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일본(2019)

오키나와 여행기(5일차, 2019.8.3.토)-[나고시] 츄라우미 수족관

anna325 2022. 2. 10. 23:27

(이 글에서 설명은 '프렌즈 오키나와-전명윤, 김영남'을 참고하여 썼다.)

 

오늘도 깨끗하고 청결한 침구에서 푹 자고 일어났더니 기분이 좋았다. 우선 얼굴을 씻고 간단하게 화장을 한 다음 조식을 먹으러 1층에 있는 식당으로 내려갔다. 나는 여행을 다닐 때 숙소에 조식이 포함되어 있으면 어떤 음식이 나올까 항상 기대를 하고 가는데 여기도 다행히 나름 종류도 많고 맛도 썩 훌륭했다. 뷔페로 밥과 국, 일본 스타일의 반찬, 빵, 우유, 디저트, 과일 등 먹을 게 많아서 정말 행복했다.

 

1차로 가져온 음식들이다. 밥과 미소 된장국, 카레, 여러가지 반찬들, 스파게티와 미트볼 등 먹고 싶은 음식을 식판에 가득 가져와 맛있게 먹었다. 특이하게 여기는 식판이 있어서 좋았다. 칸칸이 반찬을 담아와 먹기가 편리했다. 국도 맛있고 카레도 맛있고 다른 반찬들도 대부분 맛이 훌륭했다. 

 

2차로는 빵과 우유, 요거트를 가져다가 먹었다. 빵은 부드럽고 달콤했고 요거트도 새콤달콤 맛있었다. 이렇게 야무지게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도 부르고 기분도 무척 좋았다.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오늘은 비도 그치고 그렇게 많이 덥지도 않고 날씨가 괜찮았다. 아침을 먹고 간단하게 가방을 챙겨 어제 나하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도착했던 나고버스터미널로 갔다. 츄라우미 수족관에 가려면 여기서 버스를 타야하는데 나하에서 오는 버스 중에 나고버스터미널을 거쳐 츄라우미 수족관에 가는 117번 버스를 타거나 65번, 66번, 70번 버스를 타고 '키넨코우엔마에(해양박 기념공원)'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터미널에 도착해서 우선 화장실에 다녀왔다. 오키나와에 와서 놀란 것은 호텔이든, 쇼핑몰이든, 터미널이든 모든 화장실에 비데가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비록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는지 의심스러워 호텔에 있는 비데만 사용했지만 그래도 참 놀라웠다. 

 

아쉽게도 그 때 몇 번 버스를 탔는지, 몇 시쯤 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버스를 타서 정리권을 받았는데 1번이라고 써 있었다. 

 

1번 표를 받았으니 '해양박 기념공원' 정류장에 내릴 때 버스 정면에 보이는 디지털 차트의 1번 칸에 나오는 요금을 내면 된다. 나중에 내릴 때 차트를 보니 880엔(9,609원)이었다. 시간은 약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안내 멘트도 친절하게 잘 나오고 의자 등받이에 벨이 있어 벨을 누르기도 편하고 버스 이용도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드디어 츄라우미 수족관에 도착했다. 입장료는 성인 1인당 1,850엔(20,202원)이었는데 호텔에서 미리 1,660엔(18,127원) 할인권을 사와서 조금 저렴하게 입장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 화려한 수족관의 세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내가 마치 바닷속을 산책하고 있는 것처럼 정말 다양한 모습과 다양한 색깔과 다양한 종류의 해양 생물들을 바로 내 눈 앞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푸른빛이 도는 작은 고기들이 어디론가 바쁘게 무리를 지어 지나다니고,

 

붓으로 노란색 물감을 묻혀 그린 듯한 노랑 물고기도 지나다녔다.

 

무시무시하게 생긴 바닷가재도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고, 

 

투명하게 뱃속이 훤히 비치는 붉은색 물고기 무리도 보았다. 

 

독을 가지고 있을 수 있어 위험하다는 해파리는 마치 LED 등처럼 밝게 빛났다.

 

한쪽에서는 눈이 크고 동그란 귀여운 오징어 떼도 보였다.

 

말미잘과 흰동가리. 말미잘과 공생하기 때문에 '아네모네피시'라고도 불리고 서양에서는 빨강 혹은 주황과 흰색의 배열이 어릿광대의 분장처럼 보여 '클라운피시'라고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흰동가리는 말미잘과 평생 공생을 하는데 흰동가리 무리는 말미잘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살면서 적으로부터 공격을 당했을 때 말미잘이 지닌 독을 방패막이 삼아 외부의 적을 막아내고 말미잘은 흰동가리에게 접근하는 바다 동물들을 촉수에 있는 자포로 쏘아 잡아먹는다고 한다. 

