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미국(2019)

하와이 여행기(6일차, 2019.2.14.목)-[오하우] T갤러리아 쇼핑, 와이키키 해변, 트롤리

anna325 2021. 7. 12. 21:34

(이 글에서 설명은 여행사에서 제공해 준 '투어팁스 가이드북'을 참고하여 썼다.)

 

오늘은 오전에는 가족들께 드릴 선물을 사고 오후에는 와이키키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며 놀기로 했다. 늘 그렇듯이 아침은 호텔 조식 뷔페에서 배부르게 먹고 느긋하게 길을 나섰다.

 

며칠 동안 호텔을 다니면서 1층 사진을 한 번도 찍지 못해서 오늘 한 번 찍어 보았다. 호텔 1층은 호텔 건물로 둘러싸여 있고 가운데는 이렇게 나무를 심어 놓기도 하고, 파라솔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앉아서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또 이쪽 도로의 인도와 반대쪽 도로의 인도끼리 건물이 터 있어서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통행을 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기념품 가게나 커피숍같은 가게도 몇 개 있어서 손님들이 지나다니기도 했다.

그럼 이제 슬슬 선물을 사러 가볼까? 호텔과 멀지 않은 곳에 면세점인 T갤러리아를 비롯해서 쇼핑몰이 많이 있어 몇 군데 돌아다니면서 선물을 골랐다. 신혼여행이 처음(?)이고 시댁 가족분들은 무엇을 좋아하실지 잘 몰라서 선물을 고르는 게 쉽지 않았지만 쇼핑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가격도 적당하면서 실용적인 선물을 골라서 하나씩 구입하기 시작했다. 먼저 우리집은 엄마와 오빠가 있어서 엄마 선물은 핸드백(250달러, 278,750원), 오빠 선물은 긴팔 셔츠와(89.5달러, 99,792원) 반팔 티셔츠(99달러, 110,385원) 한 장씩을 샀다. 시댁은 아버님은 지갑(165달러, 183,975원), 어머님은 작은 손가방(95달러, 105,925원), 두 아주버님들은 각각 벨트 한 개씩(각 95달러, 105,925원), 형님은 향수(76달러, 85,778원)를 샀고, 시조카들과 각 직장 동료들에게 돌릴 초콜릿 6팩과 쿠키 5상자도 샀다. 

그런데 선물을 사는 과정에서 의견이 맞지 않아 둘이 말다툼을 했고 남편도 나도 화가 많이 나 호텔로 돌아올 때부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때의 일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하지는 않겠다. 다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고 어제까지는 무척 행복했던 신혼여행이 결국에는 이 일로 인해 와르르 깨지고 무너져 지금까지 언짢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남편하고는 만난 지 4개월 반 만에 너무 급하게 결혼을 해서 정이 쌓일 시간이 없어서 그랬는지 신혼여행 내내, 아니 결혼식 당일부터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항상 내 편이고 다정다감하며 아내를 먼저 생각해주는 그런 자상한 남편의 모습은 아니었다. 남편은 이제 결혼도 했으니 마음 편하게 대해보자라는 생각이 있어서 였는지 만나고 나서 가장 크게 화를 냈고 나는 그 모습이 당황스럽고 또 서운하기도 했고 결혼 잘못했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그렇게 말다툼을 하고 남편은 호텔로 돌아와 침대에 드러누워 눈을 감은 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와이까지 왔는데 이 황금같은 시간을 이렇게 우울하게 보내고 싶지 않아 나 혼자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흥! 그렇게 말 한마디 안 하고 있다고 나까지 그러라는 법 있나. 나라도 하와이 마지막 날을 즐겁고 재미지게 즐겨봐야지!

 

점심은 무엇을 먹었는지 수첩에 적어 놓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사진도 찍어 놓지 않은 걸 보니 남편과 싸우고 입맛이 없어서 먹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도 점심을 먹을걸 그랬다. 내가 언제 또 하와이에 와보겠는가! 여행을 간 김에 하와이의 음식을 한 번이라도 더 먹어보아야 하는데 참 아쉽다. 

