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미국(2019)

하와이 여행기(2일차, 2019.2.10.일)-[오하우] 주 정부 청사, 대법원 청사, 와이키키 해변

anna325 2021. 3. 30. 22:04

(이 글에서 설명은 여행사에서 제공해 준 '투어팁스 가이드북'을 참고하여 썼다.)

 

어제 너무 피곤했는지 아침에 늦게까지 자고 오전에 느지막히 일어났다. 일어나 커텐을 열어보니 벌써 날이 훤히 밝아 있었다. 서울은 어젯밤의 휘황찬란하고 화려했던 불빛들은 온데간데 없이 너무나 일상적이고 평화로운 도시의 본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창문 앞에 서서 잠깐 바깥 풍경을 구경하고는 교대로 씻고 서둘러 10시까지 운영되는 조식 뷔페를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갔다. 호텔 숙박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조식 뷔페가 아니었던가. 아침에는 식욕이 별로 없어 많이 먹지 않는 남편과는 다르게 아침에도 식욕이 왕성한 나는 접시에 이것저것 골고루 담아 3차까지 맛있게 조식 뷔페를 즐겼다. 이 맛있는 음식을 오늘밖에 먹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너무너무 아쉬웠다. 나는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호텔에서 숙박을 해도 낮에는 대부분 외출하여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때문에 호텔의 다른 편의 시설은 이용할 기회가 없었고 유일하게 이용하는 것이 조식 뷔페였다. 조식 뷔페가 맛있으면 그걸로 그 호텔의 점수는 5점 만점에 5점 만점이었다. 다행히 이 호텔 조식 뷔페도 5점 만점에 5점이었다.

아침을 맛있게 먹고 짐을 들고 인천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를 타기 위해 호텔 로비로 내려갔다. 다행히 이 호텔에서 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가 하루에 몇 대 있었는데 지금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오전에 리무진을 탔던 것 같다. 버스비는 1인당 13,500원으로 저렴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편하게 공항까지 올 수 있었다. 아침을 늦게 먹어서 아직 배가 불렀기 때문에 점심은 먹지 않고 둘이 의자에 앉아서 체크인 시간까지 하염없이 기다렸다. 비행기가 밤 8시 35분에 출발하기 때문에 시간이 정말 많이 남아 지루하고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나는 그 시간 동안 여행사에서 메일로 보내 준 가이드북을 잠깐 들여다 보았고 남편은 긴 의자에 누워 쉬는 시간을 보냈다. 

오후 2시쯤에는 늦은 점심을 먹었다. 아까 아침을 늦게 먹었더니 점심 때는 생각이 없어 먹지 않고 있다가 2시쯤 늦게 먹게 된 것이다. 공항 지하에 식당가가 있어 둘러보다가 해물 순두부 찌개(8,500원)와 만두 순두부 찌개(8,500원)를 시켜서 먹었는데 그렇게 썩 맛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해물 순두부 찌개가 맛이 조금 나았다. 

점심을 먹고도 영원히 가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이 조금씩 조금씩 지나고 드디어 체크인을 하는 시간이 되었다. 기지개를 켜며 장시간 앉아 있느라 찌뿌둥한 팔, 다리, 어깨를 쭈욱 늘려 주었다. 

 

하와이 호놀롤루 공항으로 떠나는 대한항공 체크인 카운터로 가서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큰 짐도 부치고 탑승권도 받았다. 너무 오래 기다린 나머지 탑승권을 받을 때 얼마나 기쁘던지. 밤 8시 35분에 떠나는 비행기라 8시 5분부터 탑승이 시작되었다. 게이트 번호는 265번. 

 

체크인을 하고 보안 검색대와 출국 심사장에서 출국 심사까지 마치고 면세점이 있는 곳까지 나왔는데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그래서 공항 여기저기를 구경하며 다녔는데 면세점도 구경하고 한쪽에 VR 체험장이 있어서 안경을 끼고 레이싱카 운전도 해보았다. 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가 어렵고 좀 무서웠는데 남편은 남자라 그런지 속도를 잘 내면서 운전을 꽤 잘했다. 그리고 나서 다른 체험장으로 가서 체험을 하다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공항이었다. 아까 체크인할 때 부쳤던 큰 캐리어 안에 핸드폰 휴대용 배터리가 들어있으니 가지러 오라는 것이었다. 휴대용 배터리는 비행기 안으로 가지고 타야하는데 내가 깜빡하고 부치는 캐리어에 넣은 것이다. 그래서 가서 휴대용 배터리도 찾아왔다.  

