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 설명은 '프렌즈 태국-안진헌'을 참고하여 썼다.)
졸다 자다를 반복하다가 문득 눈을 뜨니 이런 광경이 펼쳐졌다. 화려한 불빛들이 반짝이는 것을 보니 아마도 방콕에 거의 다 온 것 같다.
드디어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공항은 인천공항보다 크지는 않았지만 깨끗했다. 처음으로 만나는 태국스러움이라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조금씩 설레기 시작한다.
여행 준비를 할 때 우연히 '짠내투어'를 보다가 수완나품 공항에서 방콕 시내까지 S1 버스가 운행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버스비도 60바트(약 2,040원)로 저렴하고 편리할 것 같아서 S1 버스를 타기로 했다. 공항을 빠져나가서 직원들한테 물으니 S1 버스를 타는 곳을 알려주었다. 이미 몇 몇의 여행자가 타고 있었다. 짐칸이 없고 일반 시내버스처럼 생겨서 무거운 짐을 버스 안까지 들고 올라가야 했지만 그래도 경비를 아낄 수 있었으니 다행이었다. 아마도 6시 버스를 탄 것 같다.
시내까지 금방 도착했다. 기억에 30분~4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숙소 근처에서 내려서 구글맵을 켜고 걸어갔다. 부지런한 태국 사람들은 벌써 가게문을 연 곳이 많았다. 내가 한국에서 예약한 숙소는 '어 본 호스텔(Au Bon Hostel)' 이었다. 1박 요금은 34,150원으로 무척 저렴해서 여기서 4박을 묵었다.
3인실이었는데 더블침대 1개와 싱글침대 1개가 있었고 작은 냉장고와 에어컨, 욕실이 있었다. 바닥은 더운 나라여서 그런지 타일이 깔려 있었는데 그래서 샤워를 마치고 물기가 있는 신발을 신고 다니면 미끄러지기도 했다. 조심해야겠다.
숙소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단순했다. 그 가격에 이 정도 수준이면 나는 만족한다. 우리 방은 3층이었는데 아쉽게도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그거 하나는 불편했다. 그리고 방충망이 없어서 문을 열어 놓으면 모기가 출몰할 수 있다는 것도 불편한 점이었다. 아빠는 첫 날 프런트에 가셔서 어떻게 말이 통했는지 미스터리이지만 모기약을 하나 받아 오셨다. 해외여행 몇 번 해보시더니 이제 현지인과 의사소통도 가능하신가 보다.
우리가 오전 8시도 안되는 이른 시간에 숙소에 도착해서 지금 방을 배정받으려면 돈을 더 내야한다고 해서 짐만 맡기고(무료) 우리의 첫 번째 여행지인 왓 프라깨우(왕실 사원)와 왕궁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왕궁까지 걸어갈만 했는데 한 20분 정도 걸은 것 같다. 왕궁에 가까이 가니까 오늘 무슨 행사가 있는지 이런 행진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아쉬웠다.
지나는 길에 국방부 건물을 보았다. 외국의 영향을 받았는지 서양식 건물이었다. 양 옆으로 법무부와 외무부 건물도 있다. 그리고 왕궁의 정문으로 가는 길에 2016년에 서거한 푸미폰 국왕의 초상화와 제단이 있었다. 한 할머니가 제단에 꽃을 바치러 가고 있었다. 태국에서 왕실은 절대적인 믿음의 상징이라고 한다.
드디어 왕궁의 정문에 도착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입장 시간이 오전 8시 30분이었다. 안에서는 왕궁을 지키는 경호대가 조회를 하는지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우리는 시간이 남아 주변 건물을 돌아보기로 했다.
무슨 건물인지는 모르겠지만 깨끗하게 지어진 건물들이 죽 있었다.
지붕이 보석을 박아놓은 듯 햇빛을 받으며 유난히 반짝여서 사진을 찍어보았는데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8시 30분이 가까워 오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길게 줄을 서 있길래 우리도 줄을 섰다.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방콕 하면 역시 왓 프라깨우와 왕궁 관람이 하이라이트이니 인기가 많은 건 당연했다.
