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미국(2019)

하와이 여행기(4일차, 2019.2.12.화)-[오하우] 다이아몬드 헤드, 카카아코 벽화 거리

anna325 2021. 5. 14. 22:13

(이 글에서 설명은 여행사에서 제공해 준 '투어팁스 가이드북'을 참고하여 썼다.)

 

오늘은 자유 일정으로 오하우의 랜드마크 다이아몬드 헤드와 카카아코 벽화 거리를 구경하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텐을 걷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다. 저 멀리 시원하게 뻗어 있는 바다, 그 끝은 어디일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넓고 푸르른 와이키키 바다가 매일 아침 내 눈 앞에 펼쳐지는 이 상황이 나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가 정말 태평양 한 가운데에 와 있는 것일까?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던 그 시간들이 나는 진심으로 행복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조식은 호텔 조식뷔페로 맛있게 시작했다. 여유롭고 만족스러운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귀여운 원피스로 화사하게 꾸미고 호텔 1층에서 택시를 탔다. 기사에게 목적지인 '다이아몬드 헤드'를 이야기하고는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도 구경하고 남편과 이야기도 나누다 보니 어느 새 다이아몬드 헤드에 도착했다.

 

택시 기사는 우리를 다이아몬드 헤드 매표소가 있는 입구까지 데려다 주지 않고 다이아몬드 헤드 입구로 들어가는 터널 바로 앞에서 내려 주었다. 다른 택시도 대부분 여기서 손님들을 내려주는 것으로 보아 먼저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고 다이아몬드 헤드로 들어갈 수 있게끔 배려해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내린 곳에서 바라본 풍경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우리나라의 전원 주택을 연상시키는 아기자기한 단독 주택들과 그 사이사이에 심어 놓은 짙은 녹음의 나무들, 저 멀리 펼쳐져있는 푸르른 바다와 그 위에 평화롭게 누워있는 육지의 끄트머리, 그리고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에메랄드 빛 하늘. 사람들이 흔히 하와이를 지상낙원이라 칭송하는데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이제야 좀 알겠다. 이 곳이 지상낙원이 아니면 세상 어느 곳이 지상낙원이리요. 여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 아름다운 풍경을 그저 넋을 잃고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다이아몬드 헤드로 들어가는 길에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는데 번호판 모양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무지개가 떠 있는 번호판이라니! 어느 동화 속 나라에 놀러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게 만드는 하와이의 번호판. 번호판마저도 나를 행복의 나라로 데려다 주는 마법같은 신비한 섬, 그 곳이 바로 하와이였다. 

 

택시에서 내려 짧은 터널을 지나 5분~10분 정도 걸어가면 다이아몬드 헤드의 매표소가 나온다. 입장료는 단돈 1달러(1,115원). 하와이의 랜드마크로 가장 사랑받는 관광지인데 입장료가 단돈 1달러라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정말 와보고 싶었던 다이아몬드 헤드에 들어왔으니 기념비 앞에서 인증 사진은 필수 아닌가. 이 날 날씨가 화창하고 좋아서 사진이 정말 잘 나왔다. 

다이아몬드 헤드는 와이키키의 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는, 35만 년 전에 화산 폭발로 인해 형성된 분화구라고 한다. 처음 이곳을 발견한 제이스 쿡 선장이 멀리서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헤드의 암석을 보고 다이아몬드로 착각을 했는데 그만큼 아름다운 곳이어서 '다이아몬드 헤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232m 높이의 정상에서는 푸른 바다와 하늘, 와이키키의 해변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날씨가 맑은 날에는 몰로카이 섬까지 보인다고 한다. 또한 40분 정도면 다이아몬드 헤드의 꼭대기에 올라갈 수 있고 길이 험하지 않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이 아름다운 산을 오를 수 있어 더욱 인기가 많은 산이라고 한다.