게이트로 이동해서는 파리크라상에서 양파빵(3,000원)과 생과일 주스(7,500원)를 샀다. 점심을 늦게 먹어서 배가 많이 고프진 않았지만 저녁에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비행기 안에서 내일 아침까지 배가 좀 고플 것 같아 간단하게 빵과 주스를 한 개씩 사서 둘이 나누어 먹었다. 

시간이 8시 5분이 되고 드디어 게이트가 열렸다. 비행기를 몇 번 타보기는 했지만 오늘처럼 오랜 시간을 기다려 본 것은 처음이다. 하루종일 지루해서 정말 혼났다. 탑승이 완료되자 비행기는 서서히 움직였고 이륙 준비를 했다.

 

출발 시간이 이미 밤이라서 비행기가 이륙을 하고 안정적으로 비행을 하자 기내식이 배달되었다. 아까 오후에 늦은 점심을 먹고 빵을 먹었는지라 슬슬 배가 고프던 참인데 잘 되었다. 나는 비빔밥을 골랐다. 나름 고추장에 참기름, 미역국, 그리고 후식으로 찹쌀떡까지 있어 배부르게 한 끼 잘 먹었다. 전에 해외여행을 갈 때 보면 항공사마다 기내식이 달라서 기내식 먹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대한항공은 한국 항공사라 그런지 한식 위주의 기내식을 제공했다. 맛있게 잘 먹긴 했지만 비빔밥은 집에서도 잘 해먹는 음식이라 조금 아쉽기는 했다.

대부분 식사를 마치고 비행기도 안정적으로 비행을 하자 기내의 불이 꺼졌다. 사람들은 대부분 담요를 덮고 잠을 청하거나 헤드폰을 끼고 앞의 모니터에서 영화를 보거나 했다. 나도 하루종일 한 건 없었지만 지루하게 기다리느라 진이 다 빠져서 무척 피곤했다. 그래서 나도 담요를 덮은 채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던 것 같다. 이제 하와이 현지 시간으로 내일 아침 9시 40분에 호놀롤루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안전하게 가기를 바랄 뿐이다. 인천 공항에서 호놀롤루 공항까지 비행 시간은 약 8시간 5분이다.

 

밤새 의자에 앉아서 잠을 청해 보았으나 의자는 영 불편해서 잠이 쉽게 들지 않았다. 잠을 잘 자지 못했기 때문에 다음 날 아침 몸이 찌뿌두둥하고 머리가 멍했다. 그래도 아침 식사 시간이 되니 어김없이 기내식이 배달되었다. 내가 고른 기내식은 '야채죽'이다. 어제 저녁 기내식에 이어 이번 대한항공 기내식도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비행기를 몇 번 타봤지만 아무리 아침이라고 해도 죽이 나오는 건 처음이다. 반찬도 많이 부실했지만 그래도 배가 고파서 싹싹 다 비웠다. 

 

양치를 하고 화장실 근처 복도에서 밖을 내다보니 몽실몽실한 뭉게 구름 위로 아침 햇살이 예쁘게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파란 바다가 보였다 안 보였다 구름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이제 곧 하와이에 도착하는 걸까? 마음이 조금씩 설레기 시작했다.

 

비행기가 조금 더 내려갔는지 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와이가 8개의 큰 섬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던데 그 중에 하나의 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설렘에 취해 호놀롤루 공항에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기장이 드디어 호놀롤루 공항에 거의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을 했고 무사히 착륙을 하였다. 어제 공항에서 하루종일 기다리느라 지치고 기내에서 잠도 한숨 못자서 무척 피곤하지만 그래도 안전하게 도착했으니 그걸로 되었다. 

나, 드디어 많은 사람들이 지상낙원이라 칭송하며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어하는 아름다운 섬, 하와이에 도착을 했다. 

