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일본(2019)

오키나와 여행기(6일차, 2019.8.4.일)-[나하시] 마키시 공설시장, 국제 거리, 쓰보야 도자기 거리, 류보백화점

anna325 2022. 9. 23. 10:05

(이 글에서 설명은 '프렌즈 오키나와-전명윤, 김영남'을 참고하여 썼다.)

 

오늘은 나고시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다시 나하시로 돌아가는 날이다.

 

오늘도 이른 아침 조식 뷔페를 먹으며 하루를 맛있게 시작해보려 한다. 여행을 하면서 호텔이나 리조트에 묵으면 조식 뷔페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숙소마다 메뉴도 다르고 맛도 다르니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1차는 밥과 미소 된장국, 비엔나 소세지, 샐러드, 스크램블, 감자 튀김, 스파게티 등 반찬으로 시작했다. 미소 된장국이 쪽파도 많이 들고 나름 깊은 맛이 나 맛있었고 다른 반찬들도 모두 괜찮았다. 

 

뷔페에서 1차만 먹으면 섭섭하지. 항상 2차 이상은 먹어줘야 한다는 나와 엄마의 뷔페 철학이 있다.

그래서 2차 시작. 2차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메리칸 스타일로 가져와 보았다. 모닝빵을 비롯하여 몇 가지 빵과 블루베리 잼, 딸기 잼, 우유에 섞은 콘푸라이트, 요거트, 그리고 빵과 함께 먹을 우유를 가져왔는데 아메리칸 스타일도 역시나 무척 만족스러웠다. 빵이 부드러운데다 잼을 발라 먹으니 맛있는 건 당연지사. 요거트도 플레인 요거트인데 맛있었다.

아침 식사도 배부르게 했으니 이제 짐을 정리하여 떠나볼까.

어저께 나하 버스 터미널 안내소에서 찍어 온 버스 시간표를 보니 아침 9시에 떠나는 버스가 있어 시간에 맞추어 터미널로 갔다. 캐리어를 끌고 터미널에 가보니 아직 시간이 좀 남아서 화장실도 다녀 오고 여유있게 기다렸다가 9시 버스를 탔다. 오키나와 버스는 직행 버스에도 우리 나라 버스처럼 버스 옆에 짐을 넣는 칸이 없고 버스 안 앞쪽에 짐칸이 조그맣게 따로 있어서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버스 안까지 올라가야 하는 것이 불편했다. 그리고 짐칸도 그리 크지 않아서 나중에 탄 사람은 짐을 놓을 자리가 마땅치 않는 경우도 있었다. 사람들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머리 좋은 민족이라고 칭찬해 마지 않는 일본인들도 이런 점은 개선할 생각이 별로 없나 보다. 

어쨌든 우리는 엊그제 나하시에서 나고시로 올 때와 마찬가지로 무거운 캐리어를 버스 안에 있는 짐칸까지 옮기고 나서야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었다. 여기 올 때는 하루 종일 비가 왔는데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고 맑았다. 그래서 창밖의 풍경이 잘 보여 내내 바깥 구경을 하면서 오다보니 어느 새 나하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시간을 보니 10시 30분쯤이었다.

 

오늘부터 2박 3일 동안 묵을 호텔은 나하터미널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호텔 아베스트 나하 코쿠사이도리'(2박, 조식 포함, 338,303원, 호텔스닷컴)이다. 캐리어가 무겁기는 했지만 열심히 걷다 보니 멀지 않은 곳에서 호텔이 나타났다. 간판도 큼지막하고 입구도 잘 보여서 다행이었다. 터미널에서도 가깝고 가격도 적당한데다 오늘은 국제거리를 구경할 예정이라 위치도 괜찮아서 예약했는데 잘 한 것 같다. 아직 체크인을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캐리어만 맡겨 두고 다시 나왔다.

우선 점심을 먹어야 하니 호텔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는 마키시 공설시장으로 가 보기로 했다. 가이드북에서 노량진 수산시장처럼 1층에서 생선을 구입해 2층에 있는 식당으로 가면 요리를 해준다는 정보를 보았기 때문이다. 명색이 시장이니 생선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군것질 거리도 팔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다른 나라 시장 구경도 나름대로 재미있어 하는지라 한 번 가 보기로 한 것이다.

