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일본(2019)

오키나와 여행기(8일차, 2019.8.6.화)-[나하시] 한국으로 출발

anna325 2022. 9. 23. 10:29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흘러 기어이 오키나와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너무나 아쉬운 7박 8일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우리는 오늘 오후 5시 20분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 아쉬운 건 아쉬운 거고 여행 마지막 날이니 아침 조식을 더욱 알차게 즐겨보자!

7시 조금 넘어서 1층 식당으로 내려갔다.

 

1차는 늘 그랬듯 역시 밥과 반찬으로 시작했다. 흰 쌀밥과 볶음밥, 고로케, 어묵, 단무지, 소세지, 달걀찜, 만두, 야채볶음, 오키나와 소바 등 밥이랑 같이 먹으면 정말 맛있는 반찬들을 한 가득 담아왔다. 

 

2차도 늘 그랬듯 아메리칸 스타일로 크로아상, 와플, 조각 케이크, 모닝빵, 잼, 요커트와 과일을 가져와 마지막 조식인 만큼 천천히 음미하면서 많이많이 먹었다. 역시 빵은 언제 어디서든 옳다. 오늘도 맛있는 조식을 먹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아니, 오키나와를 여행하는 동안 매일매일 맛있는 조식을 먹을 수 있어서 정말정말 행복했다.

 

오키나와 생수병도 기념으로 남기고 싶어 사진으로 한 번 담아보았다. 생수를 돈 주고 사진 않았을 것 같고 어디선가 받았던 것 같은데 이 병에 호텔의 정수기 물을 받아서 여행 내내 잘 가지고 다녔다. 그런데 특이하게 500mL도 아니고 555mL 생수병이어서 물은 많이 담을 수 있었지만 들고 다닐 때 조금 무겁기도 했다. 나는 한국에서든 해외에서든 생수 사먹는 돈이 그렇게 아깝다.

만족스러운 조식을 먹고는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했다. 공항으로 가기 전까지 여기 저기 갈 곳이 많아 아마도 짐은 잠시 호텔에 맡겨두었던 것 같다.

비행기 출발 시간까지 시간이 꽤 남아 있으니 남편에게 엽서도 보내고 가족들 선물도 사야겠다.

우선 엽서를 보내기 위해 우체국을 찾아보니 류보 백화점 근처에 있어서 가보기로 했다. 우체국에서 기념 엽서(250엔, 2,730원)와 우표(90엔, 982원)를 사서 남편에게 엽서를 써서 부쳤는데 한국에 도착하는데 약 2주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일본은 너나할 것 없이 사람들이 참 친절한데 여기 우체국 직원도 예외없이 참 친절했다.

우체국에서 볼 일을 보고는 다시 국제 거리로 가서 양가에 드릴 선물을 고르기로 했다. 국제 거리에는 특산품과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많아서 돌아다니다가 제법 큰 기념품 매장으로 들어갔다. 기념품과 특산품의 종류가 너무나 다양하고 많아서 무엇을 고를까 고민이 되었다. 장시간 고민한 끝에 오키나와의 특산품인 자색 고구마를 이용한 쿠키 5상자(1,000엔씩, 10,920원)와 오키나와 전통 쿠키 5상자(1,000엔씩, 10,920엔)를 골랐다. 양가 부모님과 큰 아주버님, 작은 아주버님께 각각 2상자씩 드리고 남편과 나도 먹어볼 생각이다.

그리고 해외 여행을 하면 기념으로 꼭 하나씩 사가는 자석도 골라 보았다. 어떤 걸 살까 고민하다가 오키나와를 상징하는 시샤 모양의 자석(개당 540엔, 5,896원)을 2개 사서 엄마랑 나랑 하나씩 사이좋게 나누어 가졌다. 이 자석은 집에 돌아와 우리 집 냉장고 문에 예쁘게 붙여 놓았다. 

마지막으로 엊그제 갔었던 류보 백화점에 들러 식품관으로 가 보았다. 오빠에게 뭘 선물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라면을 좋아하는 오빠에게 선물할 일본 라면(5개입)을 종류별로 두 묶음 사고(1번-318엔, 3,472원, 2번-398엔, 4,346원) 엄마랑 오빠랑 같이 드시라고 컵라면도 2개(개당 168엔, 1,834원) 샀다. 

이렇게 해서 바리바리 선물 사기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제 점심을 먹고 천천히 공항으로 가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아침으로 조식 뷔페를 너무 많이 먹었는지 아직 배가 하나도 고프지 않았다. 1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배가 여전히 불러서 점심이 맛이 없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지금 먹지 않으면 이따가 오후에는 배가 고플테니 시간 여유가 있을 때 먹어두기로 했다.

  

점심은 가이드북에 오키나와 가정식 맛집이라고 소개된 '미카도'에서 먹기로 했다. 류보 백화점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곳에 있어서 한 번 가보았다. 이 식당은 오키나와 가정식을 24시간 판매하는데 각종 덮밥과 오키나와식 찬푸르, 이 집의 명물인 오키나와 짬뽕을 먹을 수 있어서 주로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특히 오키나와 짬뽕은 TV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이 집의 대표 메뉴였다. 듣던 대로 이미 많은 현지인들이 와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어떤 맛일까 궁금해 우리도 오키나와 짬뽕(650엔, 7,098원)을 시켜 보았다. 그런데 나온 걸 보니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먹는 국물이 있는 그런 짬뽕이 아니었다. 양배추, 당근, 시금치, 양파 등을 달달 볶은 후, 달걀을 휘휘 풀어 밥 위에 얹어 먹는 일종의 오키나와식 덮밥이었다. 야채가 많이 들어 있어 아삭아삭 씹는 맛이 좋았고 달걀이 올라가 있어 담백했다. 같이 나온 시금치를 넣은 미소 된장국과 같이 먹으니 목넘김도 좋고 아주 건강해질 것 같은 음식이었다.