 

수면에 입을 대고 마치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물고기도 보고,

 

모래 속에서 마치 풀이 난 것처럼 삐죽삐죽 얼굴을 내밀고 있는 정원 장어는 무척 귀여웠다.

 

이번에는 넓고 큰 해파리, 마치 젤리가 움직이는 것 같다.

 

 

이런저런 물고기를 구경하다보니 드디어 츄라우미 수족관의 하이라이트! 고래상어가 헤엄치는 수조에 도착했다. 이 수조로 말할 것 같으면 두 개 층에 걸친 초대형 규모로 길이 35m, 폭 27m, 깊이 10m에 이르는, 단일 수조로서는 세계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수조를 감싼 초대형 통짜 아크릴인데 높이 8.2m, 폭 22.5m, 두께가 무려 60cm로 아크릴 패널의 무게만 135t으로 2008년 전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아크릴이었다고 한다.  

이 수조의 스타는 바로 2마리의 거대한 고래상어. 가이드북에는 3마리가 있다고 했는데 1마리는 어디로 갔는지 우리가 갔을 때는 2마리만 보여서 좀 아쉬웠다.

츄라우미 수족관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로 이 고래상어를 보기 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고래상어의 위용은 대단하다. 1995년 3월 처음으로 이 수족관에 고래상어가 들어왔는데 이전까지 고래상어는 수족관에서 살 수 없다고 알려졌었지만 츄라우미 수족관에서 세계 최초로 사육에 성공했다고 한다. 

고래상어와 함께 사랑을 받고 있는 거대 가오리도 있다. 가장 큰 가오리는 난요우만타로 폭 6.8m, 무게는 약 2t에 달한다고 한다. 

수조 앞에는 인기스타 고래상어와 가오리의 모습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도록 의자가 있었는데 우리도 의자에 앉아 오랫동안 이들이 부드럽게 헤엄치는 모습을 감상했다. 쉬지 않고 헤엄치는 이들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바다보다 한참 작은 이 곳에서 끊임없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모습이 조금 짠하기도 했다. 어쩌면 이들은 지금도 바다에서 살았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진 않을까?

 

다른 수조에서는 바다 거북이도 보았다. 수조 유리에 손을 갖다 대자 마치 부르는 소리라도 들을 듯 손을 향해 가까이 다가왔다. 바다 거북이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구경을 하다보니 점심 때가 다 되었다. 수족관 안에 어떤 식당들이 있는지 살펴보다가 '이노'라는 레스토랑에서 런치 뷔페를 먹을 수 있다고 해서 갔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번호표를 받고 입장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도 번호표를 받고 한참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입장을 할 수 있었다. 뷔페 가격은 어른 1,520엔(16,598원), 65세 이상 1,190엔(12,994원)이었는데 나중에 식사를 끝내고 나오면서 생각해보니 정말 착한 가격의 뷔페였다. 가격에 비해 음식 종류도 다양하고 맛 또한 훌륭했으며 소진된 음식은 바로바로 채워져서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게다가 우리가 앉았던 자리는 동중국해의 넓고 푸르른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오션 뷰 창가자리였던 것이다!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날 만큼 가성비가 훌륭했던 정말 맛있고 멋진 런치 뷔페였다.

특히 사진에 보이는 오키나와 소바는 국물이 시원하고 감칠맛이 돌며 면발도 쫄깃쫄깃해 엄마는 세 번, 나는 두 번이나 가져다 먹었다. 그만큼 오키나와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맛있었던 소바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어제 나고시의 오키나와 소바 맛집이라고 해서 갔었던 '미야자토 소바' 식당보다 여기 소바가 훨씬 더 맛있었다. 내맘대로 내가 뽑은 나고시의 오키나와 소바 맛집은 누가 뭐래도 바로 여기! 

 

디저트로 가져다 먹은 과일과 미니 케이크, 샐러드, 튀김, 젠자이(강낭콩을 끓여서 만든 일본 단팥죽). 디저트는 말해 뭐해. 달달하고 부드럽고 입에서 그냥 살살 녹았다.

 

우리가 앉은 자리에서 바라 본 풍경. 운이 좋게도 가까이로는 해양박 공원(국립 해양공원)의 모습이 보이고 저 멀리로는 동중국해의 푸르른 바다가 보이는 명당 자리에서 맛있는 뷔페를 먹을 수 있어서 무척 행복했다.