마키시 공설시장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 군정 정부가 세운 최초의 공설시장으로 그 이전까지는 빼돌린 미군 물자를 밀거래하는 암시장이었다고 한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나하의 부엌'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데 전후 오랜 기간 동안 나하 시민들의 유일한 생선, 채소, 과일의 공급처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가보니 재래 시장이긴 하나 마트처럼 2층으로 된 건물 안에 여러 가지 가게가 밀집해 있었다. 채소, 반찬, 생선, 공예품, 신발, 과일, 간식 등 없는 게 없는 시장이었다. 2층에는 가이드북에서 읽은 것처럼 식당이 여러 군데 있었고 식당마다 손님들이 정말 많았다.

우리는 여기 저기 가게들을 구경하며 돌아다니다가 해산물 요리를 먹을 요량으로 해산물 가게에서 싱싱하고 맛있어 보이는 해산물을 골랐다. 이것저것 가격을 물어보았는데 어떤 해산물을 먹어야 할 지 정말 고민이 되었다. 젊은 여자 사장님은 조그만 휴대용 번역기까지 가져와 친절하게 응대를 해주었는데 우리가 사지 않고 고민만 하고 있으니 손목을 가리키면서 시간이 없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래! 결단을 내려보자! 그래서 우리가 산 해산물은 게 1마리(3,000엔, 32,760원), 구루쿤 2마리(물고기, 300엔*2마리=600엔, 6,552원), 왕새우 4마리(300엔*4마리=1,200엔, 13,104원), 세금 포함해서 총 5,000엔(54,600원)어치를 샀다. 사장님이 우리가 산 해산물을 들고 2층 식당으로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그런데 식당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밖에 있는 대기 의자에서 한 30분 정도 기다린 후에야 식탁에 앉을 수 있었다. 요리 수수료는 1인당 500엔(5,460원)으로 생각보다 저렴했다. 아마도 자릿세 정도가 아닐까 싶다.

 

짜잔! 드디어 우리의 요리가 나왔다. 이 사진을 찍은 시간이 오후 1시 42분이므로 둘 다 배가 많이 고팠을 것이다.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요리 방법은 식당에서 알아서 해 준 것 같은데 사진을 보니 구루쿤은 통째로 튀긴 가라아게로, 게는 칠리소스 볶음으로, 새우는 버터구이로 요리한 것 같다. 구루쿤은 크기가 손바닥만한 작은 생선인데 오키나와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이고, 오키나와 현을 상징하는 생선이며, 오키나와 사람들은 가정에서도 이 구루쿤 가라아게를 자주 해먹을 정도로 오키나와의 대표 음식이라고 한다. 구루쿤 가라아게는 앞에 종지에 있는 간장을 찍어서 먹었는데 튀긴 생선이 맛이 없을 리가 없지. 칠리소스로 볶은 게 요리도 적당히 매콤하고 달콤하니 맛있었고 왕새우 버터 구이는 말해 무엇하랴. 어떤 음식이든 버터에 구우면 고소함이 배가 되지 않던가. 음식이 다 맛있어서 공기밥(150엔, 1,638원)까지 하나 시켜서 엄마와 나누어 야무지게 먹었다. 좀 더 먹다보니 약간 느끼해져서 망고주스(300엔*2잔=600엔, 6,552원)를 한 잔씩 시켜서 먹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맛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의 시장에 와서 1층 가게에서 고민에 고민을 더해 해산물을 골라 2층 식당에서 해 준 요리를 먹는 조금은 복잡해보이는 이 일을 스스로 해냈다는 생각에 내 자신이 참 대견스러웠다. 그래서 마음도 배도 빵빵하게 부른 아주 맛있는 점심 식사였다.

 

