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여행은 주제가 없었다. 단지 답답해서 떠났던 것일 뿐... 일주일 혹은 열흘.. 기약도 없었다. 지루해지면 돌아오자 생각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헤매다 돌아왔다. 일주일 동안 마음의 정리라든가, 뚜렷한 앞으로의 계획이라든가, 확고한 다짐 따위는 없었다. 그냥 걷고, 보고, 느꼈다. 내 머리가, 마음이, 다리가 하자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곳은 내소사에서 본 눈 쌓인 전나무길, 향일암 일출, 불국사, 창덕궁이었다. 혼자 돌아다니는 것이 곧 자유라고 믿고 있는 어리석은 나여서,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늘 그렇듯, 이번 여행이 나를 얼마 간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