 

기념비 앞에서 기념 사진도 찍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다이아몬드 헤드에 올라가 볼까. 올라가기 전에 매표소 근처에 화장실이 있어서 들렀는데 화장실 안내 표시가 정말 귀여웠다. 하와이 사람들의 공식 의상인 화려한 하와이안 셔츠에 조개 껍데기로 만든 목걸이를 걸고 있는 그림으로 안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화장실 안내 표시에서도 하와이 사람들의 귀여운 센스가 돋보여서 사진으로 남겨 보았다. 여자 화장실 안내 표시도 사진으로 남겼으면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남자 화장실 표시만 남겨 놓았나 보다.

 

드디어 다이아몬드 헤드에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는 완만한 길을 걷게 되는데 길 양쪽으로는 나무가 많아 숲 속에서 여유있게 산책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완만한 구간이 지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오르막길이 시작되는데 길이 좁아서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들이 한 줄로 가야할 만큼 좁은 오르막길이 제법 길게 이어졌다. 오르막길을 올라 산 중턱에 다다르면 넓게 펼쳐져 있는 숲과 역시나 넓고 푸른 바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낮게 떠 있는 뭉게구름이 보이는 절경을 선사해 준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탁 트이는 절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원한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와 땀으로 젖은 이마를 뽀송뽀송하게 말려준다. 저멀리 왼쪽으로 매표소가 있었던 하얀 건물과 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주차장, 그리고 우리가 지나왔던 터널도 보인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낮은 산들이 굽이굽이 이어지고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모호한 신비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아직 중턱밖에 올라오지 않았는데 풍경이 너무 멋져서 파노라마 모드로 찍어 보았다. 진심으로 아름다운 뷰!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이런 광경이 펼쳐졌다. 관광객의 행렬은 끝도 없이 계속계속 이어지고, 저 멀리 언덕마다 하얗게 보이는 것은 하와이 주민들의 집들이다. 높이를 보니 우리도 제법 많이 올라온 것 같다.

 

한쪽으로는 이렇게 나무가 거의 없고 색깔도 하얀 곳도 있었다. 아까 보았던 초록초록했던 곳과는 전혀 다른 모습인데 오히려 이렇게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산이라 올라가는데 지루하지 않아 좋았다.

 

역시나 끝도 없이 이어지는 관광객들의 행렬. 길이 좁아서 사람은 한 명이나 두 명 정도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정도이다.

 

저 멀리 사람들이 올라오는 모습이 개미처럼 작게 보인다.

 

조금 더 오르자 바닷가 쪽으로 난 중간 전망대로 가는 길이 있었다. 먼저 온 사람들이 바다의 절경을 보면서 연신 감탄하고 있었다.

 

우리도 길을 따라 전망대로 가 보니 이런 풍경이 펼쳐졌다. 바닷가에는 아주 예쁘고 아기자기한 등대가 하나 서 있고 그 앞으로는 파도가 잔잔한 포말을 일으키며 밀려오곤 하는 너무나 평화로운 바다, 정말 바다 뿐이었다.

 

바닷가를 따라 해안도로가 나 있고 리조트인지 아님 세계 각국의 부호들의 호화 별장인지 그것도 아님 하와이 주민들이 사는 집인지는 모르겠지만 주택들도 해안도로를 따라 드문드문 있었다. 저런 집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태평양의 넓고 푸른 바다를 우리 집 앞마당 삼아 모닝 커피를 즐기고, 한낮이 되면 바다에서 잠시 수영을 하며 뜨거운 열기를 식히고, 수영이 지겨워질 때쯤에는 집 앞의 작은 모래사장에 파라솔을 펼치고 누워 쉼 없이 오고가는 파도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여기서 터를 잡고 매일 사는 사람들은 짐작컨데 그런 즐거움과 그런 아름다움과 그런 부러움을 모르고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잠시 다녀가는 여행자들만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뿐이지.

