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한 걸음의 의미-도보여행(2003) 31

나홀로 국토 종단 도보 여행기(에필로그)

통일 전망대를 돌아보고 바로 속초까지 버스를 타고 왔다. 속초에서 알아보니 대전으로 가는 버스는 아침 10시 40분 차로 하루에 단 한 대밖에 없었다. 그래서 강릉으로 가서 밤새 기차를 타고 대전으로 가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 컴퓨터로 열차 시간을 확인했다. 직접 가는 건 없고 밤 10시 22분 제천행 기차가 있어서 그것을 타기로 했다. 그래도 빈 손으로 갈 순 없어 남은 돈으로 말린 오징어 스무 마리를 사고 나니 집에 갈 차비밖에 안 남았다. 이론~ 제천에는 새벽 3시 30분쯤 도착했다. 아침 9시 30분 기차를 타고 대전으로 와서 버스를 타고 시골집에 도착하니 오후 4시가 다 되었다. 무너지듯 배낭을 내려놓고 씻고 누우니 이제야 살 것..

나홀로 국토 종단 도보 여행기(30) 고성군 거진읍-고성군 통일전망대

2003년 7월 18일 금요일 날씨 : 비바람 고성군 거진읍 -> 고성군 통일 전망대, 약 12km, 10시-12시 새벽에 비오는 소리에 잠이 깼다. 비가 안 오기를 바랬지만 하늘이 하는 일이니 순응해야지. 아주머니는 아침으로 고기를 구워 주신다. 고기는 정말 몇 달만에 먹어보는 것 같다. 밥도 두 공기나 먹었더니 배가 든든했다. 오늘 걸을 거리는 12km정도. 그래서 느긋하게 아주머니께서 타 주시는 차까지 마시고 10시쯤 집을 나섰다. 근데 비가 제법 많이 온다. 전국적으로 집중 호우가 내릴 거라고 하더니 아무래도 오늘은 빗속에서 보내야 할 것 같다. 언제나 처..

나홀로 국토 종단 도보 여행기(29) 속초시-고성군 거진읍

2003년 7월 17일 목요일 날씨 : 맑음 속초시 -> 고성군 거진읍, 약 32km, 8시 30분-7시 아침에 수면실에서 내려오다 보니 휴게실에 사람들이 누어 자고 있는데 순간 피난민 수용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똑같이 햐얀 옷을 입고 누워있는 모습에 소름이 끼쳤다. 전국 찜질방 다 가봤지만 사람이 이렇게 많았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사우나 실로 내려가는데 발디딜 자리를 골라서 가야 할 정도였다. 이론~어쨌든 나는 샤워를 하고 짐정리를 해서 그 곳을 빠져 나왔다. 오늘은 거진까지 갈 생각이다. 거진에 잘 곳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어쨌든 가보기로 한다. 이런 시는 시내를..

나홀로 국토 종단 도보 여행기(28) 양양군 죽도해수욕장-속초시

낙산사 의상대 2003년 7월 16일 수요일 날씨 : 맑음 양양군 죽도 해수욕장 -> 속초시, 약 36km, 7시 30분-6시 30분 아침에 7시쯤 눈을 떴다. 오늘은 양양을 거쳐서 속초까지 갈 계획이다. 중간에 낙산사도 들렀다 갈 생각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침부터 괜히 마음이 바빠진다. 바다는 어제와 변함없이 늘 그 자리에서 파도를 만든다. 아름답다. 역시나 오늘도 7번국도 왕복 4차선 도로이다. 오늘따라 발이 무겁다. 배낭도 더 무겁게 느껴지고 무릎도 아픈 것 같고. 암튼 몸 상태가 별로이다. 그래도 나는 간다. 나의 꿈을 향해서.한 6km정도 가니까 하조대가 있는 현북면 소재지에 도착했다. 이름을 보아하니 바다가 보이는 누각일 것 같은데 면소재지 입구에 세워놓은 하조대 사진을 보니까 우와~~..

나홀로 국토 종단 도보 여행기(27) 강릉시 오죽헌-양양군 죽도해수욕장

2003년 7월 15일 화요일 날씨 : 맑음 강릉시 오죽헌 -> 양양군 죽도 해수욕장, 약 35km, 8시-7시 간밤에는 오랜만에 정말 깊게 잔 것 같다. 손님은 밤에 몇 명이 더 온것 같은데 그것도 모르고 조용해서 한번도 깨지 않고 7시까지 잘 잤다. 일어나니 새소리가 들린다. 산 속이라 공기도 맑고 새소리도 들리고 아침부터 괜히 기분이 좋다. 샤워하고 정리하고 하니까 8시쯤 되었다. 그 때쯤 찜질방을 나서서 여전히 인적이 없는 오솔길을 지나 나왔다. 경포대를 지나서 주문진쪽으로 향할 예정인데 가는 길에 선교장이라고 99칸인 사가가 있었다. 여전히 매표소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직원이 아직 출근을 안했나 보다. 문은 열려 있었다. 잠깐 들어가서 보고 있는데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아직 시간이 안 됐으니..

