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무한자유-중국배낭여행(2003) 18

무*한*자*유-중국 배낭 여행(에필로그)

난 자스민 차를 마시지 않는다. 그 전에는 한 번도 향기조차 맡아보지 못한 자스민 차를 중국의 숙소에서 언제나 마실 수가 있었다. 그 때는 그렇게 달콤했던 자스민 차였는데 지금은 어쩌다가 향기라도 맡게 되면 내 가슴 속은 한 순간에 추억으로 가득 차 버린다. 아련하고, 그립고, 결국엔 다시 돌아가지 못할 그 기억의 조각들이 안타까워 어느 새 마음에는 눈물이. 내 인생의 화양연화. 사랑한다. 그 짧았던 스물 한 살의 여행을 영원히.

무*한*자*유-중국 배낭 여행(17)-그 후의 일들

기차를 타고 이틀 밤을 자며 드디어 상해에 도착했다. 13일 새벽 5시 15분쯤이었다. 우선 역 출구에서 상해 지도를 샀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보아도 공항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버스를 타야겠기에 버스 정거장으로 보이는 곳으로 가서 아무 사람한테나 물어본다는 것이 어느 청년을 만나게 되었다. 그 청년은 내가 이 타국땅에 혼자 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버스비지 내주고 공항 찾는 일에 정말 성심을 다해 도와주었다. 그 청년 덕분에 지하철을 타고 무사히 공항에 올 수 있었다. 12시 30분 인천으로 가는 아시아나 항공이 있어서 두말 않고 한국으로 왔다. 처음해 본 배낭 여행은 갈 때 느꼈던 두려움과는 달리 너무나 신선하고 아름다운 추억들을 만나게 해 주었다. 낯선 사..

무*한*자*유-중국 배낭 여행(16)-상해

2003년 1월 11일 토요일 날씨 : 맑음 -상해- 기차로 일단 상해로 가서 상해에서 인천 가는 비행기를 타는 걸로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혹시 표가 없으면 어쩌지? 마음이 초조하다. 하지만 표가 없으면 계속 여행을 하라는 하늘의 뜻이라 여기기로 했다. 먼저 기차역으로 가서 이미 사놓았던 곤명표를 상해표로 바꾸어야 한다. 아침 바람은 무척이나 차가웠다. 길가는 사람에게 55번 버스 타는 곳을 물어 버스를 타고 역까지 왔다. 정말 2주 동안 처음으로 혼자 버스를 타는군. 이제 집에 갈 때까지 철저히 혼자라는 것이 참 크게 다가왔다. 멀리 성도역이 보였다. 역 앞에는 벌써 커다란 짐을 이고 진 사람들로 인해 무척이나 복잡했다. 상해행 침대칸 표는 무려 437위엔(약 6만 5천원)이나 했다. 오! 놀라워라...

무*한*자*유-중국 배낭 여행(15)-성도 낙산 대불

2003년 1월 10일 금요일 날씨 : 흐림 -성도 낙산 대불- 오늘은 추운데도 불구하고 안 깨고 잘 잤다. 너무 잘 잤는지 일어나 보니 8시가 다 되었다. 여행이 다 끝난 기분이다. 방안은 커튼을 쳐 놓아서인지 한밤중처럼 깜깜한데 벌써 해가 중천이다. 난 낙산 대불 가도 좋고 안 간다 해도 별로 서운할 것 같지 않다. 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직도 아프다. 어제 빨아 널어놓은 양말과 속옷이 반도 마르지 않았다. 스팀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오긴 한 건지 방안은 여전히 썰렁하다. 한겨울에 난방이 안 되는 요지경 숙소라니. 나 원. 쳇! 낙산 항 가는 버스가 9시에 있다. 매표소 직원에게 물어보니 낙산 항에 내려서 배를 타야 한단다. 버스비는 37위엔. 2시간 거리인데 꽤 비싸다. 버스는 내가 타 본 버스 ..

무*한*자*유-중국 배낭 여행(14)-성도

2003년 1월 9일 목요일 날씨 : 맑음 -성도- 아침에 일어나려는데 머리가 아프다. 욱신욱신. 머릿 속이 마치 전쟁터 같다. 감기 때문인 것 같다. 괜히 짜증이 난다. 성도에 도착하려면 얼마 남지 않았다. 몸이 아프니 만사가 귀찮다. 게다가 아침에 나는 울기까지 했다. 나 참. 역시 여행은 혼자 하는 게 최고다! 길 묻는 것, 기차표 끊는 것, 숙소 잡는 것, 심지어 식당에서 음식하나 시키는 것까지. 모든 게 다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결정을 내렸다. 이제 집에 가야겠다고! ‘교통반점’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4인실, 침실 하나에 30위엔이었다. 일본인 커플이 우리와 거의 동시에 들어왔다. 티벳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침대에 짐을 내려놓자마자 눕는다. 난방이 되지 않는지 공기가 썰렁했다..