원래 오늘 오후에는 와이키키 해변에 돗자리를 펴놓고 바다에 들어가 물놀이도 하고 백사장에서 누워서 쉬기도 하고 간식도 먹으면서 온전히 오후 시간을 보내려고 했었는데 어쩔 수 없이 나 혼자 오게 되었다. 바닷물이 어찌나 맑고 깨끗한지 발을 담그니 투명한 바닷물이 내 다리를 부드럽게 감쌌다. 몽돌 해수욕장도 아니고 모래 해수욕장인데 바닷물이 어쩜 이리도 맑을 수 있을까 정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나는 물도 무서워하고 수영도 할 줄 모르기 때문에 깊은 데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해변 가까이에서 바닷물에 다리를 담그기도 하고 물이 허리까지 오는 얕은 곳에 들어가 물놀이도 즐기고 다른 사람들 노는 모습도 구경하며 그렇게 오후 내내 혼자놀기를 했다. 마음도 좀 불편하고 신혼여행 와서 혼자 놀고 있으려니 좀 외롭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 최대한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했다. 

 

한쪽에는 저렇게 낮은 방파제를 쌓아 어린 아이들이나 수영을 잘 못하는 사람들도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방파제 밖에서는 파도가 치더라도 방파제 안쪽에는 언제나 물결이 잔잔해 일 년 내내 안전하고 즐겁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물을 무서워하는 나도 해변에 있는 내내 이곳에서 재미있게 잘 놀았다.

 

해는 아직 남았는데 어두운 구름이 가득 껴서 마치 해가 지고 저녁이 된 것 같다. 

 

이 곳은 방파제가 없는 쪽 바닷가이다. 오른쪽에 계단이 있는데 기억으로는 안전 요원이 있는 곳이었던 것 같다. 아까는 하늘이 파랗게 맑았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끼더니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그래서 급하게 가방을 챙겨 가까운 건물 처마 밑으로 왔는데 조금 있으니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비가 그쳐서 해변으로 나가면 조금 있다가 또 이슬비가 내리고... 그 후로도 계속 비가 오락가락해서 나도 해변에 나갔다 다시 처마 밑으로 돌아왔다 오락가락했었다.

 

사람들이 제법 멀리 나가 수영을 하고 있다. 나는 수영을 못해서 저렇게 수영을 잘하고 자유롭게 바닷물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 무척 부럽다.

 

이 사진은 남편이 찍은 사진 같은데 나중에 들어보니 남편도 와이키키 해변에 혼자 나와서 한참 돌아다니다가 들어갔다고 한다. 혼자 이러고 돌아다닐 때 기분이 어땠을까? 

 

마침 구름 사이로 잠깐 해가 비칠 때 찍은 사진인데 지금 보니 굉장히 신비롭다. 고등학교 때 '트루먼 쇼'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주인공은 태어날 때부터 거대한 영화 세트장에서 살게 되고 주인공 주변의 인물들은 모두 배우로 구성되어 각본대로 움직이는 환경에서 주인공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TV 방송으로 보여주는 내용의 영화였다. 이 사진을 보았을 때 전체적인 색감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그 영화의 세트장이 생각났다. 혹시 유명한 화가가 아무도 몰래 바다와 건물에 햇살의 색을 입혀놓은 게 아닐까. 

 

이제 조금씩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하와이에 올 때 와이키키 해변에서 노을을 보는 게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였는데 오늘은 구름이 많이 끼어서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방파제 밖에는 파도가 제법 세서 바닷물이 넘실넘실 끊임없이 밀려왔다가 밀려갔다.

 

역시나 오늘은 수평선 근처에 구름이 많이 끼어서 내가 상상했던 아름다운 노을은 보지 못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나는 오늘, 지금 이 순간 누구나 일생에 한 번쯤은 꿈꾸는 지상낙원, 해가 지고 있는 와이키키 해변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고 벅찼으며 진심으로 행복했다. 