 

중간 전망대에서 조금 더 오르자 드디어 다이아몬드 헤드의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바라본 와이키키 해변의 풍경은 가히 파라다이스 그 자체였다. 약 3.2km에 달하는 구불구불한 해변과 이런 풍경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절묘하게 어울리는 화려한 호텔과 빌딩 숲, 그 앞으로 푸르게 빛나는 바다, 몽실몽실 낮게 떠 있는 뭉게구름까지 어느 것 하나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고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완벽한 풍경이었다. 이 풍경을 보는 순간, 나는 하와이가 더욱 더 사랑스러워졌다. 오늘 여기에 오기를 정말 잘했다. 이 모습을 보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면 얼마나 아쉽고 후회가 되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찔하다.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한참 감상하고 있다가 문득 오른쪽으로 눈을 돌렸는데 전망대 옆으로 이 아름다운 풍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시설이 보였다. 아까 중간 전망대 근처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는데 아마도 세계2차대전 때 만들어 놓은 군사시설 같았다. 여기가 지대가 높으니 적군의 움직임이 잘 보였을 것이고 그래서 이 곳에 이런 군사 시설을 만들어 놓은게 아닐까? 

 

반대쪽으로도 가서 구경을 했는데 저 멀리 매표소 건물과 택시에서 내려서 걸어서 지나온 터널, 차들이 빼곡히 주차되어 있는 주차장도 보였다. 그리고 매표소에서부터 시작해 꼭대기에 올라오기까지 우리가 걸어왔던 구불구불한 길도 보이고 구름이 낮게 떠 있었는지 구름 아래로 그림자가 지는 모습도 보였다. 이 곳이 약 35만년 전에 화산이 폭발해서 만들어진 분화구라고 하더니 오목한 모습이 마치 테두리가 있는 접시 같았다. 우리나라에도 제주도에 있는 성산 일출봉이 이렇게 만들어진 지형인데 그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었다.

 

다이아몬드 헤드 정상에 올라오니 빼곡히 들어서 있는 하와이 주민들의 주택가 모습이 더욱 가깝게 보였다.

 

내가 사진을 찍고 있을 때 남편이 내 뒷모습을 찍어 주었다. 살면서 내 뒷모습은 볼 기회가 별로 없는데 내 뒷모습이 이렇게 생겼구나. 나는 그 때도 지금도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데 구불구불하게 파마한 머리를 자연스럽게 묶은 모습과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까지 모두 맘에 든다. 내가 좋아하는 청멜빵치마와 주황색 가디건, 그리고 가디건과 같은 색으로 맞춘 머리끈으로 코디한 그 날의 패션도 역시 맘에 드는 기분 좋은 사진이다.

 

이곳저곳 어느 곳을 찍어도 수채화같은 사진이 나와 사진도 많이 찍고, 풍경에 취해 한참을 서성이며 구경을 하다 보니 시간이 금새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이제 구경도 마음껏 했으니 만족스러운 기분을 안고 천천히 내려가보기로 했다. 

 

산을 다 내려와서 보니 매표소 근처에서 파인애플 스무디를 파는 가게가 있었다. 마침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산행을 했더니 목도 마르고 원체 파인애플을 좋아라 하는 내가 파인애플 스무디를 그냥 지나칠리 없지. 둘이 1개씩 먹기에는 가격도 비싸고 양도 많을 것 같아 1개(정확히 생각이 나진 않는데 약 10달러, 11,150원)를 사서 같이 나눠 먹기로 하고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보니 만드는 과정은 이러했다. 우선 파인애플의 위를 자른 다음 속에 있는 과육을 파내어 얼음과 섞어 갈아서 만든 스무디를 다시 파인애플에 넣고 빨대를 꽂은 다음 처음에 잘라 놓았던 파인애플 뚜껑을 닫아주면 달콤하고 시원한 파인애플 스무디 완성!

 

파인애플 스무디를 들고 나무 그늘 밑에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그럼 어디 한 번 먹어볼까하고 빨대로 한 입 먹는 순간, 와우! 파인애플 속을 파서 과육을 얼음과 갈아서 그런지 파인애플을 잘라 그대로 먹는 것처럼 너무나 새콤달콤하고 시원했다. 아까 살 때는 살짝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한 입 먹어보니 그만한 가치가 있구나 하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남편과 둘이 번갈아가면서 먹다보니 금새 바닥을 드러내 조금 아쉬웠다. 2년이나 지난 지금 보아도 그 시원하고 새콤달콤한 맛이 생각나 입에 침이 고인다. 