무*한*자*유-중국 배낭 여행(13)-성도 가는 길

2003년 1월 8일 수요일 날씨 : 맑음 - 란주 -> 성도- 오늘은 성도로 가는 날이다. 성도로 직접 가는 표를 구하지 못해 중간에서 다시 갈아타야 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 어느 가이드북에서 읽었다. “진짜 중국의 모습을 보려면 기차의 좌석 칸을 타 보아라.” 매번 침대칸만 타다가 처음으로 좌석 칸을 타는 날이라 설레기까지 한다. 과연 중국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나를 맞이할까? 약간의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기차에 오른 나는 그러나 마치 도떼기 시장과 같은 광경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의자 위의 짐칸에는 틈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이 이미 많은 짐이 올려져 있었고 잡담으로 인해 활기차다 못해 소란스러운 분위기, 서 있는 사람, 카드를 하는 사람, 무엇인가를 열심히 먹는 사람, 우는 아기를 달래는 ..

무*한*자*유-중국 배낭 여행(12)-란주 병령사 석굴

2003년 1월 7일 화요일 날씨 : 몹시 추움 -란주, 병령사 석굴- 아침에 또 5시가 넘은 꼭두새벽부터 눈이 떠졌다. 낮에 피곤하게 걸어다니고, 버스도 타고, 낯선 땅이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데 왜 아침에 이렇게 눈이 일찍 떠지는지 정말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는데 내가 움직일 때마다 침대가 흔들리고 삐걱거린다. 조금 웅크리고 있다가 세면실로 향한다. 어제 머리를 감고 잤더니 머리가 지 맘대로 산발했다. 여행지에서 머리 모양을 신경쓰고 기초 화장 외에 화장을 하고 옷을 잘 입는 건 사치라고 생각한다. 여행은 나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나를 발견하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었던가. (사실은 누구도 나를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귀찮아서 하는 순 변명..

무*한*자*유-중국 배낭 여행(11)-란주

2003년 1월 6일 월요일 날씨 : 맑음 -란주, 여기저기 구경- 아침 10시가 넘어서 란주에 도착했다. 란주는 생각보다 정말 큰 도시였다. 도시 어딜 가나 역 하나 만큼은 빛이 날 정도로 정말 으리으리하다. 중국은 땅이 넓고 인구가 많은 만큼 교통수단이 정말 잘 발달되어 있는 것 같다. 역이 없는 도시는 거의 없는 듯 했고, 버스도 다양하고 노선도 정말 잘 발달되어 있다. 그밖에 택시나 삼륜 자전거 등 교통수단 때문에 고생할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물론 말이 잘 통한다면 말이다. 일단 역에 내리긴 했지만 우리는 아직 계획이 없다. 병령사 석굴을 가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 자꾸 신경이 쓰였다. 더구나 유가협 댐이라는 곳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한다!! 비수기인데 배가 뜰까? 걱정이 된다. ..

무*한*자*유-중국 배낭 여행(10)-서안 성

2003년 1월 5일 일요일 날씨 : 흐림 -서안 성- 새벽에 일찍 깼다. 5시 30분 쯤. 호텔 로비로 내려가 콜렉트 콜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아가씨가 흔쾌히 쓰라고 한다. 어제도 하려고 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는데 오늘은 집에서 전화를 받지 않는다.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잠이 안 와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결국 2시간 정도 침대에 웅크리고 있다가 8시에 일어나서 세수를 했다. 여학생들은 9시 계림 행 기차를 타러 먼저 떠났다. 엽기 커플은 하루 더 머무른다는데 역시 내일 계림 행 기차를 탄다고 한다. 오늘은 서안 성을 걸어 보기로 했다. 밑에서 걷다가 학생 표 5위엔짜리를 끊어 위로 올라가 보았다. 가이드북에 버스가 지나다녀도 될 만큼 넓다고 하더니 버스 뿐 아니라 탱크가 지나가도 충분할 것 같다..

무*한*자*유-중국 배낭 여행(9)-서안 병마용갱

2003년 1월 4일 토요일 날씨 : 흐림 -서안 병마용갱- 아침 7시 20분, 서안 역에 도착했다. 역을 빠져나오니 상덕빈관 아저씨가 호객행위를 한다. 한참 동안 흥정을 하다가 3인실에 침대 2개를 더 들여놓고 결국 140위엔에 흥정을 마쳤다. 재미있다. 이렇게 흥정을 다하고. 말도 안 통하는데. 간단히 씻고 각각 제 갈길로 가는데 그래도 목적지는 다들 병마용갱일 것이다. 우리도 그랬으니 말이다. 나중에 보니 역시나 병마용갱에서 다 만났다! 그제서야 아침이 희뿌연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어제 추워서 감기에 걸렸는지 목이 칼칼하다. 서안의 시내는 특이하게 아직까지 견고한 서안 성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래서 더욱 고풍스러웠다. 306번 녹색 버스가 병마용갱으로 가는 버스다. 근데 어디서 타는 거지? 한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