 

해가 완전히 지고 주위가 깜깜해져서야 와이키키 해변을 나왔다. 점심도 먹지 않아서 배가 많이 고픈데 이제 슬슬 저녁을 먹으러 가볼까 하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비가 제법 많이 와서 우산을 펼쳤다. 호텔 쪽으로 걸어가는데 멀리서 불이 환하게 켜 있고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궁금해서 가보니 훌라 쇼를 하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내가 앉은 지 10분만에 공연이 끝나는게 아닌가. 나중에 가이드북을 보니 매주 화, 목, 토요일 저녁 6시 30분~7시 30분까지 '쿠히오 비치 토치 라이팅 훌라 쇼'를 한다고 하는데 이 공연이 바로 무료로 볼 수 있는 훌라 쇼 였던 것 같다. 마침 목요일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미리 알았더라면 시간에 맞추어 일찍 가서 자리를 잡고 재미있는 훌라 쇼를 보는 건데 그러지 못해 지금도 무척 아쉽다. 예전에 해외 여행을 할 때는 미리 몇 달 전에 가이드북도 2번씩 정독하고 여행 일정을 날짜별로 정리해서 그날그날 계획에 맞추어 움직였었는데 이번 여행은 짧은 시간에 결혼 준비를 하느라 바빠서 여행까지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가이드북을 읽어보기는 커녕 아무런 준비도 없이 오게 된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되었다. 

아무튼 내가 간 지 10분 만에 공연이 끝나서 너무나 아쉬웠다. 조금만 더 일찍 갔더라면 그 유명한 하와이의 훌라 쇼를 그래도 맛보기라도 조금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아쉬운 마음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배가 많이 고프니 일단 식당을 찾아 나서 보자꾸나. 오늘 저녁은 공항에서 만났던 현지 가이드에게 내가 며칠 전에 톡을 보내 맛집을 알려달라고 했었는데 그 때 가이드가 알려주신 무스비 전문점인 '이야스메 무스비'이다. 구글맵을 보면서 찾아갔는데 호텔에서도 그리 멀지 않았다.

무스비는 하와이의 대표 음식이라 할 수 있는데 '감싸다, 묶다'라는 의미의 일본어 '무스비'를 그대로 음식 이름으로 쓰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후리가케나 간단히 소금이나 간장, 설탕, 깨 등으로 양념한 밥에 스팸을 넣어 만드는데 스팸과 밥 사이에 바비큐 소스 등의 소스를 뿌리는 것이 보통이며, 레시피에 따라 계란 지단을 넣거나 스팸을 계란에 부쳐서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와이안 무스비는 2차 대전 전후로 하와이에 건너간 일본인들이 일본식 주먹밥을 팔기 시작했는데, 한때 하와이의 어업이 금지되자 일식집 주인들은 초밥에 생선 대신 스팸을 올려 팔면서 현지화를 시켰다. 2016년에 사망한 일본계 미국인 여성 영양학자인 '바바라 후나무라'가 영양학을 전공한 것과는 아무 상관없이 약 35년 전에 장사를 위해 삼각 형태로 만들어서, 카우아이 섬에서 처음으로 팔기 시작한 것을 최초의 유래로 보고 있다고. 미국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가 2008년 12월 크리스마스 즈음에 고향인 하와이에서 골프를 치던 도중에 어렸을 때 즐겨 먹었던 무스비를 먹어서 전세계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던 유명한 음식이다. 

이야스메 무스비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무스비 전문점으로 매장 규모는 작지만 현지인이 추천하는 무스비 맛집이란다. 나는 무스비란 음식을 지금까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해서 어떤 맛일까 무척 궁금했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무스비인 '데리야끼 스팸 무스비'와 어묵탕을 주문했다. 한국에서도 하얀 쌀밥에 스팸 하나 얹으면 말이 필요없는 조합이지 않은가. 거기에다 데리야끼 소스까지 얹었으니 단짠단짠이 잘 어우러진 무스비였다. 어묵탕은 국물이 약간 달았지만 그래도 어묵은 쫄깃하고 맛있었다.