우선 공항으로 들어와 입국 심사를 마치고 짐도 찾았다. 그리고 출구 쪽으로 나와 두툼한 겨울 옷을 벗고 얇은 여름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제 한국 여행사와 연계된 현지 가이드를 만나면 되는데 만나기로 한 장소를 헷갈렸는지 아무리 찾아도 가이드가 보이지 않았다. 공중전화로 전화를 하려고 몇 번 시도했는데 그마저도 잘 되지 않았다. 지금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공중전화인지 아님 핸드폰으로 연락을 했는지 아무튼 가까스로 연락이 닿아 가이드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이미 한 시간쯤 지나 있었다. 

 

서둘러 가이드와 인사를 나누고 차를 타려고 하는데 고동껍데기로 만든 목걸이를 하나씩 걸어 주었다. 하와이 느낌이 물씬 나는 예쁜 목걸이였다. 

 

가이드가 제일 먼저 데려다 준 곳은 하와이의 명소 '주 정부 청사'이다. 복잡한 번화가 속에 자리잡은 주정부청사는 경계가 없이 탁 트여있으며 예쁜 정원이 있어 도심 속의 휴식처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한다. 하와이의 명소로서 건물 곳곳에서 하와이의 상징을 찾을 수 있다. 8개의 큰 섬을 나타내는 8개의 야자수 모양 기둥과 작은 섬들을 나타내는 작은 돌, 그리고 태평양을 상징하는 물까지 하와이 그 자체라고. 또한 건물의 앞모습과 뒷모습이 똑같으며, 건물의 중앙이 뚫려있어 1층 로비에서 하늘이 한눈에 보이는 등 재미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다고 한다. 정원에는 한센병 환자를 돌보는데 평생을 바친 데미안 신부님의 동상과 하와이의 부족들을 통합하여 하와이 왕국을 세운 카메하메하 왕의 동상, 하와이 왕국의 마지막 왕이었던 릴리우오카라니 여왕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고.

 

건물 앞에 서 있는 동상이 데미안 신부님이다.

하와이는 1791년까지 부족간의 잦은 싸움으로 지속적인 대치상태였는데 이 때 카메하메하 왕은 하와이를 통일시키고 1810년에 마침내 하와이 왕국을 세우게 된다. 그 이후 외국인들이 자주 드나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각종 전염병이 하와이 원주민들에게 옮겨지게 되고 나병도 이 때 퍼지게 된 것이다. 나병이 무서운 속도로 하와이에 퍼지게 되어 카메하메하 5세는 나병 환자들을 몰로카이 섬 북쪽에 있는 칼라우파파에 격리시키게 된다. 이 곳은 험준한 지형으로 일반 사람들은 접근하게 어려운 곳이었는데 1873년 이 곳에 파견된 데미안 신부님은 굳은 종교적 신념과 희생 정신을 바탕으로 나병 환자를 돌보셨다고 한다. 그러나 1884년 안타깝게도 데미안 신부님도 나병에 걸리셨고 1889년 4월 15일에 마흔 아홉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그리하여 평생을 몰로카이 섬에서 나병 환자들을 위해 헌신하신 데미안 신부님을 기리기 위해 이 동상을 세운 것이다.

 

다음으로 간 곳은 '대법원 청사'이다. 여기에도 카메하메하 왕의 동상이 있었다. 

 

대법원 청사 정원에는 인도에서 많이 자라는 반얀트리가 있었다. 인도에서 수입해 와 하와이에 심었다고 한다. 뿌리인지 줄기인지 모를 것이 수염처럼 땅으로 뻗어 있었는데 처음 보는 나무라 신기해서 사진도 찍고 한참 구경을 했다. 

 

가이드를 한 시간 가량 늦게 만난데다가 두 곳을 구경하고 나니 점심 때가 훌쩍 지나 있었다. 오늘 점심 메뉴는 여행사에 지불한 경비에 포함된 메뉴인데 바로 하와이의 대표 햄버거 체인점이라는 '테디스 비거 버거'의 수제 햄버거였다. 크기는 big, bigger, biggest 3가지 인데 가이드가 알아서 bigger 버거와 감자 튀김과 탄산 음료를 세트로 먹는 콤보(1세트당 13.49달러, 15,041원)를 시켰다. 