 

점심을 먹고 츄라우미 수족관을 나와 오키짱 극장으로 돌고래 쇼를 보러 가는 길에 찍은 사진. 뒤에 있는 건물이 츄라우미 수족관이다. 특별히 색을 칠하지 않아 시멘트로 지은 건물에 때가 묻어 흡사 오래 된 전쟁 기념관 같은 느낌이 났다. 색을 칠하지 않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다시 보니 지극히 일본스러운 건물이다. 계단 위에 있는 조형물은 꽃으로 돌고래를 형상화한 것이다. 아마도 이 수족관의 인기 스타인 고래상어의 모습을 만들어 놓은 것 같다.

 

4시 공연이 있어서 서둘러 오키짱 극장에 도착했는데 나중에 팜플렛을 보니 3시 30분에 오키짱 극장 옆의 작은 수족관에서 다이버들이 돌고래에게 먹이도 주고 게임도 하는 다이버 쇼가 있었다. 팜플렛을 미리 살펴보았더라면 시간도 충분해서 다이버 쇼도 볼 수 있었을텐데 너무나 아쉬웠다. 게다가 다이버 쇼는 3시 30분 쇼가 마지막 쇼였다. 그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아쉽지만 어쩌랴. 이왕 이렇게 된 거 돌고래 쇼라도 재미있게 봐야지.

오키짱 극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쇼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도 쇼가 제일 잘 보일 것 같은 정면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돌고래들이 본격적인 쇼를 하기에 앞서 수족관 여기저기를 유영하면서 몸을 풀고 있었다. 앉고 나서 보니 오키짱 극장 뒤로는 바로 바다와 섬이 보이는 오션뷰, 명당 자리였다. 이런 명당 자리에서 돌고래 쇼를 보다니! 난 정말 운이 좋다니까.

 

드디어 돌고래 쇼가 시작되었다. 힘차게 비상하는 돌고래들. 점프 높이가 상상 이상으로 어마어마했다. 점프해서 높이 매달려 있는 공치기, 물 속에서 빠르게 유영하다가 갑자기 뛰어 올라 점프하기, 조련사의 몸짓에 맞추어 고개 움직이며 춤추기, 꼬리로 물 뿌리며 유영하기 등 못하는 것이 없는 돌고래들이었다. 돌고래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사람들은 기꺼이 감탄과 찬사, 그리고 박수를 보냈다. 이 정도로 훈련을 시키려면 굉장히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텐데 새삼 조련사들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돌고래들의 멋진 모습에 점점 빠져들고 있을 때쯤 쇼가 끝나 무척 아쉬웠다. 그렇지만 정말 멋진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지금 보니 오키짱 극장 뒷편으로는 바다가 바로 맞닿아 있다. 그 당시에는 돌고래 쇼를 보느라 미처 보지 못했는데 지금 보니 오키짱 극장이 명당자리였군.

 

매너티 관에서 본 매너티. 매너티는 듀공과 모습이 비슷한데 꼬리의 모양을 보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매너티는 꼬리가 주걱 모양으로 둥글고 듀공은 고래처럼 두 갈래로 갈라져 있다고. 또한 매너티는 고래처럼 포유류라서 어린 새끼를 안고 젖을 먹이는데 그 모습이 마치 사람을 닮았다고 해서 '인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고 한다. 현재는 전 세계에 1,000여마리만 남아있다고 하니 잘 보호해야 할 동물이다. 

 

어린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아 한 번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새끼는 보이지 않았다. 수족관이 그리 넓지 않아서 조금 답답해보이기도 했다. 

 

매너티까지 구경을 하고 나와 해변 쪽으로 산책을 갔다. 수족관 앞에 펼쳐져 있는 바닷가에 에메랄드 비치가 있고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한 번 구경을 가 보았다. 에메랄드 비치는 1975년 오키나와 엑스포 전시장을 조성할 때 인공으로 만든 비치라고 한다. 

저 멀리 보이는 섬은 '이에' 섬이다. '이에손'이라는 별도의 행정구역에 속해 있고 강남구의 2/3 정도의 크기인데 세계 제 2차대전 후 1980년대만 해도 섬의 절반 가량이 미군기지였다가 주민들의 지속적인 미군기지 반환 투쟁으로 현재는 섬의 서쪽 35%의 부지만 미군이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해변의 돌들이 제주도처럼 모두 구멍이 송송 뚫린 화산암이었다. 그 위로 이름 모를 풀들이 자연스럽게 자라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오키나와는 매일매일 멋진 구름을 볼 수 있지만 오늘따라 구름이 더 멋졌다.

 

푸르른 하늘, 뭉게뭉게 피어난 구름, 드넓은 바다, 구멍 송송 뚫린 화산암과 이름모를 풀, 키가 높은 야자수, 그 사이로 정갈하게 나 있는 길,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다른 쪽 해변에는 별장인지 리조트인지 해양박 공원의 건물인지 모르지만 파란 지붕의 집들이 모여 있었다. 