정확히 8시 30분이 되자 왓 프라깨우 입장을 시작했다. 황금빛과 날까로운 첨탑들로 꾸민 화려한 왓 프라깨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왓 프라깨우는 라마 1세가 방콕으로 수도를 정하며 만든 왕실 사원이다. 사원에 승려는 상주하지 않는다. 태국에서 신성시하는 불상인 '프라깨우'를 본존불로 모시고 있어 에메랄드 사원이라고 부른다. 왓 프라깨우와 왕궁, 위만멕 궁전까지 모두 포함하여 입장료는 500바트(약 17,000원)이다.
TV에서 많이 보았던 왓 프라깨우를 지키는 수호신들. 수호신들을 보니 비로소 태국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이 봇(대법전)이다. 왓 프라깨우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건물이다. 처음 건축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태국에서 가장 신성한 불상인 프라깨우를 본존불로 모시고 있다. 대법전 입구에는 독특한 석조 조각상을 볼 수 있는데 중국 풍채가 풍기는 관음보살로 화교들이 태국 왕실을 위해 헌정한 것이라고 한다. 관음보살 석상 옆에는 두 마리의 소가 조각되어 있는데 라마1세가 탄생한 소띠해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대법전 외관에는 지붕을 연결하는 처마에 112개의 독수리 모양의 가루다가 있어 멋지다.
왼쪽에 종 모양의 황금탑은 '프라 씨 라따나 쩨디'이다. 전형적인 스리랑카 양식의 범종으로 부처의 유골을 안치했다고 한다. 오른쪽 건물은 왕실의 도서관으로 쓰이던 '프라 몬돕'이다. 은으로 사각 기단을 만들고 진주를 이용해 내부를 장식했다. 불교 서적을 보관하고 있으나 일반에게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법전(봇)
프라 씨 라따나 쩨디, 황금빛 탑이라 눈이 부시다.
역시나 황금빛 문
대법전의 모습. 방콕의 가장 유명한 유적지라서 관광객이 정말 많았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를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모습
장식이 정교하고 화려하며 빈틈이 없이 멋지다. 대단한 기술이다.
계단의 난간도 이렇게 화려한 용의 발가락으로 꾸며 놓았다.
왕궁의 회랑에 있는 벽화도 보았다. 사원 내부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벽화는 1,900m에 이르는 방대한 크기다. 라마 1세 때 그려진 것으로 여러 차례 보수 공사를 거쳐 현재도 원형 그대로 보존이 되어 있다고 한다. 178개의 장면으로 구분되는 벽화는 사원 북쪽 벽면의 중간에서 시작한다. 힌두교 대서사시 <라마야나>의 주요 장면을 묘사했다. 라마야나는 힌두교에 바탕을 두고 불교를 받아들인 동남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내용으로 태국에서는 <라마끼안>으로 각색되었다고 한다.
힌두교는 접할 기회가 없어서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벽화를 보았다. 그래서 이해가 잘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꼼꼼히 보려고 노력했다.
힌두교의 가루다(반인 독수리)
드디어 봇(대법전)을 돌아볼 차례이다. 벽면을 모두 황금색으로 장식을 해서 매우 화려하다.
많은 사람들로 꽉 차있는 대법전 복도. 가루다로 장식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문득 이 사람들은 지금쯤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황금 가루다로 장식한 복도 모습. 무척 화려하다.
대법전에서 바라본 모습
굉장히 화려하게 꾸민 대법전의 문. 자개로 꾸민 듯한 모습이었다.