 

파인애플 스무디를 먹으며 땀을 좀 식히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이 녀석이 나타났다. 다람쥐는 아니고 다람쥐 비슷하게 생겼는데 이름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있으니 혹시 먹이를 줄까 기대하고 나타난 것 같은데 아무도 먹이를 주지 않으니 한참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나중에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사진을 줌인으로 당겨서 찍었는데 눈이 빨개서 좀 무서워보였다.

 

우리 테이블 주변으로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고 울창한 나무들도 많아 시원한 그늘도 있었다. 그래서 다이아몬드 헤드에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앉아서 땀도 식히면서 여유롭게 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 날 날씨가 정말 쾌청하고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서 기분까지 청량해졌던 날이라 나는 이 시간들이 더 사랑스러웠다.

 

아까 다이아몬드 헤드에 올라가기 전에 입장료를 내었던 매표소가 보인다. 건물이 너무나 소박해서 다이아몬드 헤드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아주 잘 어울린다. 다이아몬드 헤드 기념비 앞에서는 아까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많은 여행객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람 마음이야 남녀노소에 국경까지 더한다고 해도 비슷비슷한 법이지.

매표소 뒤쪽으로는 우리가 아까 파인애플 스무디를 샀던 가게가 보인다. 사람들이 시원하고 달콤한 파인애플 스무디를 먹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이제 곧 저 사람들도 환상적인 파인애플 스무디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다이아몬드 헤드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느라 조금 힘들었는데 그래도 파인애플 스무디를 마시며 여유롭게 쉬었더니 이제 좀 괜찮아진 것 같다. 다이아몬드 헤드 정상에서 바라본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같은 풍경은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선물같은 풍경을 선사해 준 이 곳을 떠나야 한다는 게 무척 아쉬웠지만 이제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야할 시간이었다.

다음으로 가볼 곳은 '카카아코 벽화 거리(그래피티 아트 스트리트)'이다. 우리는 차가 없어서 택시를 타야 하니 택시를 잡기 위해 아까 아침에 여기 올 때 택시에서 내렸던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매표소를 지나고, 주차장을 지나고, 짧은 터널을 지나 아까 택시에서 내렸던 곳으로 가니 다행히 손님을 태우고 왔던 택시들이 있어서 한 택시에 탔다. 여행 일정표에 '그래피티 아트 스트리트'라고 써 있어서 택시 기사에게 그렇게 목적지를 이야기하니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사진으로 벽화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그래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조금 불안했지만 일단 출발을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카카아코 벽화 거리(Kakaako street art)'라고 이야기하면 되었을 것을 그 때는 내가 거리 이름을 정확하게 잘 모르고 여행 일정표에 나온 대로 이야기를 했으니 당연히 택시 기사가 못 알아들을 수밖에. 어쨌든 그래도 다행히 택시 기사가 카카아코 벽화 거리로 우리를 잘 데려다 주었다. 

 

일단 도착은 잘 했는데 한국에서 출발할 때 남편 핸드폰에 SKT에서 제공하는 T전화 어플을 깔았는데 전화 수신과 발신이 잘 안 되어 고객센터에 문의전화를 해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나는 그동안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주변을 구경했다. 이 곳은 시민들이 무료로 농구나 다른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공원같은데 시설이 굉장히 깔끔하고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게다가 높은 빌딩숲 사이로 하늘은 어쩜 이리 파랗고 맑은지. 내가 하와이에 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공원에 앉아서 기다리는 동안 남편이 고객센터에 오랜 시간 통화를 해서 우여곡절 끝에 어찌어찌 문제를 해결하고 드디어 본격적으로 카카아코 벽화 거리 구경을 시작할 수 있었다. 

 

카카아코 벽화 거리는 예술가들이 거리의 골목 골목마다 다양한 주제로 벽화를 그려놓은 곳이다. 구경을 하다 보니 기존에 있었던 벽화 위에 다시 새로운 벽화를 그리는 예술가도 있었고 아무 것도 없었던 벽에 벽화를 그리는 예술가도 있었다. 그러니 이 벽화 거리는 완성된 벽화 거리가 아니라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벽화가 그려지고 있는 현재 진행형 벽화 거리여서 더욱 생동감이 넘쳐 보였다. 개구쟁이 만화 캐릭터를 주제로 그린 벽화 앞에서 첫 사진을 찍어 보았다.