점심을 먹고 다시 국제거리로 왔다. 국제거리는 나하시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로 일본인들이 흔히 '기적의 1마일'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고 한다. 이름 그대로 국제거리의 길이가 1.6km이기도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잿더미가 되어 버린 나하 시내에서 가장 먼저 복구가 된 구역이라 '기적'이라고 부른다고. 국제거리라는 이름이 붙은 데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가장 유력한 설은 1948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의 상업 극장인 '어니파일 국제 극장'이 이 곳에 문을 열면서 이 거리가 국제거리가 되었다는 이야기라고 한다. 
가이드북에서 본 것처럼 오늘이 일요일이라 그런지 도로에 차를 통제하고 여러 가지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전통 의상을 입고 여러 가지 악기를 연주하며 가는 행렬이 있었는데 어린 아이들도 참여하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나는 이 공연이 매주 일요일마다 열리는 일반적인 공연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한국에 와서 찾아보니 매년 8월 첫째주 일요일에만 열리는 '에이사' 라는 아주 특별한 공연이었다. 에이사는 오키나와의 전통 공연인데 이 공연의 기원은 음력 7월 13일부터 15일의 추석 때 이승에 온 조상의 영을 다시 저승으로 보내기 위해 큰 소리로 북을 치고 모두 함께 춤을 추었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웅장한 안무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북, 그리고 사람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산신(현악기)의 음색이 특징인 공연이다. 이 공연에는 전문 공연팀과 아마추어뿐만 아니라 구경하던 관광객들도 즉석에서 참가가 가능하여 매년 약 1만여명의 사람들이 참가한다고 한다. 어쩐지! 그래서 어린 아이들도 북을 치면서 공연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공연을 관람하다가 도로 옆에 '블루 씰'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어 들어가 보았다. 여기 와 보니 편의점이나 슈퍼에 '블루 씰' 상표가 붙은 아이스크림을 많이 팔던데 오키나와에 도착한 첫 날과 둘째날에도 편의점과 슈퍼에서 블루 씰 아이스크림을 사먹었었다. 첫 날에는 저녁에 식당에서 소고기를 먹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바닐라, 쿠키, 초코칩'이 들어 있는 막대 아이스크림을 엄마와 하나씩 사서 먹었었고 둘째날에는 토카시키 섬에 도착해서 오후에 섬을 한 바퀴 산책하다가 슈퍼에 들러 '바닐라, 쿠키'가 들어있는 컵 아이스크림을 사서 엄마와 나누어 먹었었다. 두 번 다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둘러보았다. 세 가지 아이스크림을 고를 수 있는 컵(680엔, 7,425원)을 선택해  '블루 웨이브, 트로피컬, 스트로베리 치즈 케이크' 이렇게 세 가지 맛을 골랐다. 그런데 이번에 고른 아이스크림은 그다지 맛이 없었다. 역시 나는 바닐라나 초코 등 기본적인 맛을 좋아하나 보다. 

나중에 한국에 와서 '블루 씰' 아이스크림에 대해 찾아보니 오키나와에서 아주 유명한 아이스크림 전문점이었다. 역사를 잠깐 이야기해보자면 제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였던 1945년, 일본이 미국에게 항복을 하면서 오키나와는 27년간 미국의 통치를 받게 되었다. 그 때 많은 미군들이 오키나와에서 생활하게 되었고 고향의 먹을거리가 그리웠던 미군들의 요청으로 미국은 오키나와에 유제품 시설을 만들게 되었는데 이 유제품 시설이 바로 지금의 '블루 씰'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배스킨라빈스 31'과 비슷한 브랜드인데 배스킨라빈스보다는 덜 달고 더 고급스러운 맛이 났다. 그리고 합성 향료를 많이 쓰지는 않는지 맛도 자극적이지 않고 순해서 나름대로 괜찮았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와서는 국제거리에 시장이 있길래  들어가 보았다. 나와 엄마는 한국에서도 시장 구경을 좋아하는데 해외 여행을 와서도 시장 구경은 꼭 하는 편이다. 그 나라 사람들이 사는 모습도 궁금하고 어떤 걸 파는지도 궁금하고 그냥 여기 저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천천히 시장 구경을 하다가 내친 김에 쓰보야 도자기 거리까지 가보기로 했다. 이 곳은 오키나와 도자기의 본 고장이자, 도예 공방과 카페, 도자기 체험장이 몰려 있는 골목이다. 오키나와 도자기 역사의 시작은 대략 12세기경으로 추정되는데 중국에서 전래되었다는 설과 고려에서 전래되었다는 설 등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어디서 전래가 되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본격적으로 가마를 만들고 산업으로 육성을 하기 시작한 것은 1616년 가고시마에서 초빙한 여섯 명의 조선 출신 도공의 힘이 컸다고 한다. 이후 궤도에 오른 오키나와의 도자기 산업은 17세기에 당대 자기 선진국이었던 청나라에 도공을 파견해 청나라의 선진 자기 기법을 습득하여 비약적으로 도약하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하시 전역이 쑥대밭이 되었을 때도 쓰보야 일대는 미군의 폭격을 피해 가는 행운을 맞게 되었고, 이로써 지금까지도 거리 곳곳에서 당시의 오래된 풍경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혹시 예쁜 그릇이 있으면 사볼 요량으로 여기 저기 둘러보았는데 다리 아프게 여러 가게를 둘러보았는데도 마음에 드는 그릇이 없어서 결국에서 아무 것도 사지 못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도자기를 파는 가게가 많지 않았고 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여기가 왜 도자기 거리로 유명한지 좀 의아스러웠다. 괜히 다리품만 팔았네.