 

여기가 바로 1975년 오키나와 엑스포가 여기에서 열렸을 때 만든 인공 비치인 에메랄드 비치. 최대 수용 인원은 3,000명인데 원체 인기가 높다 보니 성수기에는 해변이 좁다 싶을 정도록 사람이 빼곡히 들어찬다고 한다. 그런데 백사장 군데군데 자갈도 많고 물 색깔도 조금 어두운 편이라서 엊그제 아하렌 비치에서 하루종일 놀다 온 나로서는 그저그랬다. 해변 한 쪽에서는 안전선을 치고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는데 공간이 좀 협소하여 물놀이를 제대로 즐기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리고 이 곳은 안전 요원은 있었는데 정작 물놀이하는 사람들이 한 명도 없었다. 물놀이 금지 구역이라도 되는지 궁금했다. 역시 물놀이는 아하렌 비치가 최고야!

 

이제 조금씩 해가 지고 있었다. 이에섬이 서쪽 방향이라 그 쪽으로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야할 시간이다. 하늘도, 구름도, 노을도, 바다도, 나무도, 그리고 수족관의 고래 상어와 가오리, 돌고래도, 이젠 정말 안녕. 조금씩 사그라드는 노을이 조심히 가라고 우리를 배웅해주는 것 같았다.

 

천천히 매표소 쪽으로 나오니 시간이 저녁 7시 정도가 되었다. 나는 미리 여행하기 전에 가이드북과 인터넷을 통해 여기에서 나고 버스 터미널까지 가는 마지막 버스가 저녁 9시 1분에 떠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정 안 되면 막차타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여유있게 나온 것이다. 설마 9시 전에 한 두 대라도 버스가 있겠지 하고 매표소 직원에게 물어보니 토, 일, 공휴일 버스 시간표를 주면서 66번, 6시 51분 버스가 막 떠나서 다음 버스인 7시 53분, 65번 버스를 타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에휴, 그럼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구나. 10분만 일찍 나올걸 하는 후회가 들었지만 이미 떠난 버스를 붙잡을 수도 없고 조용히 의자에 앉아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수밖에 뾰족한 수가 없었다.

 

해양공원쪽 정류소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다가 지루해서 주변을 돌아보니 노을이 지공 있었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고 붉은 노을이 진 하늘. 노을은 언제 보아도 붉고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노을이 진다는 것은 그 주변의 것들이 더욱 명료하게 빛난다는 뜻이다. 해가 지는 찰나 구름도, 이에섬도, 집도, 나무도, 심지어 바다까지도 더욱 또렷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제 노을도 이에섬 너머로 사그라 들고 버스 시간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서둘로 정류장 의자로 돌아와 기다리니 조금 후에 나고 버스 터미널로 가는 7시 53분, 65번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비는 아침에 올 때와 똑같이 1인당 880엔(9,609원)였다. 이제 날은 더욱 깜깜해져서 창문 밖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길 가에 드문드문 보이는 상점과 집들의 불빛만 반짝였다. 50분 정도 달려 나고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8시 50분 정도가 되었다. 

 

터미널에 도착해 해양공원에 가는 버스 시간표가 있길래 혹시 몰라서 찍어 두었다. 내가 언제 또 해양공원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기록으로 남겨서 나쁠 건 없지.

 

터미널 근처에 숙소가 있어서 10분 정도 걸어서 금방 도착했다. 일단 저녁을 먹지 않아서 배가 무척 고팠으므로 호텔 1층에 있는 아침에 조식을 먹었던 식당으로 가 음식을 주문했다. 아침에는 뷔페로 운영되고 점심과 저녁에는 단품을 파는 식당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는 새우 볶음밥(800엔, 8,736원)과 냉모밀(750엔, 8,190원)을 주문했는데 양이 많지 않았다. 저녁이 늦어서 배가 많이 고팠는데 그래도 9시가 넘은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어서 다행이었다. 문을 일찍 닫았으면 방에서 컵라면으로 저녁을 떼워야 했으니 말이다.

새우 볶음밥은 맛이 그저그랬다. 양도 적고 특별히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역시 볶음밥은 예전에 중국 베이징 여행할 때 먹었던 볶음밥이 최고인 것 같다.

 

 냉모밀은 평소에 내가 냉모밀을 좋아해서 냉모밀의 원조인 일본에서 한 번 먹어보려고 시켰는데 이것도 일단 양이 적고 국물도 그렇게 맛있진 않았다. 볶음밥도 냉모밀도 그저그런 맛. 그래도 일단 허기는 달랬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야지.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오니 10시가 다 되었다. 씻고 누우니 11시가 넘은 시간.

오늘도 야무지게 구경하고 잘 하고, 잘 먹고, 잘 돌아다녔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만은 아주 만족스러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