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 설명은 '100배 즐기기 규슈-편집부'을 참고하여 썼다.)
오늘은 후쿠오카로 떠나는 날이다.
아침에 온천욕을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어제 저녁에 했으니 오늘 아침은 건너 뛰었는지 아니면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아쉬우니 온천욕을 했는지 말이다.
어쨌든 오늘 아침도 일본식 가정식이다. 첫째날 저녁 이후로 그다지 음식이 맛있지 않아서 기대를 하지 않고 갔다. 지금 보니 죽, 두부, 달걀말이, 김, 샐러드 등이 나온 것 같다.
아침을 먹으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찍었다. 내가 언제 또 이 곳에 올지 모르니 지붕만 보이는 이런 풍경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나 보다.
아침을 먹은 후 9시쯤 료칸에서 차로 유후인 터미널까지 태워다 주었다. 서비스가 좋다. 오늘은 운전을 료칸 사장님의 아들이 해주었다. 방에서 나올 때도 짐을 들어서 차까지 옮겨주어서 무척 고마웠다. 여기는 오르막길도 있고 계단도 있어서 짐을 들고 다니기가 무척 불편했는데 들어다 주니 좋았다. 유후인 시내까지 10분 정도 걸리는데 영어가 잘 통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며 갔다. 오늘은 왜 아버지가 운전을 안 하시냐 물으니 아버지는 나가사키에서 있는 호텔 경영자 행사에 참석했다고 한다. 처음에 아들이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도 한 눈에 알아보았다. 왜냐하면 얼굴이 사장님과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본 사람들은 영어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던데 이 사람은 아주 잘 했다. 나는 음식이 참 맛있다고 이야기하며 한국에 가면 친구들에게 료칸을 추천해주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 새 유후인 터미널에 도착했다. 사장님 아들이 짐을 내려주어서 또 고마웠다. 서비스 하나는 확실하군. 작별 인사를 하고 우리는 유후인 터미널 대합실로 들어갔다. 유후인 역과 유후인 터미널은 바로 코앞이니 어디에 내려주어도 좋다. 원래는 후쿠오카까지 기차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도착한 날 역에서 예매를 하려고 하니 매진되었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버스표를 예매했다. 맛있는 기차 벤또(도시락)을 먹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터미널 바로 옆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과자와 각종 식품들을 파는 가게였는데 이것저것 구경만 하고 사지는 않았다. 시간이 되어 다시 터미널로 와 버스를 탔다.
올 때도 버스를 탔었는데 이렇게 버스 안에 화장실이 있었다. 화장실이 있으니 언제 휴게소에 들를지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화장실 가고 싶을까봐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되어서 정말 좋았다. 우리나라에도 도입이 시급하다.
오늘 아침에는 날이 흐리고 추워서 버스 창에 김이 서렸다. 전나무처럼 쭉쭉 뻗은 나무들이 멋진 풍경들이 차창 밖으로 쉼없이 지나갔다.
산간 지역에는 밤새 눈이 내렸나보다. 나무에 하얗게 눈이 쌓여 있었다.
논과 밭이 있는 시골 풍경
잘 정리된 논
쭉쭉뻗은 나무. 여기는 이런 나무가 많이 자라나보다.
이제 점점 도시에 가까워지고 있다.
전형적인 일본의 이층집. 지붕은 검은색 계통
후쿠오카에 거의 다 왔다. 그 사이 날이 화창해졌다.
후쿠오카 터미널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숙소로 향했다. 찾기 쉽게 일부러 터미널과 역 근처에 숙소를 예약했는데 숙소 이름은 '하카타 그린 호텔 넘버 2'였다. 3인실인데 아주 비좁은 비지니스 호텔같은 느낌이었다. 3인실 1박에 149,700원이었는데 그래도 역 주변의 호텔 중에는 제일 저렴했다. 아침에 조식도 주고 하룻밤 지내기에 무리는 없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점심으로 회전초밥을 먹기로 했다.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회전초밥집으로 갔는데 JR 하카타 역과 바로 연결되는 지하 상점가 마잉그 안에 있는 회전초밥집이다. 좀 헤매다가 지나가는 여자한테 물어보았는데 친절하게도 가게까지 데려다 주었다. 내가 여자라 그런지 여기는 길을 물어보면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경우가 많았다. 남자들이 물어봐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무사히 초밥집에 들어가 초밥을 냠냠 맛있게 먹었다. 나는 연어 초밥이 제일 부드럽고 입에서 살살 녹아 맛있었다. 세 명이서 총 18접시를 먹었는데 5,950엔(약 59,500원)이 나왔다.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그다지 비싸지는 않은 것 같았다.