 

테이블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니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어린 아이들까지 햄버거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여기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햄버거를 즐기는 것 같았다.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번호는 대기 번호이다. 대기 번호에 해당하는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종업원이 테이블까지 가져다 주고 번호표를 가져가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손님이 직접 가져가야 하는데 여기는 친절하게 테이블까지 가져다 주니 새로웠다.

 

우리 테이블에도 주문한 콤보 세트가 도착했다. 사진 상으로는 햄버거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데 실제로 보면 정말 크다. 우리나라 햄버거의 1.5배 정도 되는 것 같다. 햄버거 빵도 크고 패티도 크고 햄버거만 한 개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다. 배도 고프고 햄버거이니 당연히 맛있겠지 생각하며 기대를 안고 한 입 먹었는데 이런! 우리나라 햄버거보다 많이 짰다. 이런 햄버거 집이 하와이의 맛집이라니. 미국 사람들은 햄버거를 너무나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우리는 반 정도 먹고 햄버거를 내려 놓았다. 양도 양이지만 짜서 더 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감자 튀김은 괜찮아서 감자 튀김만 몇 개 더 먹고 기대했던 점심 식사를 아쉽지만 마무리 했다. 블로그를 찾아보니 한국 사람들도 '맛있었다, 인생 햄버거였다'라는 반응이 더 많았는데 혹시 이 날만 패티가 좀 짰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해 보았다.

 

점심을 먹고 가이드는 우리가 묵을 호텔인 '하얏트 리젠시 와이키키비치 리조트 & 스파'에 데려다주었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자유롭게 알아서 여행을 하면 되는 일정이라 가이드와는 인사를 나누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다시 만나기로 했다. 

하얏트 리젠시 호텔은 와이키키 해변 바로 앞에 있어 환상적인 바다 뷰를 자랑하는 호텔이라서 숙박비가 무척 비쌌지만 인생에 한 번뿐인 신혼여행이라 큰 맘 먹고 예약한 호텔이다. 쌍둥이 타워로 총 40층까지 있다고 한다. 호텔 프론트에 가서 우선 체크인을 하고 카드키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엘리베이터 속도가 무척 빨랐다. 매번 40층까지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니 엘리베이터 속도가 빠른가 보다. 

방으로 들어오니 우선 널찍해서 좋았고 창쪽으로 가면 에머랄드 빛으로 빛나는 와이키키 해변이 바로 보여서 한 번 더 좋았다. 침대는 더블베드이고 누울 수 있는 긴 소파가 하나 있었다. 

 

이쪽은 욕실과 세면대인데 분리가 되어 있어 편리했다. 대체로 침구와 수건 등이 깨끗했고 청소 상태도 양호했다. 소모품도 다 쓰면 바로바로 채워주어서 5일 동안 불편없이 잘 지내다 왔다.

 

베란다에 나가서 바라본 와이키키 해변. 꼭 푸른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끝을 알 수 없는 와이키키 해변을 보니 내가 하와이에 왔다는 것이 비로소 실감이 났다. 누구나 꿈꾸는 지상 낙원, 태평양의 파라다이스, 이 아름다운 섬에 드디어 내가 왔구나! 넘실넘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오는 모습조차 환상적으로 아름다웠다.

 