나홀로 국토 종단 도보 여행기(26) 강릉시 정동진-강릉시 오죽헌

정동진 일출... 2003년 7월 14일 월요일 날씨 : 흐리다가 햇빛 쨍쨍 강릉시 정동진 -> 강릉시 오죽헌, 약 23km, 7시-3시 어젯밤에는 잘 곳이 없어서 밤 12시까지 밖에 있어야만 했다. 바닷가라 그런지 바람도 불고 정말 엄청 추웠다. 그리고 연인끼리 온 사람들이 내 눈 앞에서 아른아른. 백사장에 혼자 앉아 있는데 마치 오면 안 될 곳에 와 있는 듯 하다. 파도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밀려 왔다가 밀려간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말로만 듣던, 꼭 가보고 싶었던 정동진에 실제로 와 있구나, 하는 감격에서부터 부모님하고 같이 왔으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고. 너무 평화로웠다. 추웠던 것 빼고는.모래 시계 공원에는 저녁이 되니 가로등이 켜졌다. 가로..

나홀로 국토 종단 도보 여행기(25) 강릉시 금진항-강릉시 정동진

정동진의 쓸쓸한 바다 2003년 7월 13일 일요일 날씨 : 햇빛 쨍쨍 강릉시 금진항 -> 강릉시 정동진, 약 3km, 약 2시간 어제 10시에 잤는데 오늘은 거리도 얼마 되지 않으니까 일부러 늦게 가려고 잠을 충분히 잤다. 그래서 아침 10시에 일어났다. 와우! 대기록이다. 장장 12시간을 잤다. 하지만 수면실이 너무 더워서 밤새 더위와 사투를 벌인 기분이다. 왠만하면 선풍기도 잘 안 트는데 밤새도록 선풍기 틀어놓고 잤다. 에휴~ 씻고 짐 챙기고 하니 11시 정도 되었다. 열쇠받는 아주머니께서 잊지 않고 한 마디 하신다. " 참 멋진 스타킹 신었네요. 여행해요?" 하면서. 그럴 줄 알았지. 어제부터 주시하고 계셨던게 틀림없어. 나와서 터미널 가려고 앞에 가는 연인한테 길을 물었는데 " 저희하고 같이 가..

나홀로 국토 종단 도보 여행기(24) 정선군 임계면-강릉시 금진항

2003년 7월 12일 토요일 날씨 : 흐림 정선군 임계면 -> 강릉시 금진항, 약 43km 정도, 8시-7시 핸드폰이 꺼져서 몇 시인지도 모르고 일어났다. 창문 밖이 환하길래 일어났다. 어제 아저씨께 7시쯤 떠난다고 말씀드렸는데 나와서 씻고 있으려니 아저씨께서 나오신다. "잘 잤나?" "예. 안녕히 주무셨어요?" 다행히 5시 50분이었다. 다시 아침을 준비한다. 어제 남은 햄 다시 부치고, 아저씨께서 녹으라고 따뜻한 물에 놓아두셨던 불고기도 볶고, 찌개는 어제 먹던 거다. 그래도 또 한 끼 해결. 나는 밥을 역시나 두 공기를 먹었다. 든든했다. 유난히 새소리가 맑다. 간밤에는 그간 찜질방에서 더웠던 것만 생각하고 보일러 껐다가 새벽에 추워서 혼났다. 여기는 여름에도 이렇게 춥냐니까 보일러 안 돌리면 추..

나홀로 국토 종단 도보 여행기(23) 정선군-정선군 임계면

정선 아우라지의 줄배 2003년 7월 11일 금요일 날씨 : 햇볕 쨍쨍 정선군 -> 정선군 임계면, 약 36km, 8시-6시 찜질방 시설 진짜 별로다. 하룻밤 무사히 잔 걸로 만족해야지. 역시나 손님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 혼자 자는데 솔직히 무서웠다. 아래층에도 찜질방이 있었는데 빨래 말리는데 쓰고 들어가진 않았다. 매일 밤 찜질방에 가다 보니 이제 별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없다. 6시 좀 넘어서 눈이 떠졌다. 6시 반까지 더 누워 있다가 준비하고 나오니까 7시쯤 되었다. 안개가 옅게 끼여 있다. 상쾌한 아침이다. 여기 이름이 '환상의 섬'인데 전혀 환상이 느껴지지 않는다. 카페와 민박까지 같이 하는 집이다. 나오다가 민가가 하나 있어서 정선가는 버스가 몇 시에 있냐고 하니까 7시 20분에..

나홀로 국토 종단 도보 여행기(22) 평창군-정선군

2003년 7월 10일 목요일 날씨 : 흐림 평창군 -> 정선군, 약 33km, 8시 30분-6시 피곤했는지 아침에 7시에 일어났다. 샤워하고 짐정리하고 하니 8시. 밑에 카운터에 내려가니 아침 회의를 하나 보다. 직원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하다. "여기 식당 아침도 되나요?" 하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또 미역국(제일 싼 메뉴였음)먹었다. 미역국을 뚝배기에 한 가득 끓여서 준다. 역시 배가 든든하다. 그리고 나서 카운터 아가씨한테 "평창 시내 가는 버스 어디서 타요?" 라고 물었더니 그 옆에 아저씨가 듣고 계시다가 아가씨에게 어디에 전화하라고 하신다. 고맙게도 평창 시내까지 태워다 주신다. 나 한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고마웠다. "청성 애원" 기억해야지. 정선 가는 길은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