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미국(2019)

하와이 여행기(7일차, 2019.2.15.금)-귀국

anna325 2021. 7. 20. 21:46

(이 글에서 설명은 여행사에서 제공해 준 '투어팁스 가이드북'을 참고하여 썼다.)

 

어젯밤 내내 뒤척이다가 새벽에서야 깜빡 잠이 들었나보다. 아침에 일어나니 방 안 공기가 쎄하다. 남편은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아까부터 말 한마디가 없다. 그래도 나는 같이 아침을 먹으러 가려고 먼저 씻고 창가에서 와이키키 해변을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남편이 자기는 가지 않겠다고 혼자 내려가라고 했다. 어휴..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으면 어쩌자는 거야. 이런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남자를 봤나. 짜증이 확 났다. 그 때의 일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할 말은 많지만 구구절절 하지는 않겠다. 어찌어찌 해서 아침은 같이 먹게 되었지만 기분은 정말 꽝이었다. 

 

나도 이젠 모르겠다.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그동안 호텔 조식 뷔페가 너무 맛있어서 아침에는 항상 과식을 했었는데 행복했던 아침 식사도 오늘로 안녕이구나. 기분은 꽝이어도 맛있는 아침은 오늘로 마지막이니 많이많이 먹어두자. 지금 보아도 빵이 정말 먹음직스럽다. 우리 호텔 조식 뷔페는 음식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훌륭해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침은 같이 먹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짐을 챙겨서 카운터로 내려와 체크 아웃을 하려고 줄을 서서 기다렸다. 문득 밖을 보니 아침에 비가 내렸는지 와이키키 해변이 빗물로 흠뻑 젖어있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아침 일찍부터 해변에 나와 비오는 와이키키를 기꺼이 즐기고 있었다. 며칠 안 되었지만 그새 정이 들었는지 이제 여기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진한 아쉬움이 밀려왔다. 체크 아웃을 하고 하와이에 도착한 첫날 공항에서 만났던 가이드를 기다렸다. 약속 시간이 되자 가이드가 도착했고 우리는 짐을 싣고 차에 탔지만 나는 공항으로 가는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여 마음이 착잡했다. 누구나 꿈꾸는 아름다운 섬 하와이까지 와서, 그것도 신혼여행을 와서 서로 싸우고 각자 시간을 보내고 지금도 화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는 사실부터 내가 왜 결혼을 했을까, 다 그만두고 싶다, 이런 사람이랑 평생 같이 살 수 있을까 등등 언짢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남편은 그 와중에도 가이드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던데 나하고 진작에 그렇게 대화를 했으면 어제 서로 기분을 풀고 다시 재미있게 하와이에서의 마지막 날을 재미있게 보냈을 텐데, 둘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남편이 점점 더 꼴도 보기 싫어졌다.

 

공항에 도착해서 가이드가 짐을 내려주고 우리에게 굿바이 인사를 했다. 탑승권을 받기 위해 대한항공 카운터를 찾았는데 이미 사람들이 와서 기다리는데 줄이 얼마나 길던지 거의 한 시간 정도를 기다린 끝에 탑승권을 받을 수 있었다. 우리가 탈 비행기는 오전 11시 45분에 떠나는 비행기로 한국 시간으로는 내일 오후 5시 45분에 도착할 예정이다. 

 

호놀롤루 공항은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국제 공항이지만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해외 여행을 몇 번 해보았지만 다른 나라의 국제 공항은 대부분 아담하고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뭐니뭐니 해도 국제 공항의 규모는 우리나라의 인천공항이 세계에서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위 사진은 탑승구 대기실에서 본 비행기. 아마도 우리가 타고 갈 대한항공 비행기인 것 같다.

 

11시 정도가 되자 드디어 게이트가 열리고 탑승이 시작되었다. 자리를 찾아 앉으니 창문으로 이런 풍경이 보였다. 하와이의 하늘은 1년 내내 하얀 구름이 몽실몽실 떠 있는 파란 하늘을 자랑한다. 우리가 탄 대한항공 옆에서는 일본 여객기도 이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들은 바로는 하와이가 일본 영토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일본 사람들이 이민도 많이 오고 여행도 많이 온다고 한다. 나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와이에 있는 동안 우리 호텔이나 식당, 길거리에서 일본 사람들을 참 많이 보았다. 