이제 왕궁을 볼 차례이다. 왓 프라깨우와 더불어 방콕을 대표하는 볼거리이다. 1782년 짜오프라야 강 서쪽의 톤부리에서 강 동쪽의 라따나꼬씬으로 수도를 옮기며 건설한 짜끄리 왕조의 왕궁이다. 라마 1세때부터 세운 왕궁은 새로운 왕들이 즉위할 때마다 건물을 신축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확장되었다. 라마 8세가 왕궁에서 총에 맞아 살해된 이후 라마 9세부터는 찟뜨라다 궁전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짜끄리 왕조는 유럽과도 긴밀한 외교관계를 유지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유럽식 건물이 많았다.
태국식과 유럽식이 섞인 왕궁의 건물, 짜끄리 마하 쁘라쌋.
왕궁 내부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건물로 왓 프라깨우에서 왕궁으로 들어서면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이다. 유럽을 순방하고 돌아온 라마 5세가 만들어 르네상스 건축 양식을 가미하고 있다. 완공 시기는 1882년으로 짜끄리 왕조가 탄생한 지 정확히 100년이 되는 해이다. 라마 5세부터 라마 6세까지 외국 사절단을 접견하고 연회를 베풀던 장소로 사용되었다.
커다란 무전기와 총을 가지고 보초를 서고 있는 근위병. 아침에 8시쯤에 정문에 도착했었는데 그 때 정문 안에서 근위병들이 줄을 맞추어 서서 아침 조회(?)를 하고 있었다.
멋진 태국식 건물
왓 프라깨우와 왕궁을 구경하고 나오니 점심시간이 되어서 근처 음식점을 찾아보다가 왕궁 바로 옆에 있는 왓 포 근처까지 오게 되었다. 왕궁 주변에는 음식점이 없었는데 왓 포 근처에는 음식점과 상점이 많았다. 우리는 'Tha Tian store'라는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1층에는 자리가 없어 2층에 겨우 한 자리 남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태국 사람들이 간식 개념으로 잘 먹는다는 '마무앙 카우니아우(망고 sticky rice)'(120바트, 약 4,080원)를 시켰다. 찰밥과 잘 익은 망고, 연유 비슷한 소스를 같이 주는데 소스를 밥에 뿌리고 망고와 함께 먹는 음식이다. 찰밥이라 그런지 밥이 쫀득쫀득하고 소스와 망고가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달콤했다.
이건 카우팟 꿍(새우 볶음밥)(150바트, 약 5,100원)이다. 특별하게 맛있는 건 아니었다.
태국 음식에서 유명한 팟 타이(볶음 국수)(150바트, 약 5,100원)이다. 달착지근한 맛이었다.
이건 깽 키아우 완(치킨)(120바트, 약 4,080원)이다. 영어로는 green curry chicken 이다. 코코넛 밀크를 넣은 커리를 밥에 비벼 먹는 음식인데 달고 맛이 없었다.
이건 쏨땀(파파야 샐러드)(120바트, 약 4,080원)이다. 파파야를 채 썰고 다른 야채와 상큼한 소스에 버무린 샐러드인데 새콤하니 맛있었다. 아쉽게도 이후로는 먹을 기회가 없었다. 지금 보니 그릇이 참 귀엽다.
계산을 하고 영수증을 보니 서비스 요금(33바트, 약 1,122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서비스 요금은 태국 여행에서 유일하게 이 곳에서만 지불하였다.
밥을 먹고 나와서 길거리를 걷다가 코코넛 주스 파는 노점상을 지나게 되었다. 전부터 코코넛 주스(50바트, 1,700원) 맛이 궁금하여 하나 사서 셋이 나눠 먹었다. 기대했던 상큼하고 시원한 맛은 아니었다. 좀 짭짤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기대 이하여서 그 이후로는 사먹지 않았다. 원래 주스를 다 먹고 나서 안의 과육도 긁어 먹어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잘 몰라서 그냥 버리고 말았다. 하긴 알았다고 해도 뭘로 긁어 먹는담??