 

무스비 1개로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았다. 그래서 2차로 주문한 무스비는 '아보카도 달걀 스팸 무스비'였다. 거기에다 추가로 새우튀김이 올려진 우동도 한 그릇 시켰는데 새우튀김의 튀김옷이 우동 국물에 젖어 눅눅한 상태로 나와서 좀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이번에 시킨 무스비도 맛있었다. 스팸에다 아보카도, 달걀 지단이 올라가 있는 무스비인데 실패하기가 더 어렵지. 2차까지 주문해서 먹으니 이제야 배가 좀 불렀다. 나올 때는 꼴도 보기 싫은 남편이지만 그래도 남편이라고 하와이까지 와서 현지 음식인 무스비도 한 개 못 먹고 돌아가는게 안타까워 남편한테 사다주려고 무스비를 한 개 더 주문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가 되지만 그래도 그 때는 일말의 연민이라도 조금 남아 있었나 보다.

 

무스비로 저녁 식사도 맛있게 했는데 이대로 호텔방으로 돌아가기가 싫었다. 어차피 지금 호텔방으로 돌아가도 서로 어색하게 데면데면 할텐데 그것보다야 본격적으로 와이키키의 밤거리를 배회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아까 무스비를 먹으며 이제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트롤리를 타보기로 했다. 내가 묵는 호텔을 지나는 트롤리를 타고 다운타운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와이키키 해변 쪽으로 와서 핑크 라인 트롤리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근처에 '듀크 카하나모쿠'의 동상이 있어 잠깐 구경을 했다. 이 동상은 근대 서핑의 선구자이자 해양 스포츠에 한 획을 그은 뛰어난 서퍼 '듀크 카하나모쿠'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는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에서 딴 100m 자유형 금메달을 포함해 3개의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이며 1920년에 고향인 하와이에 서핑 클럽을 세워 서핑이 전 세계에 퍼지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동상의 형태는 듀크 카하나모쿠가 양팔을 벌린 모습인데 관광객들이 꽃 목걸이를 팔에 걸어놓고 가곤 한다고 한다. 지금은 팔에 걸린 목걸이가 너무 많아 발치에 조심스레 놓고 가는 경우가 허다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나는 서핑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고 물을 무서워해 앞으로도 해볼 수 있을지 미지수이지만 이 분은 자신의 고향에 이렇게 대대로 동상과 이름을 남길 수 있을 정도로 큰 업적을 남겼다고 하니 죽는 순간까지 본인의 인생이 만족스럽고 행복하지 않았을까.  

 

이제 트롤리를 타 볼 시간!

하와이의 트롤리는 관광용 버스로 레드 라인, 그린 라인, 핑크 라인, 블루 라인, 퍼플 라인 이렇게 다섯 가지 노선으로 운영되고 있다. 관광용 버스답게 작고 아기자기하며, 사방이 모두 트여 있어 바깥 경치를 구경하기에 좋고 원래는 1층짜리 작은 버스였으나 최근에는 2층짜리 오픈 탑 버스까지 생겨 더욱 편리해졌다고 한다. 한 노선 당 평균 1시간이 소요되며, 편도 2달러의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언제든지 쉽게 타고 내릴 수 있어서 렌트카를 이용하지 않고 여러 곳을 다닐 때에 좋다고.