호텔에 짐을 풀고 호텔 밖으로 나와 우선 아쿠아 슈즈를 사기로 했다.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 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호텔 근처에 상점들이 많았는데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크록스 매장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직원에게 아쿠아 슈즈가 있는지 물어보자 몇 개를 추천해주었는데 그 중에 맘에 드는 것을 하나씩 골랐다. 내 슈즈는 49.99달러(55,738원), 남편 슈즈는 23.99달러(26,748원)였는데 나중에 해변에서 신어보니 내 슈즈는 천으로 촘촘히 짜여져 있어 모래가 잘 들어오고 물로 씻을 때 모래가 잘 떨어지지 않아서 좀 불편했다. 반면에 반 값 정도로 싸게 샀던 남편 슈즈는 고무로 되어 있어 모래 씻기가 편했다. 역시 비싸다고 다 좋은 제품은 아니란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신발을 사고는 남편은 피곤해서 쉬고 싶다며 호텔 방으로 돌아가고 나는 혼자 호텔 주변을 구경하러 다녔다. 화창하고 따뜻해서 돌아다니기 좋은 날씨였다. 거리와 상점들은 태평양의 파라다이스, 하와이를 만끽하러 온 관광객들로 북적북적했다. 나도 그 사람들 틈에 끼어 거리 구경을 하다가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파는 매장이 눈에 띄어 들어가 보았다.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은 우리나라 큰 마트에서도 살 수 있는데 여기는 전문 매장이라 그런지 종류가 더 다양했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쭈욱 둘러보다가 '바닐라 초콜릿 칩(4.77달러, 5,318원)'과 '와플 콘(1.99달러, 2,218원)'을 골랐다. 혼자 먹는 거라 아이스크림은 1개만 골랐는데 1개 값도 만만치 않게 비쌌다. 아이스크림 맛은 우리나라에서 먹었던 아이스크림보다 더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나는 초콜릿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데 내 입맛에 딱 이었다. 양도 적당하고 와플 콘도 맛있고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는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와이키키 해변으로 가보았다. 좀 전까지 화창했던 하늘에 금새 구름이 끼어서 그런지 주위가 어스름해졌다. 해변에는 고운 모래사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제법 센 파도가 끊임없이 와서 부서졌다. 

 

구름 사이로 해가 비쳐 바다와 모래사장이 너무나 신비롭게 나왔다.

 

주위가 무척 어둡게 나와 마치 밤에 찍은 사진처럼 신비롭다. 키가 큰 야자수 두 그루가 덩그러니 서 있고 아이들과 놀러 나온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연인, 그리고 아이랑 같이 해변을 거닐고 있는 여인. 나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함께 했던 추억어린 이들.

 

와이키키 해변 쪽에서 우리가 묵었던 호텔을 보니 정말 높았다. 우리가 묵었던 '하얏트 리젠시 와이키키 리조트 & 스파'는 40층의 8각형 건물로 같은 건물이 2개가 있는 쌍둥이 호텔이다. 칼라카우아 거리의 랜드마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상적인 외관이며, 준수한 시설을 갖추었고 와이키키 해변 바로 앞에 위치해 접근성도 좋은데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한국의 신혼 부부들을 포함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나는 이 호텔에 묵는 동안 한국인들도 봤지만 특히 일본인들을 많이 보았다. 내가 이 호텔에서 본 외국인의 약 80%는 일본 사람이었을 정도로 일본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것 같았다. 와이키키 해변도 바로 앞이고 호텔 근처에 쇼핑 거리가 펼쳐져 있어 주변을 돌아 다니기에 좋다고 한다. 또한 인터네셔널 마켓 플레이스가 한 블록 거리에 위치해 있어 쇼핑을 다녀오기에도 적절한 위치이다. 객실도 깔끔하고 편안한 분위기이며 와이키키 해변이 내려다 보이는 뷰가 펼쳐져 인기가 많다고. 난 아이폰 사용자는 아니어서 사용하진 않았지만 객실 내 아이홈(아이폰 충전기 겸 스피커, 알람시계 기능 포함)이 있어 아이폰 이용자에게 유용할 것 같다. 그리고 건물이 큰 만큼 여러 상점이 입점해 있는데, 1층에 대형 ABC스토어가 있고 와이키키 쿠키 컴퍼니도 위치해 있다. 미리 알았더라면 방문해 보았을텐데 쿠키 가게가 있는 줄 몰라서 구경해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일식, 양식 등 다양한 레스토랑도 운영되고 있는데 식사는 하지 않았다. 피트니스 센터와 스파 및 마사지 시설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 또한 이용하진 않았었다. 다른 건 그래도 괜찮은데 하와이에 있는 동안 뭐가 그리 바빴는지 바로 앞에 와이키키 해변이 있었는데도 충분히 즐기지 못해 그 점이 지금도 못내 아쉽다. 