 

이 곳은 아시아의 건물 모습을 그린 곳인데 중국이나 일본의 밤 거리를 그린 듯 했다. 예술가가 아마도 아시아인이 아닐까 생각했다.

 

여기도 익살스러운 만화 캐릭터를 그려 놓았다. 왼쪽에 하얗게 비어 있는 곳은 아직 작업을 하지 않은 부분인 것 같았다. 그림이 무척 정교하고 색깔도 다양해 화려한 느낌이 들었다.

 

한쪽에서는 예술가들이 벽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여자와 괴물인 듯한 여자를 그린 벽화인데 전체적으로 색을 푸른색을 써서 그런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벽화 거리를 구경하다보니 점심 때가 훌쩍 지나 있었다.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았는데 여기는 식당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여기 저기 식당을 찾아 헤매다가 겨우 식당 2~3군데가 모여 있는 곳을 찾아 냈다. 카페도 있고 멕시코 음식을 파는 식당도 있고 해산물 식당도 있었는데 우리가 들어간 식당은 'Pioneer Saloon' 이라는 식당이었다.  메뉴판을 보니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해산물, 덮밥 종류, 카레, 샐러드, 음료까지 없는 거 빼고 다 먹을 수 있는 식당이었다. 우리는 무엇을 먹을지 머리를 맞대고 심각하게 논의를 한 끝에 무난한 후라이드 치킨(6달러, 6,690원)과 스프라이트 1잔(2달러, 2,230원)을 시켰다. 직원이 소스는 어떤 'spicy mayo'와 'ponzu sauce' 중에 어떤 걸로 할 지 물어서 ponzu sauce가 어떤 건지 궁금해 그걸로 시켰다. 지금 찾아보니 폰즈 소스는 일본 소스로 멸치, 다시마, 조개 따위를 우려내어 맛을 낸 국물에 식초, 간장, 레몬 등을 섞어 만든 소스라고 한다. 지금은 그 맛이 생각나지 않는데 약간 새콤한 소스였을 것 같다.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는데 한참 후에 나온 후라이드 치킨은 우리 둘이 먹기에는 양이 좀 적었다. 그래도 뼈가 발라져 있는 순살 치킨이라 먹기가 편했고 폰즈 소스에 찍어 먹으니 맛있었다. 후라이드 치킨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를 가도 맛보장 메뉴라서 좋다. 스프라이트는 1잔만 시키기를 잘했다. 유리잔이 무척 커서 혼자 마시기에는 양이 많아 둘이 나눠 먹으니 딱 좋았다. 배가 덜 찼지만 여기저기 더 돌아다닐 생각으로 음식을 더 시키지 않고 나왔다.

 

식당을 나와서 보니 식당이 있는 빌딩의 이름인 것 같아 사진으로 남겼는데 왼쪽으로 파라솔이 펼쳐져 있고 통유리창으로 된 가게가 우리가 점심을 먹었던 식당이다. 구글맵에 식당 이름이 나오는 것을 보니 다행히 지금도 영업중인 것 같다.

 

점심을 먹고 길을 걷다 보니 요트 선착장이 나왔다. 관광객들을 위한 요트인지 아니면 개인 요트인지는 모르지만 요트가 굉장히 많았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자아내는 요트 선착장이다.

 

사진을 찍는 내 뒷모습을 남편이 찍어 주었다. 이렇게 사진을 찍는 줄 알았으면 손을 내리고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찍는 건데. 뒷모습만 보면 생기발랄한 20대 아가씨 같다. 모자는 하와이 가기 전에 인터넷으로 산 건데 챙도 넓고 긴 머리와 나름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여행 내내 잘 쓰고 다녔다. 

 

요트 선착장 옆에는 디너 크루즈 매표소도 있었는데 우리는 일정이 맞지 않아 타지는 않았다. 미리 가이드북을 보면서 공부도 하고 여행 일정도 잘 짜서 갔다면 하와이의 아름다운 석양을 보면서 디너 크루즈도 타보았을 텐데 조금 아쉽기는 했다. 