나는 다섯 가지 노선 중에서 내가 묵는 호텔을 지나는 핑크 라인을 타보기로 했다. 핑크 라인은 쇼핑 코스로 불릴 정도로 호놀롤루 지역의 로얄 하와이안 쇼핑센터, T 갤러리아 바이 DFS, 알라 모아나 센터를 지나며 주요 호텔에 정차를 하기 때문에 쇼핑에 최적화되어 있는 코스라고 한다. 며칠 동안 우리 호텔에 오가다가 호텔 맞은편에 있는 와이키키 경찰서 앞에서 핑크 트롤리가 서는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어 경찰서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곧 핑크 트롤리가 왔다. 2층 버스라서 버스비를 내고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갔더니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어서 맨 앞의 자리가 비어 있어서 앉았다. 2층에는 지붕도 없고 사방이 다 트여서 차가 움직이니 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왔다. 맨 앞에 앉아서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주변의 상가들도 구경하고 지나다니는 차들과 사람들도 구경하면서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여기는 앞에 횡단보도가 있는데도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많이 하나 보다. 앞에서 보니 사람들이 자유롭게 차도를 지나다니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식당은 맛집인지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무슨 식당인지 지금은 생각이 나지 않는데 하와이에서 먹은 음식 중에 맛집이라고 할 만한 식당은 하와이에 도착하고 다음 날 갔었던 살살 녹는 생선초밥집뿐이어서 그렇게 큰 기대는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곳저곳 구경을 하면서 가다보니 아까 그쳤던 빗방울이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트롤리 여행을 하는 동안만이라도 참아주지. 2층에는 지붕이 없어서 비가 오면 1층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나는 내려가기 싫단 말이다! 하지만 내 바람과는 상관없이 빗줄기가 점점 거세져 어쩔 수 없이 1층으로 내려왔다. 1층은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어서 간신히 손잡이를 붙잡고 서서 가게 되었다. 정거장마다 사람들이 타고 내리고 했는데 사람들이 비가 와서 2층으로 올라갈 수 없으니 1층 버스 안은 점점 만원 버스가 되어 가고 있었다. 한동안 그렇게 서서 가다가 내가 아까 트롤리를 탔던 와이키키 경찰서에 가까이 오자 사람들이 호텔이나 쇼핑몰 앞에서 많이 내려서 버스 안이 한산해지고 빈 자리도 많아져 겨우 앉아서 올 수 있었다. 검푸른 바닷물이 넘실거리는 와이키키 해변을 옆에 끼고 조금 더 가자 우리 호텔도 보이고 와이키키 경찰서도 보였다. 뭐 그리 대단하거나 특별한 건 없었지만 그래도 호놀롤루 시내를 한 바퀴 돌면서 다양한 가게와 차들,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1시간여의 트롤리 탑승 체험을 마치고 이제는 내려야 할 시간인데 조금 아쉽기도 했다. 오늘이 하와이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라 다른 라인의 트롤리도 타보고 싶었지만 이미 시간이 밤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오늘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피곤하기도 하고 시간도 늦었으니 아쉽지만 트롤리는 여기서 안녕! 

오늘은 점심 때부터 지금까지 내내 혼자 돌아다녔는데 혼자 돌아다니는 것도 나름 자유롭고 재미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타고 싶은 것도 맘껏 했으니 기분 좋은 추억으로 오래오래 남길 바라며 호텔방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남편은 잠이 들었는지 아니면 잠든 척 하는 건지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욕실에 들어가 조용히 씻고 나왔는데 테이블 위를 보니 남편이 사다 먹었는지 이것저것 음식과 간식거리가 들어있는 ABC 마트 비닐 봉지가 놓여 있었다. 같이 들어있던 영수증을 살펴보다가 '스팸 무스비(2.2달러, 2,453원)'도 1개 산 걸 보았다. 나는 하와이 현지 음식인 무스비도 못 먹어보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안 됐어서 아까 무스비 전문점에서 기껏 생각해서 사왔더니 남편은 1개만 사서 혼자 먹었나 보다. 음.. 그럼 그렇지. 그럼 내가 사 온 무스비는 내가 먹어야겠다. 

신혼여행 와서 싸우는 부부가 많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나도 그 부부 중 하나가 될 줄이야. 오늘이 하와이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인데 결국에는 싸우고 혼자 여행 온 사람들처럼 각자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그런 생각을 하니 문득 짜증이 났다. 내가 무슨 영화를 바라겠다고 다 늦게 결혼을 하고, 12시간을 날아온 보람도 없이 싸운데다가 이렇게 짜증이 나야 하는 건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더니 그 말이 정말 진리다. 

결국 어제 산 엽서는 써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한국으로 가져와야 했다. 이런 것도 내 맘대로 안 되니.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내가 나한테라도 써서 한국으로 보낼 걸 그랬다. 그럼 두고두고 나만의 추억이라도 남았을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