빙빙빙 돌아가는 맛있는 회전초밥들
점심을 먹고 역 근처에 있는 우체국에 들러 엽서를 썼다. 한국의 누군가에게 썼는데 이제는 그런 바보같은 짓은 안 하려고 한다. 그래서 일본 여행 이후로 여행을 가서 엽서나 편지를 쓸 기회가 있으면 꼭 한국의 나한테 보낸다. 그럼 한 2주 정도 후에 우리 집에 도착하는데 그 재미가 쏠쏠하다. 기념도 되고. 엽서는 유후인에서 샀던 걸로 보냈고 우표값은 90엔(약 900원)으로 생각보다 저렴했다. 한국이랑 가까워서 그런가?
우체국에서 나와 우리가 향한 곳은 일본식 정원 '라쿠스이엔'이다. 지도를 보니 걸어갈만 해서 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거리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놀라웠던 것은 일본의 교통문화는 전적으로 보행자 중심이라는 것이다. 횡단보도는 물론이고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건너려고 해도 차들이 일단 정지를 해준다. 우리나라도 이런 보행자 우선 문화가 정착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먼 것 같다. 나부터 실천해야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라쿠스이엔 입장료는 100엔(약 1,000원)으로 저렴하다. 메이지 시대에 지은 하카타 상인의 별장을 다실 건물로 개축해 조성한 정원으로 사계절 내내 푸른 나무와 연못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는 고즈넉한 정원이다.
1인당 얼마씩 내면 다실에서 차도 마실 수 있어서 주문했는데 하필 바닥이 대자리로 되어 있어 좀 껄끄러워서 찻잔을 잘못 건드려 바닥으로 찻물이 쏟아지고 말았다. 다실 안에 사람들이 많았는데 좀 창피했다. 직원들한테 이야기하니 다행히 직원이 오셔서 잘 닦아주시고 차도 새로 한잔을 갖다 주셔서 고마웠다. 차는 아마도 말차 혹은 쑥차 같은 맛이었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옆에 같이 갖다 주신 것은 설탕으로 만든 사탕같은 것이었는데 맛은 없었다.
개인 집의 정원이라 규모가 작아서 금방 돌아볼 수 있다. 작은 연못도 있고 작은 다리에 인공 폭포도 있다. 있을 건 다 있는 작은 정원.
라쿠스이엔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서는 미쓰코시 백화점과 시장, 그리고 쇼핑몰에 들렀다. 일본 가게에는 무엇이 있나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엄마는 무채써는 강판을 하나 사셨다. 한국에서는 좋은 제품을 못 보겠다고 하시며...
저녁으로는 다시 마잉그로 가서 무엇을 먹을까 나름 장시간 고민을 하다가 라멘집에 들어갔다. 라멘과 볶음밥이 같이 나오는 세트 하나를 먼저 시켰다. 라멘은 돼지 육수를 내서 그런지 맛이 밍밍하며 약간 느끼했고 볶음밥도 특별히 맛있는 줄 모르겠다.
두번째로 시킨 건 메뉴판에 맛있게 보여서 시킨 음식인데 나중에 나왔을 때 보니 곱창전골같은 음식이었다. 우리나라는 고춧가루를 넣어 맵게 먹는데 여기는 육수만 부어 하얗게 먹나보다. 이 음식이 나중에 가이드북에서 보니 하카타의 명물요리 모쓰나베였다. 나는 우리나라 곱창요리는 좋아하는데 여기 곱창전골은 느끼해서 국물만 조금 먹었다. 다행히 부모님은 맛있다고 하며 참 잘 드셨다. 라멘세트는 890엔, 모쓰나베는 1,080엔, 총 1,970엔(약 19,700원)으로 역시나 그다지 비싸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는 집에 사갈 선물을 고르러 역에 연결된 쇼핑몰을 돌아다녔다. 오늘도 정말 힘들고 다리가 엄청 아팠지만 참고참고 부지런히 돌아다녀 산 초코렛이다. 집에 와서 먹어보았는데 맛은 뭐 그저그랬다. 물론 평소에 초코렛을 잘 사먹지 않아서 맛을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만약 지금 먹어본다면 쪼끔은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격은 1,080엔(약 10,800원)이었다.
이건 하카타도리몬(양과자)이다. 하카타도리몬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8년 연속 벨기에의 몽드 셀렉션에서 금상을 수상할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하카타의 특산품으로 흰 팥소 안에 크림, 버터를 사용해 절묘한 맛을 자랑한다는 후쿠오카의 명물이라고 한다. 달고 부드러웠던 기억이 있는데 그다지 인상적인 맛은 아니었다. 가격은 8개들이 980엔(약 9,800원)이었다.
그리고 과자를 두 종류 더 샀는데 사진을 찍지 않았나 보다. 그렇게 쇼핑까지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너무너무 피곤해 서둘러 씻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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