 모자까지 갖춰 쓰고 우리의 짐을 트렁크에 실어주는 등 아주 친절했다. 물가가 비싼 일본이라 기본료가 매우 비쌌지만 우리나라 택시 기사들도 이들처럼 친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우리는 야마모미지에 도착했다. 야마모미지는 '호텔온센'이라는 사이트에서 예약했는데 아침과 저녁이 나오고 개인 온천이 딸려있는 다다미 방으로 1박에 513,672원이었다. 우리는 2박을 예약했다.

카운터가 어디 있는지 몰라 계단을 어두컴컴한 계단을 몇 번이나 오르락 내리락 한 후에 간신히(?) 대문 옆에서 찾았다. 일반 객실처럼 생겨서 몰라봤네.. 어쨌든 무사히 체크인을 하니 카운터 주위로 있던 식당으로 안내했다. 거기에는 아주 맛있는 일본 정식인 가이세키 요리가 한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가이세키 정식은 귀한 손님을 대접하던 일본의 고급 정식 요리라고 한다. 우리도 이 음식을 먹으며 대접을 받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아래 사진으로 보이는 식사가 1인분이다. 나는 1인분씩 정해져 각자 그릇에 담겨 나오는 요리가 좋다. 먹는 걸 워낙 좋아하는데 여럿이 먹을 때 한 그릇에 나오면 다른 사람들은 언제들 그렇게 잘 먹는지 나는 충분히 못 먹을 때가 많고 급하게 먹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1인분씩 이렇게 따로 나오면 눈치 볼 일도 없고 천천히 맛을 충분히 느끼면서 먹을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이 날은 우리 때문에 식당 직원들이 늦어진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급하게 먹어서 많이 아쉬웠다.

 

음식상을 보자마자 먼저 그 화려함에 매우 놀랐다. 눈으로 한번 즐거웠으니 이제 입이 즐거울 차례. 원래는 코스 요리처럼 순서대로 나오는데 오늘은 늦어서 한꺼번에 다 차려주신 것 같았다. 싱싱한 회, 생선구이, 그리고 조림 종류, 푸딩같은 달걀찜, 밥과 미소 된장국이 나왔는데 불 위에서 끓고 있는 것은 지금은 생각이 나지 않아 안타깝다. 아마도 국물 음식이었던 것 같다. 그 중에 하이라이트는 바로바로 불 위에서 은근하게 구워지고 있는 저 소고기!! 육즙도 풍부하고 부드럽고 마치 아이스크림을 먹은 것처럼 입안에 넣자 마자 눈 녹듯이 녹아 없어지던 저 소고기!! 단 세 점밖에 없어서 더욱 아껴먹었던 저 소고기!! 아.. 꿀꺽! 또 먹고 싶다.

 

이 가이세키는 내가 지금까지 해외 여행을 하면서 먹었던 음식 중에 최고로 치는 음식이다. 마치 왕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맛은 또 얼마나 맛있었던지. 모든 음식이 입에 착착 감겼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음식을 다 먹고 나자 디저트를 내오셨다. 무슨 맛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크림을 얹은 살살 녹는 샤베트에 초콜릿 가루를 뿌린 푸딩, 그리고 파인애플, 단감, 살포시 숨어있는 치즈케이크, 키위가 나왔다. 샤베트와 푸딩은 달달하니 맛있었고 과일과 치즈케이크도 신선하고 맛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어느 호텔 부럽지 않은 음식들이었다.

 

배를 두둑히 채우고 나자 이제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온천이 딸린 방으로 예약을 했는데 이미 다다미 방에 빳빳하고 새하얀 천으로 감싼 이부자리가 곱게 펴 있었다. 온돌이 아니라 방바닥이 따뜻하지 않고 조그만 히터만 켜져 있어 밤에 조금 추웠던 것 빼고는 만족스러웠다. 참, 객실 내에서 와이파이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오늘은 너무 피곤하지만 그래도 온천은 해야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뒷문을 열고 나가면 있는 작은 온천으로 들어갔다. 물이 너무 뜨거우면 수도로 찬물을 틀으라고 했었는데 역시나 물이 뜨거워 찬물을 틀어 놓았다. 뜨끈한 온천에 몸을 담그니 오늘 하루 쌓였던 피로가 점차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여기의 단점은 샤워시설에 칸막이를 안 해 놓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친한 사람들끼리 오는 개인 온천이라지만 그래도 샤워할 때 칸막이는 있어야하는뎅..쩝..

 

그래도 어쨌든 이렇게 무사히 하루가 지나서 감사하다. 내일은 유후인 시내를 돌아다닐 예정이니 오늘은 이만 얼른 잠자리에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