 

내 자리 옆에 난 작은 창문으로 보이는 일본 여객기.

 

오전 11시 45분. 출발 시간이 되자 한국인 기장의 반가운 우리말 안내 방송이 들리고 드디어 비행기가 조금씩 움직였다. 그러더니 곧 점점 속도를 높여 이륙을 준비했다. 활주로 옆으로 하와이의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 바다가 보이고 저 멀리 그리운 호놀롤루의 빌딩숲과 다이아몬드 헤드도 보였다. 이제 정말 모두들 안녕!이다.

 

드디어 비행기가 이륙을 했다. 비행기 아래로 공항 근처 건물과 도시의 건물들이 보인다.

 

오하우 섬이 점점 멀어지고 맑고 푸른 태평양 바다 위로 힘차게 비상하는 비행기. 이제 8시간의 긴 여정이 시작되었고, 나는 지루하지 않게 얼른 도착하기를 마음 속으로 기도했다.

 

비행기가 안정권에 접어 들자 곧 점심 기내식이 제공되었다. 메뉴가 무엇이었는지 지금은 정확하게 생각나지 않지만 사진을 보니 아마도 닭고기 요리인 것 같다. 빵과 버터, 샐러드와 과일도 나왔는데 하와이 올 때도 느낀 거지만 대한항공 기내식은 음식의 양이 적은 편이어서 좀 아쉬웠다. 내가 그동안 타 본 항공사 기내식 중 최고는 예전에 이탈리아 갈 때 탔었던 '핀에어'의 기내식인데 제일 양도 많고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오늘 먹은 기내식은 밥도 맛있고 빵도 말랑말랑 부드럽고 맛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건 식간에 제공된 간식이다. 리얼 브라우니와 꿀땅콩인데 이것도 게눈 감추듯 맛있게 먹었다.

 

하와이 시간으로는 저녁식사였겠지만 우리나라에 가까이오니 다시 점심식사가 된 기내식이다. 점심 기내식도 역시나 메뉴가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사진으로 보아도 잘 모르겠다. 감자가 있는 건 알겠는데 가운데에 하얀 음식은 어떤 음식일까? 그 외에 빵과 버터, 새우 파스타, 과일이 나왔는데 배가 고파서 맛있게 잘 먹었던 것 같다. 

기내식까지 맛있게 먹고도 한참을 더 비행했다. 역시 8시간은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긴 비행 시간에 지루해서 몸이 배배 꼬일 때쯤 드디어 기장의 인천공항에 거의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휴! 이제 살았다! 한국 시간으로는 오후 5시 45분쯤 도착했는데 겨울이라 밖은 이미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졌다. 한 때는 즐겁기도 했고, 한 때는 사이가 좋기도 했고, 한 때는 싸우면서 지지고 볶기도 했지만 어쨌든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한국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도착해서 제일 먼저 양가에 잘 다녀왔다고 전화를 드리고 논산으로 가는 공항 버스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매표소에 가보았더니 다행히 8시쯤에 떠나는 버스가 있어서 표를 2장(1장에 25,400원) 샀다. 그리고는 저녁으로 먹을 빵을 사기 위해 파리크라상에 들러 '푀이테 쇼콜라 빵(3,500원)'과 '핫소시지 치즈 바게트(2,900원)'를 샀다. 그래도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대합실에 앉아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렸다. 또 다시 지루한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8시가 다 되자 논산으로 가는 버스가 버스 정차대로 들어왔다. 짐칸에 짐을 싣고 좌석에 앉자 비로소 긴장이 풀렸는지 온 몸이 나른해지면서 잠이 쏟아졌다. 꿀맛같은 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어느 새 버스는 논산 터미널에 도착해 있었다. 남편이 차를 가져와 짐을 싣고 집에 도착하니 시간은 11시가 넘어 거의 자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너무 피곤해서 대충 얼굴만 씻고 꿈나라로 직행! 이렇게 우리의 2019년 2월, 화려했지만 서툴렀던, 즐거웠지만 어색했던 신혼 여행이 끝났다는 이야기!