실망스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아까 갔었던 시장에서 눈여겨 보아 두었던 빵 가게로 가 보았다. 사장님이 직접 만들어 파는 수제빵인 것 같았는데 종류가 많아서 어떤 빵을 살지 고민이 되었다. 겨우 마음을 정해 4가지 종류의 빵을 샀는데 아쉽게도 가격은 기억나지 않는다. 

 

시장에서 빵을 사고 나오니 시간이 5시가 넘었다. 그런데 이 시간까지도 에이사 공연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도로가에 앉아서 공연을 구경하고 있었다. 우리도 아쉬운 마음에 조금 더 구경을 할까 했는데 이미 도로가에 사람들이 꽉 차 있어서 앉을만한 데가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조금 보다가 날도 저물어가고 해서 일어섰다.

자! 이제 국제거리 구경도 이만하면 되었으니 이제 호텔로 가 보아야겠다.

 

저녁 5시 30분쯤 호텔로 돌아 와서 체크인을 하고 맡겨 두었던 짐을 찾아 배정된 방으로 올라왔다. 더블침대 1개랑 1인용 식탁 1개, TV, 욕실이 있는 기본 방이었는데 청소와 정돈이 깔끔하게 잘 되어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욕실은 조금 좁긴 했지만 욕조와 비데, 기본적인 어메니티까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방 구경을 마치고 짐을 푼 다음 호텔 근처에 있는 류보 백화점에 구경을 하러 갔다. 이제 여행이 거의 끝나가서 백화점 구경할 시간이 따로 없을 것 같아 피곤하긴 했지만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에 의하며 류보 백화점에 '프랑프랑' 매장이 있다고 하니 엄마도 나도 좋아하는 그릇 구경도 한 번 해볼겸 해서 간 것이다. 프랑프랑 브랜드는 이번 여행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귀엽고 여성스러운 그릇과 소품들이 많았다. 한참을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마음에 들어 구입한 그릇은 작고 납작한 꽃모양 디저트 접시 4개(500엔(5,460원)*4개=2,000엔, 21,840원), 은색 테두리가 있는 기다란 접시 1개(2,400엔, 26,208원), 케첩 그릇으로 쓸 노란색 소스 접시 1개(350엔, 3,822원) 였다. 접시들은 모두 한국까지 깨뜨리지 않고 잘 가지고 왔는데 노란색 소스 접시는 와서 써 보니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당근마켓을 통해 판매를 했다. 그리고 디저트 접시와 은색 테두리 접시는 지금까지 아주 유용하게 잘 쓰고 있어 그 때 사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백화점 구경까지 야무지게 하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길가에 있던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들러서 저녁으로 먹을 컵라면과 우유를 샀다. 컵라면 종류도 여러 가지여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씨푸드 컵라면(232엔, 2,533원)과, 유부우동 컵라면(198엔, 2,162원)을 사고 빵이랑 같이 먹을 우유도 180mL 짜리 1개(79엔, 862원)를 샀다.

 

지친 몸을 이끌고 호텔에 도착해보니 8시가 다 되었다.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배가 많이 고팠다. 그래서 일단 저녁을 먹고 씻기로 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커피 포트에 물을 끓였다. 오늘 저녁은 아까 시장에서 사 온 빵과 우유, 컵라면, 한국에서 가져 온 햇반, 김이다. 빵은 지금 보니 초코맛 롤케이크, 모찌 종류, 오키나와 특산품인 자색고구마로 만든 베니이모 타르트, 머핀 종류를 산 것 같다. 빵 맛은 지금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빵이니만큼 맛있었지 않을까 싶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역시 빵은 우유랑 먹어야 제맛이다. 라면도 둘 다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우리나라 튀김우동 같은 맛이라서 익숙하고 먹을 만 했다. 거기에 햇반에 김도 싸서 먹으니 배도 부르고 나름 풍족했던 저녁 식사였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저물어 간다. 시장과 국제거리, 쓰보야 도자기 거리, 류보 백화점 등 오키나와 구석구석을 걸어다니며 진짜 일본인들이 사는 모습도 보고 운 좋게 1년에 한 번 있다는 에이사 공연도 볼 수 있어서 즐겁고 보람찼던 하루였다. 

이제 여행 일정이 내일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여행을 할 때는 늘 그렇듯 이번 여행도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내일은 슈리성을 보러 가는데 날씨가 화창하게 맑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