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미국(2019)

하와이 여행기(1일차, 2019.2.9.토)-[한국] 결혼식, 서울 '더-K 호텔'

anna325 2021. 2. 16. 22:43

[한국] 달러화 환율 1달러=1,115, 총 1,212달러=1,351,380원 환전

[6박 8]

-준비비: 7,071,805

-8일간 총 생활비: 1,049.12달러(1,169,768.8원)+433,190원(한국에서 쓴 돈)=1,602,958.8원

-선물 구입비: 1,577,424원

-총 여행 경비: 10,252,187.8

-1인당 여행 경비: 5,126,093.9

 

2019년 2월 9일 나는 결혼을 했다. 작년 추석 다음 날이었던 2018년 9월 25일에 소개팅으로 처음 만나서 2019년 2월 5일 설날을 지내고 약 4개월 반만에 드디어 오늘 초고속으로 결혼을 한 것이다. 내 나이 서른 여덟. 요즘은 결혼 적령기가 없다고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조금은 늦은 나이에 나도 유부녀의 대열에 들어선 것이다. 누군가 어떤 점이 좋아서 결혼을 결심했는지 물어본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불타는 사랑 같은 건 없었다. 마흔이 다 된 나이에 남자를 만난다는 건 하루하루 만나다가 결격 사유가 없으면 결혼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사실 불타는 사랑이란 얼마나 고된 일인가. 나의 자유롭고 편한 시간을 70% 정도 할애해 연락과 만남, 마음 고생 등등을 단 시간에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사랑도 연애도 부지런한 사람이 잘 하는 것 같다. 나는 나의 소중한 휴일과 불타는 사랑을 맞바꿀만큼 부지런한 사람이 못 된다. 하지만 나처럼 그럭저럭 만나도 다들 결혼을 잘 하는 걸 보니 사랑과 결혼은 반드시 정비례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여하튼 그럭저럭 만난 우리가 오늘 결혼식을 하고 내일 신혼 여행을 떠나기 위해 서울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양가가 모두 부여에 계시기 때문에 결혼식은 부여에서 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바로 논산 집으로 돌아와 여행 가방을 가지고 오후 4시 35분에 떠나는 서울행 고속 버스(9,900원)를 타러 갔다. 버스 안에서는 피곤해서 내내 자면서 갔던 것 같다. 저녁 6시쯤에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는데 벌써 날이 저물어 주위가 어둑어둑했다. 호텔까지는 택시(8.300원)를 타고 갔다. 우리가 오늘 밤 머물 숙소는 'The-K 호텔'(1박 90,000원, 조식 1인당 26,820원)이다. 전에 부모님과 함께 서울로 놀러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이 호텔에 묵었었다. 호텔 주위로 넓은 공원도 있고 도심에서 좀 떨어진 곳이라 한적하고 조용해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있어 오늘도 여기서 묵기로 했다.

호텔 방을 배정받고 저녁을 먹을 시간이라 1층에 있는 식당으로 내려갔다. 어떤 음식을 먹을까 하다가 오늘 날이 날이니만큼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코스 요리(2인 134,300원)를 먹기로 했다. 그런데 예식장에서 폐백까지 다 드리고 늦게 점심을 먹어서 그런지 그렇게 배가 고프지 않아서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먹지 못했다. 사진을 찍어 놓지 않아서 어떤 음식이 나왔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쉽다. 살면서 호텔 레스토랑에서 이탈리안 코스 요리를 먹을 기회가 그리 흔하지 않은데 그 맛있는 음식을 맛없게 먹다니 말이다. 나중에는 너무 배가 불러서 방에 가져가서 먹을 요량으로 디저트는 포장을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분위기도 낼 겸 호텔 근처 편의점에서 포도 주스(1,850원)도 사서 방으로 돌아왔다. 

 

씻고 나와서 창문 밖을 보니 이미 깜깜한 밤이 되었고 도시의 불빛들이 창문 너머로 화려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결혼을 한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또한 앞으로 이 남자와 살면서 나에게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전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는 어쨌든 결혼을 했고 앞으로 평생 이 남자와 같이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과연 나는 결혼 생활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호텔 방의 모습이다. 이 호텔의 한 가지 특징이라 하면 어두운 색깔의 옛스러운 가구들을 배치해 전체적으로 고풍스러운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테이블 위에는 레스토랑에서 포장해 온 케이크와 편의점에서 산 포도 주스, 그리고 와인 잔 2개가 놓여 있다. 둘 다 깨끗이 씻고서는 테이블에 마주 앉아 포도 주스 한 잔씩 했다. 보통 우리처럼 오늘 결혼한 부부가 첫날 밤에 마주 앉아 있으면 자연스럽게 로맨틱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달콤한 말들로 사랑을 속삭이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우리 둘 다 너무 피곤했다. 그래서 30분만에 포도 주스와 케이크를 다 먹고는 이를 닦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피곤에 절어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온 우리에게 첫날 밤의 설렘과 로맨틱한 분위기는 사치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