 

두번 째로 시킨 음식은 돈까스를 올린 덮밥인 가츠동(700엔, 7,644원)이었는데 여기에도 양배추, 양파, 당근 등의 야채와 휘휘 푼 달걀이 올라가 있었다. 물론 시금치를 넣은 미소 된장국도 빠질 수 없지. 반찬이 없으니 젓가락은 놓지 않고 숟가락만 올려놓은 것이 재미있었다. 가츠동도 담백하고 고소하니 맛이 좋았는데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아서 짬뽕이랑 가츠동 모두 조금씩 남겨야 해서 무척 아쉬웠다. 배가 고팠다면 밥 한 톨 남김 없이 바닥까지 깨끗하게 비웠을텐데 말이다. 그래도 만족스러웠던 식사였다. 

점심을 먹고는 저녁으로 먹을 햄버거를 사기 위해  다시 국제 거리 초입에 있는 A.W 햄버거집으로 가 보았다. 비행기 시간이 저녁 시간이라 한국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어도 되지만 이왕이면 일본 햄버거를 먹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았다. A.W 햄버거집은 일본 최초의 패스트푸드 전문점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오키나와에 미군이 주둔해있던 시절이 있어 그 영향으로 일찍 생기지 않았나 싶다. 1층은 다른 상가였고 2층과 3층이 햄버거집이었는데 들어가보니 90년대 우리나라 햄버거집같이 인테리어가 무척 옛날스러웠다. 우리는 이 집의 대표 메뉴인 AW 햄버거(개당 680엔, 1,360엔)를 2개 샀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패밀리마트에 들러 햄버거랑 같이 먹을 스프라이트 500mL 2병도(1병당 151엔, 1,648원) 샀다.

이렇게 해서 오키나와에서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이제 정말로 공항으로 출발할 시간이다.

그런데 태풍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지 거리의 가로수가 휘청거리고 쓰레기들이 날아다녔다. 항공사에서 따로 연락이 오지 않는 걸 보니 예정대로 비행기가 뜨긴 하는 것 같은데 과연 우리는 오늘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오키나와에 도착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모노레일을 타고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겐초마에 역(현청 역)에서 나하 공항 역(1인 260엔, 2,839원)까지 약 13분 정도가 걸렸다. 예전에 태국 방콕에 갔을 때도 모노레일이 있었지만 노선이 별로 없고 접근성도 떨어져서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는데 오키나와에서는 비록 노선이 1개밖에 없었지만 나하시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접근성이 좋고 편리해서 자주 이용하였다. 도로 위로 가기 때문에 교통 체증도 없고 도시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나름 괜찮았던 교통 수단이었다. 의자에 앉아 창 밖을 보고 있자니 나하시 풍경이 빠르게 지나갔다. 소박하고 정겨웠던 나하시도 이젠 정말 안녕!

공항에 도착해서는 탑승 수속을 마치고 짐까지 무사히 부쳤다. 태풍때문에 혹시 결항이 되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공항에서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모든 일이 정상적으로 돌아갔다. 면세점에 들어가 얼마 남지 않은 일본 돈을 모두 쓰기 위해 전통 빵(388엔, 4,236원)과 초콜렛(21엔, 229원)을 사고는 의자에 앉아 탑승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우리가 예약했던 티웨이 비행기를 탔다.

오후 5시 20분 비행기로 약 2시간 15분 후인 저녁 7시 35분쯤 인천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아침과 점심을 너무 든든하게 먹었는지 지금도 배가 하나도 고프지 않아 아까 A.W 햄버거집에서 샀던 햄버거는 한국에 도착해서 먹어야할 것 같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비행 시간이 금방 지나고 우리는 도착 예정 시간이었던 저녁 7시 30분쯤에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여행이 끝난 것은 무척 아쉬웠지만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왔으니 그것으로 감사하고 좋았다.

짐도 잘 찾고 여행 준비할 때 미리 예매해 두었던 천안으로 가는 공항 버스의 표를 발권해서 공항 버스도 제 시간에 잘 탔다. 8시가 넘은 시간이라 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도시의 불빛들과 가로등만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이제 좀 슬슬 배가 고파서 아까 오키나와에서 사왔던 햄버거를 저녁으로 먹었다. 조용한 버스 안에서 부스럭부스럭 종이 소리도 나고 햄버거 냄새도 조금 풍겼을테지만 그 와중에 햄버거 맛은 참 좋았다. 아까 패밀리 마트에서 같이 사왔던 스프라이트도 한 잔씩 하면서 맛있고 즐거운 저녁 식사를 마쳤다. 

천안 터미널에는 밤 10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했다. 터미널 앞에서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10시 30분 정도가 되었다. 엄마도 나도 너무 피곤하여 얼른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것으로 오키나와 여행은 정말로 마무리가 되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뿌듯하고 즐거운 마음을 안고 잠자리에 들 수 있어서 정말로 행복하고 감사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