 

6시에 남편과 호텔에서 만나기로 하여 나는 5시 40분쯤에 가서 기다렸는데 남편은 6시가 되어도 내려오지 않았다. 카톡을 보냈는데 답장도 없고.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피곤하다고 쉬러 가는 바람에 나는 졸지에 신혼여행 혼자 온 여자처럼 쓸쓸하게 보냈는데 약속 시간도 어기다니 말이다. 결국 6시 20분이 되어서야 내려와서 하는 말이 깜빡 잠이 들어서 지금까지 자다가 왔단다. 신혼여행 첫날 이게 뭐람. 아까 혼자 다닐 때는 애써 서운한 마음을 누르며 그럭저럭 다녔는데 자느라고 약속시간에 늦었다는 말을 들으니 화가 더 치밀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저녁 먹으러 혼자 가겠다고 선언하고 식당을 찾아 나섰다. 호텔에서 한 10분 정도 걸어가면 푸드코트가 있는데 오늘은 거기서 먹을 계획이었다. 남편은 나를 따라 왔는지 푸드코트 도착하니 옆에 있었는데 흥! 그러면 내가 좋아할 줄 알고!

식당을 천천히 둘러 본 후 음식을 주문했는데 우리가 선택한 음식은 베트남 쌀국수, 새우 볶음밥, 월남쌈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와이에 가서 왜 동남아 음식을 주문했는지 모르겠다. 하와이에 갔으니 좀 더 하와이스러운 음식을 먹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변명을 하자면 결혼 준비를 할 때 시간이 너무 빠듯해 신혼 여행에 대한 준비는 거의 하지 못해서 사실 하와이의 대표 음식도 잘 모르고 왔었다. 나는 원래 해외 여행을 할 때는 몇 달 전부터 가이드북도 읽어보고 구글맵도 참고하면서 그 지역의 맛집도 대충은 알아보고 갔었는데 여기 올 때는 그런 사전 공부를 전혀 하지 못하고 가서 그 점이 지금도 많이 아쉽다.

음식 맛은 그럭저럭 먹을만 했는데 양이 좀 적었다. 많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하와이에서 첫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옷 매장이 몇 개 있길래 둘러보았다. 두어 군데 둘러보다가 'Billa Bong'이라는 매장에서 하와이에 온 기념으로 남편과 내 티셔츠를 하나씩 샀다. 남편은 봄가을용 검은색 티셔츠(26.95달러, 30,049원), 나는 겨울용 파인애플이 그려져 있는 빨간색 티셔츠(44.95달러, 50,119원)를 샀는데 남편은 그 비싼 티셔츠를 집에서 편하게 실내복으로 입고 있다. 나는 외출용으로 입고 있는데 말이다.

티셔츠를 사고 호텔로 들어오다가 1층에 ABC마트가 있어 구경 삼아 들어가 보았다. 작은 편의점 같은 곳인데 공간은 작았지만 없는 거 빼고 다 있었다.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선칩(4.39달러, 4,894원), 크로와상 2개입(2.99달러, 3,333원), 초콜릿 빵(2.99달러, 3,333원), 팥빵(2.99달러, 3,333원), 파인애플 주스(3.79달러, 4,225원), 오렌지 주스(1.99달러, 2,218원), 물 1갤런(약 3.7L, 4.99달러, 5,563원)을 샀다. 미국은 물건을 사면 세금(1.14달러, 1,271원), 병 보증금(0.1달러, 111.5원), 환경 보전비(0.02달러, 22.3원) 등을 받는다. 병 보증금과 환경보전비는 마트에서 주로 받고 다른 가게들은 세금을 항상 받았다. 

기념 티셔츠와 간식거리까지 사서 호텔로 돌아오니 10시가 거의 다 되었다. 거리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하와이의 화려한 밤을 만끽하고 있었지만 마흔 살 내외의 우리 부부는 이미 체력이 방전되어서 어서 씻고 쉬고 싶은 생각만 간절했다. 

얼른 씻고 침대에 누우니 이제야 내가 하와이에 와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낯선 호텔방과 환하고 화려한 하와이의 밤거리와 지금도 여전히 파도를 몰고와 하얗게 부서지고 있는 와이키키 해변이 나를 온전히 하와이에 데려다 놓았다. 그래서 좋았다. 그래서 기분이 참 좋은 하와이에서의 첫날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