오후에는 식당 바로 앞에 있는 '왓 포'에(입장료 100바트, 약 3,400원) 왔다. 태국에서 '왓'이란 사원을 뜻한다. 이 사원은 방콕이 건설되기 전인 16세기에 만들어진 사원이다. 공식 명칭은 '왓 프라쩨뚜폰'이라고 한다. 아유타야 양식으로 지은 방콕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인 동시에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사원이다. 왓 포가 현재의 모습을 갖춘 것은 라마 1세 때로 왕실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증축되었다. 전성기에는 1,300여명의 승려와 수도승이 수행한 매우 큰 규모의 사원이었다.
왓 포에서 가장 유명한 건 와불상이다. 태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길이 46m, 높이 15m를 자랑한다. 석고 기단 위에 황금색으로 칠해진 와불은 열반에 든 부처의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왓 포가 열반 사원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와불 때문이라고.
와불상이 너무 길고 거대해서 카메라에 한번에 담을 수 없다.
와불상의 발. 자개로 꾸민 듯 매우 화려하다.
시주의 한 형태인 것 같은데 나무의 잎처럼 돈을 매달아 놓았다. 한국의 과자 봉지도 눈에 띈다.
한국의 천원짜리 지폐가 많다.
와불상의 머리와 베개(?)의 화려한 모습.
왓 포의 탑이다. 태국 사원의 탑은 두 종류로 나뉘는데 이런 종류는 '쩨디'이다. 쩨디는 종 모양의 탑으로 전형적인 스리랑카 양식이며 부처나 태국 왕들의 유해를 모신다고 한다. 탑들도 정말 화려하다.
경내에 모셔져 있던 황금 불상들
모두 쩨디이다. 타일로 수를 놓은 것 같은 독특한 모양이다.
회랑에도 어김없이 부처님을 모시고 있다.
태국 사원에서는 보기 힘든 석탑
여기는 대법전인 것 같은데 한 학교에서 단체로 불교 공부를 하러 왔는지 법전 안에 학생들이 가득 앉아서 강의를 듣고 있었다.
사원을 돌다 보니 오늘 무슨 행사가 있는지 행사장에 아이들이 가득 앉아 있고 장기자랑 같은 걸 하고 있었다. 경품 추첨도 했는데 무대에 경품의 하나인 자전거가 놓여 있다. 아이들을 위한 간식도 마련되어 있어 즐겁게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일반 사람들도 간식을 먹을 수 있어서 아이스크림을 몇 번이나 가져다가 먹었다. 맛은 그냥저냥.. 고급스러운 맛은 아니었다.
옛날 구멍가게에서 팔던 아이스크림 맛이 나는 막대 아이스크림
이것은 빵에 연유같은 것을 뿌린 간식인데 그냥 먹을만 했다.
아이들이 장기 자랑을 하고 있다.
또 화려한 '쩨디'
사원을 돌다 보니 꼬리 없는 고양이가 있었다. 사람 손을 많이 타서 인지 매우 여유가 있는 고양이었다.
사원을 돌다 보니 어느 새 해가 지고 경내에는 그림자가 지기 시작했다.
화려하게 장식된 쪽문. 쪽문 하나도 이렇게 화려하게 장식을 했다.
화장실 벽에 꾸며 놓은 부조. 옛날에 태국 사람들이 생활하던 모습을 그대로 꾸며놓았다. 화장실을 다녀온 우리는 천천히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까지는 걸어서 한 20분~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어딜 가나 사람들은 여유가 있고 느긋한 모습이었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피곤하긴 했지만 오늘 하루 무사히 여행을 마쳤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왓 포 사원에서 입장료를 내고 받은 작은 생수. 시원했다.
숙소로 돌아오다가 숙소 근처에서 간신히 발견한 상점에서 산 1.5L 생수(1.5L*6병=60바트(약 2,040원)).
저녁은 엄마가 만들어서 가져간 누룽지로 끓인 누룽지탕과 라면 2개로 마무리했다. 비행기에서도 잘 못자고 하루 종일 돌아다녔더니 많이 피곤했다. 오늘은 이쯤에서 푹 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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