 

발길 닿는대로 가다 보니 바닷가에서 시내로 접어 들었다. 지나가다가 특이하게 생긴 건물을 보았는데 'ward 16 theater' 영화관이었다. 구글맵에 'theater'라고 표시가 되어 있어 우리는 이 곳이 1922년에 지어져 하와이에 유일하게 남은 '하와이 극장'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워드빌리지라는 대규모 쇼핑센터 안에 있는 영화관으로 상영관이 16개나 있는 하와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영화관이었다. 워드빌리지는 125개의 상점과 40여개의 레스토랑이 있는 곳으로 하와이에서 세번째로 큰 쇼핑 센터라고 한다.

시간이 많이 없어서 영화는 보지 않고 영화관 앞에 있는 벤치에서 잠깐 쉬면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을 하다 왔다.

 

그리고는 다시 바닷가로 가 보았다. 시간이 오후 5시~6시쯤 되어서 마침 해가 지고 있었다. 저녁 때가 다 되어서 바닷물이 차가워졌을텐데도 아직까지 수영하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도 백사장에 앉아 하늘에 붉게 물드는 노을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해외 여행을 오면 늘 느끼는 건데 이런 휴양지에 놀러 온 사람들은 모두들 여유가 있다. 서두를 것도 없고 바쁘게 무언가를 할 필요도 없고 그냥 누워서 쉬기도 하고 가끔 수영도 하면서 또 맛있는 것도 먹으며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있었다. 나도 그런 여행을 하기를 좋아하고 또 원하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온전히 시간을 즐기지 못한 것 같다. 그러면 좀 어떠랴. 이래도, 저래도 좋은 곳이 이 곳! 하와이가 아니었더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앉아 있으니 해가 바다 아래로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엊그제 하와이에 도착한 날 와이키키 해변에서 나 혼자 보았던 석양도 멋졌는데 이 해변에서 보는 석양도 똑같이 멋졌다.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다웠던 그 때의 그 시간들. 저 해변에서 그 때 같이 석양을 보았던 사람들도 이 아름다운 시간을 기억하고 있을까?

 

해가 완전히 지고 주위가 어둑어둑해졌을 때에야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갈 시간이다. 오늘 저녁은 내가 미리 검색해서 알아본 '라멘 나카무라'라는 일본 라멘 식당에서 먹을 예정이다. 해변에서 식당 근처까지 택시를 타고 갔는데 우리가 갔을 때 이미 사람들이 줄을 이렇게나 길게 서 있었다. 이렇게 길게 줄을 선 것을 보니 라멘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더 올라갔다. 한 30여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우리도 자리에 앉을 수 있게 되었다. 보통 식당에 가면 4인 테이블이 있는 게 일반적인데 이 식당은 테이블이 모두 'ㄷ'자 모양으로 붙어 있고 서빙하시는 여자분이 가운데 비어있는 곳으로 왔다갔다 하시며 음식도 가져다 주고 냅킨이나 수저 등 필요한 게 있으면 바로바로 가져다 주었다. 우리도 그 서빙하시는 여자분에게 주문을 했는데 아까 줄을 서서 기다릴 때 식당의 입구 쪽 벽에 메뉴판이 있어서 살펴보았는데 특이하게 'Ox Tail Ramen(소꼬리 라멘, 15.9달러, 17,728원)'이 있었다. 게다가 베스트 메뉴라고 표시가 되어 있어서 일단 소꼬리 라멘 1인분이랑 'Spicy Ramen(매운 라멘, 11.1달러, 12,376원)' 1인분을 시켰다. 어떤 맛일까 기대를 하며 조금 기다리니 음식이 나왔다. 

근데 이게 뭐람! 기대했던 소꼬리 라멘은 우리나라 음식인 곰탕에 국수를 넣은 맛과 매우 비슷했다. 소꼬리로 육수를 내고 라멘을 넣어 끓인 것 같은데 소꼬리 조각도 몇 개 들어있어 고기도 발라 먹고 라멘도 먹긴 했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우리나라 곰탕에 국수 넣어 먹는 것이 더 맛있는데 말이다. 외국인들은 맵지 않고 새로운 음식이라 좋아하겠지만 한국인들은 이미 다 아는 맛이라 그저 그럴 것 같다. 오히려 매운 라멘은 접해보지 못한 음식이라 그럭저럭 맛있게 먹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라멘을 시킬 걸 먹는 내내 후회가 되었지만 아마도 소꼬리 라멘을 먹지 않았다면 어떤 맛일까 내내 궁금해하며 시키지 않은 것을 후회했을 수도 있다.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우리는 라멘을 다 먹고 식당을 나왔다. 식당 입구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날은 이미 어두워져 밖은 이미 깜깜한 밤이 되었다. 우리는 소화도 시킬 겸 하와이의 거리를 천천히 걸어서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줄을 서 있는 식당을 보게 되었는데 식당 안에도 사람들이 많아 북적북적, 왁자지껄 맛집의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 '어떤 식당이길래 이렇게 사람이 많지?'하는 생각을 하며 가까이 가서 보니 '치즈케이크 팩도리'라는 치즈케이크 전문점이었다. 여행사에서 준 가이드북에서 유명한 치즈케이크 전문점이라는 것을 얼핏 본 기억이 나 우리도 치즈케이크 1조각을 사서 먹어보기로 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 치즈케이크를 둘러보면서 고민하다가 제일 무난한 오리지널 치즈케이크 1조각(7.95달러, 8,864원)을 샀다. 나도 치즈케이크를 좋아라 하는데 어떤 맛일지 무척 궁금했다. 치즈케이크를 사들고 호텔로 돌아오다가 기념품 판매점에서 기념 자석(5.99달러, 6,678원)도 1개 샀다. 지금도 우리집 냉장고 문에 붙여 놓았는데 나는 해외여행을 가면 기념 자석을 하나씩 사가지고 와서 냉장고 문에 붙여 놓곤 한다. 기념 자석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두고두고 기념하기에 정말 좋은 아이템인 것 같다. 그리고 호텔 1층에 있는 ABC마트에 들러서 치즈케이크와 함께 마실 망고 주스(1.99달러, 2,218원)를 1병 샀다. 룰루랄라 즐거운 발걸음으로 호텔방으로 돌아와 드디어 치즈케이크 시식! 생각만큼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치즈 맛이 진하게 나고 나름 꽤 맛있었다. 망고 주스랑 같이 먹으니 더 맛있었던 치즈케이크. 하와이에 머물 시간이 더 많았다면 다른 종류의 치즈케이크도 맛보고 싶었는데 그 이후로는 가지 못해 아쉬웠다.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가이드 북을 살펴보니 치즈케이크 팩토리는 전세계의 치즈케이크 브랜드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한다. 1978년 미국 비버리힐즈에 1호점을 낸 이후에 지금은 미국 전역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치즈케이크 전문점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특히 오하우의 치즈케이크 팩토리는 치즈케이크뿐만 아니라 파스타나 샐러드, 피자, 버거 등의 요리를 판매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곳이라고 하는데 어쩐지! 그래서 식당 안에 사람이 이렇게 많았구나. 치즈케이크 종류만도 50여 가지나 되고 치즈가 들어간 요리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고. 그 중에 베스트 치즈케이크는 신선한 딸기를 올린 'Fresh Strawberry Cheesecake'라고 하는데 미리 가이드 북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갔다면 이걸 사오는 건데 우리는 치즈케이크 종류가 무척 다양하고 어느 케이크가 인기가 있는지 몰라서 오리지널 치즈케이크를 골랐던 것이다.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으면 됐지 뭐.

오늘은 치즈케이크와 망고 주스로 달콤하게 하루를 마감할 수 있어서 무척 행복했다. 물론 경치가 정말 멋있었던 다이아몬드 헤드에도 가 보고 카카아코 벽화 거리도 가서 재미있게 구경도 해서 더 보람있고 행복한 밤이었다.

내일은 렌트한 컨버터블 카로 오하우 섬을 한 바퀴 돌아볼 예정이다. 컨버터블 카는 남편이나 나나 처음 타보는 것이고 또 다운타운을 벗어나 오하우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날이라 무척 설렜다. 내일은 또 하와이가 우리에게 어떤 즐거운 경험을 선물해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